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을 따라서 행동하면 원망이 많아진다. - <논어> 4-10박에스더는 내가 인상 깊게 본 세 번째 여성 저널리스트이다. 비록 만나본 적은 없지만 <나는 다른 대한민국에 살고 싶다>를 통해서 보여 준 한국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과 타자에 대한 감수성이 글을 읽는데, 설득력을 주고 있다.
첫 번째 저널리스트는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이다. 서 이사장은 오랫동안 <시사저널> 편집국장으로 일해왔다. 이후 <오마이뉴스> 편집국장을 지냈고, 2007년 시사저널 사태 때 기자들 편에 섰다가 시사저널 사측으로부터 고소고발을 당하기도 했다. 그 뒤 산티아고로 걷기 여행을 떠나더니 돌아와서는 제주 올레길을 만들었다. 서 이사장은 지역경제는 물론 웰빙과 비즈니스 등 사회경제적 부분에 폭넓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두 번째 저널리스트는 <시사인> 편집장을 맡고 있는 김은남 기자다. 김훈 작가가 <시사저널> 편집국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그에게 인정을 받을 정도로 뛰어난 기자이지만 <시사저널> 사태를 당하면서 모진 풍파를 겪었다. 당시 김 편집장은 <시사저널> 노조 지회의 지도부에 있었고, 나는 서포터즈로 활동하며 인연을 맺었다.
박에스더 기자는 1997년부터 경찰, 법조, 국회, 아프가니스탄 전쟁 현장까지 국내외 곳곳을 누비며 정치인, 관료, 기업인 등 굵직한 인물들을 만났다. 이 경험과 특유의 감수성으로 지금 우리들의 대한민국과 다른 대한민국을 생각하고 있다니 궁금해졌다.
특히 수십 년 동안 한국의 남편에게 매 맞고 캐나다 남편에게 인간 이하의 대우를 받으며 고생하다가 끝내 암 선고를 받은 아는 언니의 이야기, 이혼남과의 관계에서 아이를 갖게 된 친구가 남자 친구의 반대를 무릅쓰고 미혼모로 살아간 이야기는 경험에서 우러나와서인지 맛을 더했다.
박에스더 기자의 이야기를 하는데, 내가 아는 두 기자를 데려온 것은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다. 왠지 모를 사무적인 느낌과 선뜻 동의되지 않는 생각들이 행간에 보여서 읽는데 불편했다. 그게 무슨 느낌일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는데, 저자인 박에스더가 만난 인사들은 우리 사회를 대표하는 유명인이거나 힘이 센 사람들이 아닌가. 그리고 박에스더 기자 또한 힘센 사람들 축에 들어간다. 앞의 두 기자는 직장에서 잘려 1년 넘게 길거리 밥을 먹어보기도 하고, 자신이 오랜 세월 몸담던 매체를 장례지내기까지 했다.
이 밑바닥 경험은 문장에 깊이 배어 있다. 애석하게도 박에스더 기자의 책에는 이런 시련의 감성이 잘 보이지 않는다. 한 사건에 대해서 언론이 아무리 상세하게 보도해도 실체적 진실과 행간에 담겨 있는 정서와 의미를 찾기 어려운 것처럼 박에스더 기자의 글에서도 언론 기사가 보일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다른 대한민국에서 살고 싶다>라는 책에서는 청소부, 외판원, 방문교사, 알바생 같은 바닥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좀처럼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꼭 밑바닥 경험을 해보아야 좋은 기자가 될 수 있을까? 이 주장에 동의하기에 박에스더가 밑바닥을 향해 건넨 손이 예쁘게 보인다. 자기성찰과 의지에 한 표를 주고 싶다.
박에스더 기자의 손은 낮은 곳에 있지 않지만, 낮은 곳으로 건네고 싶다는 마음만은 충분히 볼 수 있었다. 이것이 내가 <나는 다른 대한민국에서 살고 싶다>에 대한 느낌이다.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
덧붙이는 글 | 나는 다른 대한민국에서 살고 싶다 | 박에스더 (지은이) | 쌤앤파커스 | 2012년 2월 | 1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