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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 동구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박주선 의원, 서구갑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송갑석 후보, 서구을에 광주의 유일한 야권단일후보로 출마한 통합진보당 오병윤 후보. (왼쪽부터)
광주 동구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박주선 의원, 서구갑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송갑석 후보, 서구을에 광주의 유일한 야권단일후보로 출마한 통합진보당 오병윤 후보. (왼쪽부터) ⓒ 이주빈

광주광역시의 총선 긴장도가 유례없이 높아지고 있다. 1988년 13대 총선 이후 광주에서의 국회의원 선거는 '민주당 공천 = 당선'이었다. 민주당 공천을 받는 예선이 본선보다 더 치열했다.

그러나 이번 19대 총선 분위기는 역대 선거와 확연히 다르다. 특히 동구와 서구갑, 서구을 세 선거구는 광주 총선의 긴장도를 높이는 화약고 역할을 하고 있다. 동구는 민주당 무공천 지역, 서구갑은 민주당 후보가 무소속 후보에게 고전하고 있는 지역, 서구을은 광주의 유일한 야권연대지역이다. '박주선-송갑석-오병윤'은 이 세 지역구의 인물 키워드다.

[#1 박주선] '세 번 구속 세 번 무죄', 이번에도 극복할까

옷 로비-나라종금-현대비자금 사건으로 구속됐다 모두 무죄를 선고받아 '세 번 구속 세 번 무죄'라는 한국 사법사상 초유의 기록을 지니고 있는 박주선 의원.

정치역정도 순탄치 않아서 세칭 '옷 로비' 사건으로 잃은 명예를 되찾겠다며 2000년 무소속으로 전남 화순보성에 출마해 당선했다. 하지만 2004년 총선에는 현대비자금 사건이 터져 다시 구속되면서 옥중 출마를 해야 했고, 이 와중에 자신의 지역구인 화순보성이 고흥보성으로 나눠지는 아픔을 겪었다.

현대비자금 사건 무죄 선고 후 옛 민주당 후보로 서울시장 선거에 나섰지만 패배했다. 그리고 2008년 18대 총선에서 지역구를 광주 동구로 옮겨 출마해 전국 최고득표율(88.7%)로 당선되는 저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19대 총선을 앞두고 박 의원을 지지하는 전직 동장 출신 자원봉사자가 선거인단 모집을 하다가 선관위 단속과정에서 투신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박 의원에게 정치적 책임을 묻는 여론이 높아졌고 결국 민주당 중앙당은 동구를 무공천 지역으로 선언했다.

약 한 달 동안 정치적 칩거를 하던 박 의원은 지난 23일 뒤늦게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고인 유가족들의 간절한 호소를 외면할 수 없었다"는 것이 출마의 변이다. 박 의원이 출마로 모두 8명의 후보자가 난립하게 된 동구 선거구는 다시 출렁이기 시작했다.

<광주일보>와 <KBC 광주방송>이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서치뷰에 의뢰해 지난 24∼25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박주선 의원은 지지율 25.6%를 얻었다. 양형일 전 조선대 총장이 얻은 32.4%의 지지율보다 6.8%포인트 뒤진 2위다. 아시아문화추진단장을 지낸 무소속 이병훈 후보가 16.3%, 통합진보당 김관희 후보 10.1%, 광주시민단체협의회 공동대표를 지낸 무소속 김강열 후보 3.2%, 청와대 공보국장출신의 무소속 박현 후보 2.7%, 축산경제신문 호남취재본부장인 자유선진당 구봉우 후보 1.8%, 빛고을 나눔문화연대 동구지회 부회장인 무소속 박동수 후보 1.6% 순이었다.

박 의원이 '관권 선거'논란에도 불구하고 만만치 않은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 여론조사 결과 입증된 셈이다. 그가 '관권선거' 논란이라는 정치적 위기를 극복해낼 수 있을지 안팎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2 송갑석] '광주의 아들', 어떤 사자후 토할까

송갑석 후보에게 '광주의 아들'이라는 별칭이 생긴 해는 지난 1990년이었다. 당시 그는 첫 지방대(전남대) 총학생회장 출신 전대협 의장이었다. 광주항쟁에 대한 자긍이 남달랐던 광주시민들은 수만 군중 앞에서 포효하듯 연설하는 송갑석에게서 80년 당시 전남대 총학생회장이었던 고 박관현의 사자후를 보았다.

광주가 준 영예는 그에겐 감당하기 힘든 시련으로 다가왔다. 전대협 의장으로서 민주화운동을 이끌었던 그는 5년 2개월 동안 감옥살이를 했다. '학생운동 최장기 복역수'라는 타이틀이 다시 붙었다.

그의 전대협 동지들이, 그와 함께 한 시대를 거침없이 살았던 이른바 '386세대들'이 하나 둘 배지를 달고 여의도에 입성했다. 그러나 그에겐 좀처럼 기회가 오지 않았다. 뒤늦게 제도정치권에 진입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 정동영 민주당 대통령 후보 선거대책위 청년위원장이라는 직함이었다. 패배가 뻔한 대통령 선거, 지인들은 만류했지만 그는 그 길을 선택했고 정동영과 함께 졌다.

하지만 차라리 대선에서의 패배는 아름다웠다. 2008년 지방선거에 그는 서구청장 후보로 나섰다. 그러나 본선에 나가보지도 못하고 경선탈락했다. 이른바 여성전략공천 원칙 때문이었다. 민주당은 서구청장 선거에서 패배했고, 당선된 청장의 구속으로 다시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은 여성후보 전략공천 원칙을 내세워 패배한 여성후보를 다시 내세웠다. 그리고 또 패배했다.

그랬던 서구를 민주당은 이번 19대 총선에서도 다시 여성전략공천 지역으로 묶었고 여론조사 1위를 달리던 송갑석은 컷오프 당했다. 여성전략 공천이라는 덫에 걸려 세 번이나 컷 오프 당한 '광주의 아들' 송갑석.

<광주일보>와 <KBC 광주방송>이 24∼25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는 민주당 박혜자 후보(23.3%), 조영택 현 의원(20.7%), 송갑석 후보(16.5%),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을 지낸 무소속 정용화 후보(15.2%), 새누리당 성용재 후보(8.4%), 통합진보당 정호 후보(7.7%) 순으로 나타났다.

접전이 펼쳐지고 있는 만큼 8.2%인 부동층의 표심이 당락에 결정적인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무소속으로 출마한 그가 이번에는 어떤 사자후를 토할지 많은 광주시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3 오병윤] '광주 진보정치 아이콘', 승리할까

광주에서 유일한 야권연대 지역구인 서구을에 출마한 오병윤 통합진보당 후보. 민주통합당과 진보통합당의 야권연대 논의가 한창일 때 여의도 주변에선 "광주 오병윤에게 야권단일 후보 자격을 주지 않으면 어느 누구에게 야권단일후보라고 해야 하나"라는 말이 심심찮게 돌았다.

그 말들을 허튼 소리로 여기지 않았던 까닭은 그가 지난 30년을 묵묵하게 한 길을 걸어왔기 때문이다. 1985년 전남대 총학생회장으로 전두환 군사독재와 맞서 싸우며 구속과 제적을 당했다. 이후 재야운동에 헌신하며 진보정당에 가입한 이후엔 줄기차게 광주에서 '민주당 일당독재'와 맞서 싸웠다.

특히 그는 지난 2008년 지방선거에서 당시 민주노동당 사무총장을 맡아 야권연대 협상을 진두지휘했다. 말이 협상이지 사실 그것은 "야권의 승리를 위해 자기 당 후보를 주저앉히는 악역 노릇을 감당해야 하는 것"이었다. 그는 악역을 마다않았고 결과는 야권의 승리였다.

하지만 그 자신은 진보정치 간판을 들고 광주에서 세 번 출마해 세 번 모두 패배하는 아픔을 겪었다. 19대 총선에서도 광주에서 유일한 야권단일후보가 되었지만 앞길이 녹록지 않다. 야권연대에 불복한 민주당 서대석 후보가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했고, 새누리당 후보치고는 지지율이 매우 높은 이정현 의원이 승부를 벼르고 있다.

<광주일보>와 <KBC 광주방송>이 24∼25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가 34.5%의 지지를 얻어 30.8% 얻은 야권단일후보인 통합진보당 오병윤 후보를 3.7%포인트 앞섰다. 노무현 대통령 청와대 비서관 출신의 무소속 서대석 후보 14.4%, 행정안전부 차관 출신 무소속 정남준 후보 8.7%, 수원과학대학 겸임교수를 지낸 정통민주당 이점자 후보 3.7%의 지지율을 얻었다.

'광주 진보정치 아이콘'이라는 별칭을 가진 오병윤 후보. 그가 이번에는 '광주, 첫 진보 국회의원 탄생'이라는 뉴스를 타전할 수 있을까?   

덧붙이는 글 | 기사에서 인용된 여론조사는 ARS RDD(Random Digit Dialing·임의번호 걸기)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광주지역 19세 이상 성인 남녀 8000명(선거구당 1000명)의 유효표본을 생성했다. 국회의원 지역구 8곳을 대상으로 한 RDD 여론조사는 지난 24일부터 25일까지 이틀간 진행됐다. 이번 조사의 표본오차는 광주지역 평균조사 ±1.1%포인트(95% 신뢰수준), 국회의원 지역구별 조사는 ±3.1%포인트다.



#광주#박주선#송갑석#오병윤#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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