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이번 선거는 참 재미가 없다. 처음에는 유권자들이 자신의 요구와 불만을 정치 의제화하는 모습을 보이다가는 도로 아미타불이 되어 버렸다. 유권자는 관망자로 돌아갔고, 후보와 각 정당들은 수십 년 동안 하던 대로 정책도 없고 비전도 없는 비난 선거, 굳히기 선거로 돌아가 버린 듯한 인상이다. 4월 1일부터 열흘간 페이스북에서 카피라이터 정철씨가 쓴 <나는 개새끼입니다>를 읽은 열두 명의 독자들과 33개의 댓글을 달면서 '함께 읽기'를 진행했다.
정철 카피라이터가 처음부터 던진 주제는 '불편한 길'이었다. 여당도 야당도 똑같다고 욕하는 게 아니라, 비판의 화살을 '나 자신'에게 돌리자는 제안이었다.

'어떤 돌멩이는 이 시대의 권력과 모순을 향해 던져야 하지만, 또 어떤 돌멩이는 내 자신을 향해 던져야 합니다.'
- 나는 개새끼입니다, 5쪽


독자들이 주어를 말하기 시작했다

BBK동영상 파문 당시 전 한나라당 대변인 나경원씨가 한 '(BBK 동영상 안에는) 주어가 없다'는 말이 오랫동안 유행했던 적이 있었다. <나는 개새끼입니다>는 제목에서도 강하게 드러내듯 '나'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 지금까지 잘못했던 나의 모습은 무엇인가? 이 제안에 대해서 독자들은 강한 공감을 나타냈다.

김경련씨는 "학습된 순종, 회피, 자기보호 한마디로 용기없는 자의 변명...그래서 역시 나도 ..."라고 책의 주제에 공감을 표시했다. 이언주씨 역시 "현실을 애써 외면하고 있는 나는 개새끼이고, 불의를 보면서도 정의를 행동으로 표현하지 않는 나는 개새끼다"라고 말했다. Hongki Kim씨 역시 "그것은 다름아닌 내가, 혹은 우리가 뽑은 정치인과 정당이라는 것을 돌아보면 욕할 것은 "그"나 "그녀"가 아닌 바로 "나"라는 점에서 "나는 개새끼입니다"라는 타이틀에 백배 공감이 간다"고 말했다.

이권성씨는 이것을 인간으로 진화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는데, "단군신화에서 곰이 사람으로 환생하기 위해 백일의 고행을 겪었듯이, 지금 저희도 개새끼에서 다시 인간으로 환생을 겪기 위해 고행을 겪는게 아닌가"라는 재밌는 질문을 던졌다.

물론 유권자를 개 취급하는 것은 권력자들이다. 역사는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권력다툼이었고, 오늘날에도 그 구조는 바뀌지 않았다. 정철 카피는 '지렁이'라는 장에서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구조를 그렸다.

평생  온몸으로 땅을 기었으니 / 마지막으로 바다구경을 시켜주마 // 야호! // 이 말에 귀가 솔깃한 지렁이는 / 낚싯바늘에 매달려 물고기 밥이 되고 만다. (207쪽)

이권성씨의 말마따나 개취급받는 대중들이 손을 잡고 "나는 개새끼가 아니다"라고 선언하기 전까지 우리는 '개새끼'다.

웃픈 현실, 투표로 달래자

대학생 손서희씨는 '웃프다'라는 말에 깊이 공감했다. "이 책을 보려고 가방에서 꺼낼때, 책장 속에 놓을 때.. 등 이 책을 보면 왜 '웃프다'라는 말이 계속 떠오르는지요 ㅠ"라고 말했다. 소중한 한 표를 위해 고향으로 가기엔 한국의 대학생으로서 돈과 시간때문에 현실적으로 힘들고 부재자투표 기간은 너무 짧아 대학생으로서 투표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는 말 속에서 현실의 고단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의 취지를 잘 설명한 것은 Hongki Kim씨다. 김씨는 "선거가 코앞에 다가온 이 시점에서 이 책은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투표근"을 미스터코리아 수준으로 단련시켜 주는 책임에 틀림없다"고 말했다.

이언주씨 역시 "예쁜 놈 당선시키려고 찍을 수도 있지만 / 미운 놈 떨어뜨리려고 찍을 수도 있습니다."라는 작가의 글을 인용하며 투표의 의지를 불살랐다. 이권성씨 역시 "다른 사람의 자유까진 아니더라도 나 자신의 자유를 위해서 바꿉시다"라고 말했다. Ryan Kim씨는 이 말을 비즈니스적으로 표현했다. "그들이 지난 4년간, 또 "앞으로도 계속될지도 모를 우리에게 한 짓과 할 짓을 지금, 그리고 미리 정산할 때가 왔다"고.

가볍지만 가볍지 않은, 무겁지만 무겁지 않은 <나는 개새끼입니다>

책에 대한 날카로운 비평도 이어졌다. 서정호씨는 '아니오라고 말하지 않는 청춘은 죽은 청춘이다'는 표지의 카피와 본문에 있는 몇몇 사례를 지칭하며 단언적 표현이 눈에 거슬린다고 말했다. 즉 "투표를 이끌어내는 격문으로서는 어울리겠으나, 저런 단정이 과연 옳은 것인가에 대해서는 한번 더 고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오일수씨 역시 "비슷한 패턴의 글들이 이어지니 후반부로 가면서 어떤 면에서는 작위적이란 느낌도 조금 들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작가가 현 정권에 대해서 분노를 하고 있는 점을 자주 드러내고 있다고 덧붙이며 책이라는 미디어와는 왠지 어울리지 않는 대목을 지적했다. 특히 "노대통령 서거관련 글(노란색 부분)에서는 저자가 슬픔과 한에 사무쳐 충격에 빠진 저자 자신의 정신세계에 지나치게 몰입한 듯한 인상을 받았고, 그렇게 쏟아내는 글들은 대중의 공감을 이끌어내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었지 않았나"하는 의문을 제기했다.

독자들의 비판을 종합해봤을 때 현 정권이 저지른 일에 대한 강한 분노와 선동적이고 단정적인 대목 이런 부분들이 작가의 무게감을 가볍게 했고 어깨는 무겁게 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언어의 마술사다운 면모가 충분히 발휘되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손서희씨는 카피님의 <내머리사용법>과 <세븐센스>에 이어 <나는개새끼입니다>가 세번째 책인데 "역시나 좋은 느낌을 많이 받았다"고 평했다. 대학생 전일씨는 "단편적으로 제목을 듣고, 거부감부터 느꼈던 제가 미울 만큼 촌철살인의 문장"이었다고 칭찬했다. 그는 이 책을 "가볍지만 가볍지 않은, 무겁지만 무겁지 않은 책"이라고 불렀다.

<나는 개새끼입니다>는 대학생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는데, 그것은 이 책이 염두에 두고 있는 독자층이 대학생이라는 것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만약 아직도 투표를 할까 말까 고민이 된다면, <나는 개새끼입니다>를 한번 읽어 보라.
첨부파일
06.jpg


나는 개새끼입니다 - 국민이 광고주인 카피라이터 정철의

정철 지음, 리더스북(2012)


#나는 개새끼입니다#정철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책 놀이 책>, <인문고전으로 하는 아빠의 아이 공부>, <공자, 사람답게 사는 인의 세상을 열다> 이제 세 권째네요. 네 번째는 사마천이 될 듯합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