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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투표날이 왔으면 좋겠다."

요즘 주변에서 자주 듣는 말입니다. 저는 진보성향의 사람이므로 제가 만나거나 얘기를 나누는 사람들은 거의 진보성향의 사람들밖에 없습니다. 그들은 MB정부의 비민주적이고 비도덕적인 일들이 무수히 벌어지는 작금의 상황에, 이를 멈추려면 오직 선거밖에 없다는 생각을 합니다.

올봄만 해도 얼마나 많은 슬픈 일들이 일어났습니까. 제주 강정마을 구럼비 발파에서 얻은 충격, 민간인 사찰 뉴스에서 느끼는 공포, 물이 줄줄 새는 22조의 국고를 들여 화려하게 완공된 4대강은 또 어떻습니까? 관심을 갖고 이런 뉴스를 보는 시민들이라면 불의가 판치는 우리 사회에 분노하고 비통하게 느낄 것입니다. 

국회의원 선거가 며칠 앞으로 다가오면서 트위터나 페이스북, 온라인 미디어, 종이신문, 방송 등에서 무수한 정보와 뉴스가 넘쳐납니다. 여당과 야당이 접전한다는 소식, 어느 후보가 어떤 문제가 있고, 누가 어떻다는 얘기… 홍수같이 쏟아집니다. 선거만 잘 하면 과연 이런 답답함이 좀 걷힐까요.

'우리의 헤드라인 뉴스는 정치권력의 중심부에 있는 사람들과 사건이 주를 이룬다. 그러나 그것은 실수다. 우리 국민이 민주주의의 회복을 위하여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은 일상적으로 참여할 공적인 삶의 장소와 활력을 회복하는 것이다. 여러 번에 걸쳐 증식된 지역의 연결을 통해서만 정치적 변화를 일으키는 데 필요한 시민 권력의 창출을 기대할 수 있다' (파커 파머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 중에서)

정치와 사회 현실이 일상의 행복을 침해하는 것을 깊이 느끼며 울적해있을 때, 파커 파머의 책,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 – 왜 민주주의에서 마음이 중요한가>를 만났습니다. 책의 내용은 차치하고라도 우선 '비통한 자들을 위한'이란 말 부터가 큰 위로가 됩니다. 영어 원제를 보니 'Healing the Heart of Democracy – The Courage to Create a Politics Worthy of the Human Spirit'이니 '민주주의 마음 치유하기 (혹은 회복하기) – 인간 정신에 걸맞는 정치를 만들 용기' 정도 될까요. 책을 읽어보니 역시 제목대로 비통한 (heartbroken) 저의 마음에 위안과 용기를 줍니다.

'민주주의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무엇이 아니라, 우리가 하고 있는 무엇입니다. 투표에 참여하고,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의 유세에 후원을 하고, 선출된 공직자에게 어떤 쟁점에 관한 의견을 표명하는 등 최소한의 행동을 넘어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시민권의 거창한 형식에 시간과 에너지를 투입하는 대신, 우리는 사적 영역으로 숨어들어 오로지 자신의 개인 생활을 개선하는 데 집중합니다. 그 결과 민주주의는 위기에 빠지고, 거기서 생겨난 공백을 비민주주의적인 힘이 채우려고 합니다. – 책 서문 중에서

파머는 우리에게 최소한의 참여 이상의, 일상의 꾸준한 노력을 촉구합니다. 정치적 냉소주의 ('그놈이 그놈이지 뭐' 하는)로 최소한의 참여조차 하지 않는 시민들은 생각을 바꿔야합니다. 투표는 기본입니다. 민주주의를 지키지 않으면, 지금껏 쌓아온 것이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역행하는 것을 이 정권에서 얼마나 똑똑히 목도하고 있습니까.

파머는 또한 미디어에 저항하라고 합니다. '정치뉴스를 숨 가쁜 속도로 광범위하게 보여줌으로써 결국 우리의 무력감을 자아내는 대중매체에 우리가 저행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미디어 덕분에 더 많은 사람이 정치적 견해와 정보의 소비자만이 아니라 생산자도 된다는 것은 민주주의에 보탬이 되었다. 그런데 우리가 소비자로서 읽는 내용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고, 다른 자료들과 비교하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쭉정이로부터 알맹이를 추려내는 시도를 하지 않는다면 디지털 미디어는 민주주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 책 본문 중에서.

우리나라처럼 SNS가 활성화되고 파급력이 큰 사회에서는 진정으로 귀담아들을 말입니다. 파머는 우리에게 민주주의의 주체이자 옹호자로서 행동하는 힘을 회복하라고 말합니다. 일상의 장소에서 부단하게 민주주의를 위해 움직이라고 합니다.

저는 작년말에 1인시위라는 걸 처음으로 해봤습니다. 촛불집회 등에 참석은 했었지만 혼자 광화문 네거리에 서 있으려니 조금 쑥스러운 생각도 들고, '너무 앞에 나서지 말라'는 가족들의 걱정도 떠올랐습니다.저도 큰 용기는 못 냅니다. 하고 싶은 주장은 많은데 MB 정부와 시내 요소요소에서 보이는 경찰이 무섭기는 매한가지입니다.

이 책은, 요즘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이 부당하다고 느끼면서도 투표조차 하기 귀찮아하거나, 그냥 '내 일이나 열심히 하자'하고 포기하는 시민들에게 용기와 자신감을 회복시켜 줄 것입니다. 우리가 '촛불로 어떻게 하늘을 그을리냐' 혹은 '계란으로 어떻게 바위를 깨겠어'하는 사이에 기뻐하는 것은 비민주적으로 권력을 독점하고 그 단맛을 누리는 자들 뿐입니다.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 - 왜 민주주의에서 마음이 중요한가

파커 J. 파머 지음, 김찬호 옮김, 글항아리(2012)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4.11 총선#파커 J.파머#김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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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고, 산책하는 삶을 삽니다. 2011년부터 북클럽 문학의 숲을 운영하고 있으며, 강과 사람, 자연과 문화를 연결하는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의 공동대표이자 이사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한강'에서 환대의 공동체를 만들어나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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