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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촛불을 들고 촛불을 들고 문화제에 참석 중이다
촛불을 들고촛불을 들고 문화제에 참석 중이다 ⓒ 이명옥

4월 16일 오후 7시, 쌍용차 22번째 희생자 고 이윤형씨를 추모하는 12번째 추모문화제가 열렸다.

 

첫 번째 연대 발언에 나선 원상연 쌍용차 정비지회 부지회장은 "사람이 사람을 정리하는 정리 해고야말로 인간 존엄의 근간을 흔드는 비인간적인 행위"라고 말했다. 원씨는 "투쟁의 현장마다 경찰의 무차별 폭력 진압에 대해 이야기 하지 않을 수 없다"며 "문화분과위원회의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경찰은 도에 넘치는 관심을 보여 주었다"고 비판했다.

 

원씨는 용산 학살 현장, 쌍용자동차 77일 옥쇄 파업 현장 등에서 경찰의 무자비했던 강경진압을 상기시키며 "조현오 경찰청장이 수원 살인사건으로 물러났는데 그렇게 물러날 일이 아니다"라며 "대한문 분향소 앞에 찾아와 희생자들 앞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며 용서를 구해야 했다"고 강조했다.

 

원씨는 "'시민들이 어떻게 23번째 죽음을 막을 계획이냐'고 묻는데 솔직히 방법이 없다"며 "시민들이 나서줘야 쌍용자동차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100만 정리해고자 문제, 900만 비정규직 문제는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라며 "노동문제를 해결하려면 노동문제의 정점에 자리한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태삼씨와 분향소를 찾은 학생들 전태삼씨가 분향소를 찾은 학셍들에게 빵을 나눠주고 왜 빵 문제가 중요한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전태삼씨와 분향소를 찾은 학생들전태삼씨가 분향소를 찾은 학셍들에게 빵을 나눠주고 왜 빵 문제가 중요한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 이명옥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영상을 전공한다는 하샛별씨는 "인천대에서 청소노동자 문제를 영상으로 담아 졸업 작품으로 냈다"며 "다큐멘터리 제작은 사회에 꼭 필요한 작업인 것 같아 다큐멘터리를 제대로 배워보려고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입학하게 됐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하씨는 "처음에 분향소를 찾게 된 것은 이 현장을 다큐멘터리로 담아볼까 하는 단순한 생각 때문이었다"며 "분향소에서 전태삼씨를 만나 대화를 많이 나눴는데, 전씨가 '모든 게 빵 때문이다, 빵 문제를 외면해선 안 된다'고 해 어떻게 담아내야 할지 부담이 생겼다"고 고백했다.

 

하씨는 "수업 중에 방글라데시 노동 현장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봤는데, 섬유의류 공장의 70%가 한국 기업이고 70년대 피복공장 노동자 착취 현장이 그대로 재연되고 있더라"고 말했다. 이어 "현지 노동자들은 오전 8시에 출근해서 새벽 1시에 퇴근을 하는 강도 높은 노동에 시달리고 있었으며 노동조합을 결성하려는 움직임이 보이자 노동자를 때려죽이는 일까지 발생했다고 하더라"며 "영상 보면서 화가 났다"고 했다.

 

그는 "방글라데시도, 쌍용자동차 문제도, 인건비가 싼 외국으로 자본을 유출하면서 생긴 일"이라며 "학우들과 대화 해보면 다른 생각을 하거나 문제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았는데, 중요한 것은 옆 사람부터 바꿔내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이어 "친구 손잡고 분향소를 자주 와야겠다, 작은 일부터 실천하겠다'며 발언을 마쳤다.

 

문화제에 참석중인  시민들 시민둘이  함께 정리해고 철폐를 외치고 있다.
문화제에 참석중인 시민들시민둘이 함께 정리해고 철폐를 외치고 있다. ⓒ 이명옥

양한웅 불안정고용철폐연대 대표는 "쌍용차 정리 해고 문제는 죽음의 행렬로, 특수고용직인 재능교육 노조는 1600여 일의 치열한 투쟁을, 현대자동차 사내 하청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회사 문 안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있는 더러운 세상"이라며 "쌍용자동차, 재능교육, 현대자동차 세 문제만은 반드시 해결돼 자본의 담, 쌍용자동차의 담을 허무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몸짓패 선언은 공연에 앞서 "바른 일을 하다가 감옥을 가거나 죽은 이들을 애도하지 말고 부당한 일에 항의하지 못하는 대중을 애도하라는 글을 본 적이 있다"며 "대한문 분향소를 찾아 분향만 할 것이 아니라 부당한 일에 분향 대신 분노를 발해 달라"고 요구했다.

 

조화 장식 조화와 정비 도구
조화 장식조화와 정비 도구 ⓒ 이명옥

죽은 자를 슬퍼 말라

- 랠프  채플린

 

싸늘한 흙 속에 누워 있는 죽은 자를 애도하지 마라

인간은 모두 한 번은 죽는 법

시신에 먼지가 켜켜이 쌓여가더라도

부드러운 대지가 따뜻한 손길로 그를 덮어주리니

 

저들에게 붙잡힌 동지의 운명을 슬퍼하지 말라

비록 강철로 만들어진 관에 산 채로 매장되어

무덤 속에 갇혀 있다 하더라도

그들은 불굴의 의지를 잃지 않으리니

 

대신 냉담히기 짝이 없는 대중들을 애도하라

세상의 커다란 불안과 잘못 앞에서도

감히 입을 열어 말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굴종의 사슬에 묶인 겁에 질린 대중들을 애도하라

 

대책위는 4월 16일부터 21일까지 1주일을 '범국민 추모기간'으로 정하고 전국에 분향소를 설치해 4월 21일 평택에서 열릴 범국민 추모대회 때까지 추모의 마음을 모은다는 계획이다.

덧붙이는 글 | 대한문 앞 분향소는 49제인 5월 18일까지 이어집니다. 시민들의 참여와 연대가 필요합니다. 4월 21일은 범국민 추모대회로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 앞으로 모입니다.


#쌍용차 22번째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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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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