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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고생하자."

김창환(53·마산)씨는 3년 전 죽은 아들(김영준, 당시 27살)의 휴대전화에 새겨져 있었던 문자를 생각하면 마음이 더 아프다. 고 김영준씨는 힘든 직장 생활 속에서도 휴대전화에 글자를 새겨놓고 다짐했던 것이다.

김씨는 요즘 함안 일원에서 "아들을 살려내라" 호소하며 1인시위와 집회, 선전정을 벌이고 있다. 그는 지난 3월 말부터 함안군청 앞에서 1인시위를 벌이고, '아라제'(4월 20~22일) 기간 동안 함안공설운동장 입구에서 서명운동을 벌였다.

경남 함안 소재 한국정밀기계(주)에 다녔던 김영준씨가 지난 2009년 사망한 가운데, 아버지 김창환씨는 "과로사를 인정하라"며 22일 오전 '아라제'가 열리고 있는 함안공설운동장 입구에서 유인물을 시민들에게 나눠주었다.
 경남 함안 소재 한국정밀기계(주)에 다녔던 김영준씨가 지난 2009년 사망한 가운데, 아버지 김창환씨는 "과로사를 인정하라"며 22일 오전 '아라제'가 열리고 있는 함안공설운동장 입구에서 유인물을 시민들에게 나눠주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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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그는 아들이 다녔던 함안 법수면 윤외리 소재 한국정밀기계(주) 앞에서 '장송곡'을 틀어놓고 시위를 벌이기도 한다. 김창환씨가 함안공설운동장 입구에서 서명운동을 벌이는 동안, 자전거를 타고 가던 사람들도 돌아와서 서명하고 가면서 관심을 보였다.

김씨는 아들의 죽음이 '과로사'라 주장하고 있다. 아들은 2008년 2월 대형공작기계를 만드는 한국정밀에 입사했고, 그해 4월 허리디스크를 앓다가 수술한 뒤 입원 치료를 받기도 했다. 김씨는 "아들이 '중량물'을 취급하자 주저앉으면서 허리를 다쳤다"고 주장했다.

경남 함안 소재 한국정밀기계(주)에 다녔던 김영준씨가 지난 2009년 사망한 가운데, 아버지 김창환씨를 비롯한 유가족들은 "과로사를 인정하라"며 22일 오전 '아라제'가 열리고 있는 함안공설운동장 입구에서 유인물을 시민들에게 나눠주며 서명을 받고 있다.
 경남 함안 소재 한국정밀기계(주)에 다녔던 김영준씨가 지난 2009년 사망한 가운데, 아버지 김창환씨를 비롯한 유가족들은 "과로사를 인정하라"며 22일 오전 '아라제'가 열리고 있는 함안공설운동장 입구에서 유인물을 시민들에게 나눠주며 서명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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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은 2009년 2월 허리디스크가 재발했으며, 이후 그는 복대를 차고 일했다. 그러다가 아들은 그해 6월 6일 새벽 3시경 동료의 자취방에서 죽었다. 하루 전날 아들은 소주·맥주와 고기를 먹은 뒤 잤는데, 다음 날 아침 동료에 의해 죽은 채 발견된 것이다.

부검을 했지만, 정확한 사망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경찰은 '청장년급사증후군'으로 보았다. 유족들은 고인이 과로사한 것이라 주장했지만, 회사는 물론 근로복지공단은 인정하지 않았다. 김씨는 '유족급여·장의비 부지급처분취소 청구소송'을 냈는데, 1심 법원은 원고 패소 판결했다. 김씨는 항소했으며, 현재 2심 계류 중이다.

유족들은 김영준씨가 1주일 평균 68시간을 근무했다고 주장한다. 김창환씨가 입수한 아들의 2009년 4~5월 근무시간표를 보면, 토·일요일에도 일하는 날이 많았다.

4월의 경우 첫째․넷째 일요일만 쉬고 토·일요일마다 4~8시간씩 일했고, 평일에는 거의 매일 3~6시간 정도 잔업했다. 고인은 5월에도 비슷하게 일했다.

김창환씨는 "아들은 아픈 몸으로 외주업체 부품조달 책임을 혼자 맡았고, 약 15곳 업체를 돌며 하루 160~400km 거리에 걸쳐 부품자재를 직접 상·하차하며 운송했다"며 "철재 부품이 많아 20~50kg 정도 쇳덩어리를 들었다 놓았다 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죽기 닷새 전, 쉬는 휴일인데도 불구하고 출근해서 작업했다. 그 부작용으로 다음 날 월요일에는 수술한 허리가 너무 아파 출근조차 못했고, 대신 화요일에 출근해 밤 10시경 퇴근했다"며 "죽기 전날에도 밤 8시까지 근무했다. 다음 날 일찍 출근하기 위해 회사에서 가까운 직장 동료 집에서 잠을 자다 급사망했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아들은 마음이 착하고 예의바른 청년이어서 나이 많은 작업자가 힘들게 일하고 있으면 좀 쉬어라 하고, 자기가 대신 힘든 작업을 솔선해서 했다"면서 "회사 현장에 있던 모든 사원들이 좋아했다. 그런데 회사 동료와 상사들은 사장 눈치 보느라 모르쇠로 일관하며 구체적인 자료 제출이나 확인서 발급을 기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남 함안 소재 한국정밀기계(주)에 다녔던 김영준씨가 지난 2009년 사망한 가운데, 아버지 김창환씨를 비롯한 유가족들은 "과로사를 인정하라"며 22일 오전 '아라제'가 열리고 있는 함안공설운동장 입구에서 유인물을 시민들에게 나눠주며 서명을 받고 있다.
 경남 함안 소재 한국정밀기계(주)에 다녔던 김영준씨가 지난 2009년 사망한 가운데, 아버지 김창환씨를 비롯한 유가족들은 "과로사를 인정하라"며 22일 오전 '아라제'가 열리고 있는 함안공설운동장 입구에서 유인물을 시민들에게 나눠주며 서명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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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회사는 아들의 매일 작업일지, 자재 종류, 거래처 목록, 입고·반출 품목·수량과 자재 조달 실적, 반품·불량처리 내역 등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를 받은 구체적인 취급 근거가 모두 없다 하니 너무 황당하고 허망할 뿐"이라고 밝혔다.

김창환씨는 법원에 소송을 냈다가 졌다. 원고 패소의 가장 큰 이유는 '증거불충분'이다. 김씨는 항소심을 벌이면서 회사 측에 아들과 관련한 근무 자료 등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김씨는 호소문을 통해 "아들 죽음의 원인을 끝까지 밝혀낼 것이다. 어떤 고통과 희생을 감내하더라도 아들 죽음의 원인이 밝혀질 것이라 믿는다"고 밝혔다.

한국정밀기계 측은 "유족의 안타까움은 이해한다. 청장년급성증후군으로 사망했는데, 산재가 아니다"면서 "회사에서 제공할 수 있는 자료를 다 제시했다"고 밝혔다. 과로사 주장에 대해, 회사 측은 "3년 전이나 지금이나 일하는 것은 비슷하다. 그때 과로사라면 지금까지 계속 비슷한 상황이 벌어져야 하는 것 아니냐. 과로사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경남 함안 소재 한국정밀기계(주)에 다녔던 김영준씨가 지난 2009년 사망한 가운데, 아버지 김창환씨를 비롯한 유가족들은 "과로사를 인정하라"며 22일 오전 '아라제'가 열리고 있는 함안공설운동장 입구에서 유인물을 시민들에게 나눠주며 서명을 받고 있다.
 경남 함안 소재 한국정밀기계(주)에 다녔던 김영준씨가 지난 2009년 사망한 가운데, 아버지 김창환씨를 비롯한 유가족들은 "과로사를 인정하라"며 22일 오전 '아라제'가 열리고 있는 함안공설운동장 입구에서 유인물을 시민들에게 나눠주며 서명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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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과로사, #한국정밀기계, #근로복지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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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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