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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곱번째 즉흥상설 '告?受?푸?리 GOSU-FREE' 중. 네 명의 무용수들은 미리 짜여지지 않은 긴장감 속에 갖가지 상황을 연출한다.
일곱번째 즉흥상설 '告?受?푸?리 GOSU-FREE' 중. 네 명의 무용수들은 미리 짜여지지 않은 긴장감 속에 갖가지 상황을 연출한다. ⓒ 문성식 기자

우선은 통쾌하고 시원했다. 와서 직접 느껴야 할 공연에 대해 무엇이라고 묘사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홍대 포스트극장에서 매 짝수 달 마지막 월요일 저녁에 공연되는 즉흥상설 < 告․受․푸․리 GOSU-FREE >(문화예술기획 이오공감, 대표 이동민) 일곱 번째 마당(4월 30일 오후 8시)은 즉흥이라는 요소에서 추출될 수 있는 모든 음악과 몸짓의 경험을 향유할 수 있는 무대였다.

이번 일곱 번째 즉흥상설 < 告․受․푸․리 GOSU-FREE >에는 김기영 (현대음악가, 피아노), 문현(정가), 김재철(타악), 최영석 (타악), 최정우(기타), 이용창(드럼), 심은용(거문고)과 네 명의 즉흥춤꾼 이윤정, 주정민, 나연우, 이세승이 무대에 섰다.

시작 전 설명대로 모든 것이 준비되거나 미리 협의되지 않고 끝이 어떨지 아무도 모른다는 점이 더 큰 궁금증을 불러왔다. 아무리 즉흥 음악과 무용이라도 전체적인 틀조차도 없이 어떻게 한 무대를 꾸려갈 수 있단 말인가.

 즉흥상설 '告.受.푸.리 GOSU-FREE' 중. 무용수 네 명이 서로 엉켜 구르며 발버둥친다.
즉흥상설 '告.受.푸.리 GOSU-FREE' 중. 무용수 네 명이 서로 엉켜 구르며 발버둥친다. ⓒ 문성식 기자

즉흥. 무엇이 즉흥인가를 생각해 보자. 하지만 즉흥이라는 것은 각 연주자와 무용수 내면에 축적된 감성과 예술에 대한 지식을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리라. 이러한 각 개별 공연자들의 예술적 역량과 '눈치 살핌'에 의하여 즉흥은 끈질기게 이어지고 있었다.

무용수 4명은 각자의 캐릭터를 설정해 온 듯 보였다. 남녀 짝을 이루어 사랑의 아픔, 이루어지지 못하는 사랑 등을 묘사하고 있었다. 때론 네 명이서 한데 뭉쳐 엉키기도 하고, 때론 서로의 움직임이 예측되지 않아 자연스럽고도 다소 어색한 웃음과 함께 호흡을 맞추어 가기도 하였다.

관객들은 정가의 문현이 낭송하는 이준규 시인의 <문>이라는 장편 자유시로 시작되어 피아노, 거문고, 기타, 타악, 드럼 등이 어우러진 즉흥의 버무림 안에서 몸과 마음을 한껏 내던지고 있었다.

홍대 포스트극장의 지하 벙커 같은 공간은 흡사 중세의 작은 교회 내부 같기도 하였고, 혹은 비밀 결사대의 집결장소 같기도 한 신비로운 분위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그 속에서 연주자와 무용수, 관객들은 오로지 '즉흥'이라는 요소가 빚어내는 순간순간의 미묘한 변화와 긴장을 기대하며 함께 만들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즉흥상설 '告?受?푸?리 GOSU-FREE' 중. 각 악기가 '즉흥'이라는 미묘한 긴장 안에서 자유스러움을 느끼게 해주었다. 가운데 피아노(김기영), 그 옆 정가(문현).
즉흥상설 '告?受?푸?리 GOSU-FREE' 중. 각 악기가 '즉흥'이라는 미묘한 긴장 안에서 자유스러움을 느끼게 해주었다. 가운데 피아노(김기영), 그 옆 정가(문현). ⓒ 문성식 기자

각 악기, 혹은 무용수, 어느 누가 주인공이 될 순간에는 다른 요소들은 자신들을 죽이며 조화를 이루어 나갔다. 이것을 지켜보고 듣고 하는 과정 자체가 무척 재미있었다. 무용수들도 서로의 움직임을 지켜보다가 옷을 하나씩 두르고, 장판을 하나씩 깔며 장면을 설정해 가고 있었고, 연주자들도 무용이 빛날 순간에는 피아노가 빠진다든지, 숨죽이고 있던 거문고가 한음씩 뜯기 시작한다든지 하는 모습 자체가 꼭 하나의 사회 구성원들의 역할극을 보는 것 같은 재미를 주었다.

1시간 40여분, 꽤 길었던 공연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보통 짜여진 음악회나 무용공연이었다면 작은 순서 몇 차례가 지나갔을 시간이다. 하지만 미묘한 움직임의 변화를 감지하며 순순히 내맡기고 있던 사이, 때때로의 어색함 조차도 즉흥의 맛깔스러운 모습으로서 용인됐다. 또 크고 작은 소리, 정적이고 동적인 움직임들은 있어야 할 제 위치에서 제 역할로 우리를 이끌어주었다. 

특히 마지막 즈음에 정가를 불렀던 문현이 오히려 춤을 추고, 무용수는 노래를 부르는 장면에서는 바뀐 역할이 익살스러워 관객들 모두 웃음을 지었다. 문현은 온전히 젖어들어 즉흥 막춤을 추고 있었으며, 관객들 역시 그럼에도 어색하지 않은 이 퍼포먼스를 무척 즐기고 있었다.

 즉흥상설 '告?受?푸?리 GOSU-FREE' 중. 여자 무용수가 남자 무용수에게 올라가더니 이내 버티고 서서 허공을 가리킨다. 남자 무용수는 이 즉흥동작에 재빠르게 지지해 주며 두 사람은 하나의 조형물을 만든다.
즉흥상설 '告?受?푸?리 GOSU-FREE' 중. 여자 무용수가 남자 무용수에게 올라가더니 이내 버티고 서서 허공을 가리킨다. 남자 무용수는 이 즉흥동작에 재빠르게 지지해 주며 두 사람은 하나의 조형물을 만든다. ⓒ 문성식 기자

즉흥상설 < 告․受․푸․리 GOSU-FREE >는 홍대 포스트극장에서 2,4,6,8,10,12월 매 짝수 달 마지막 월요일 8시에 정기적으로 개최된다. 즉흥을 화두로 서로의 고민지점을 공유하고, 실험하고, 연구하는 열린 무대로, 매 공연 후 대화와 토론 시간이 마련된다. 티켓 가격 역시 즉흥티켓으로 공연 관람 후 관객 스스로가 성의껏, 마음껏, 감동의 깊이만큼 자율적으로 지불하면 된다.

덧붙이는 글 | 공연문의 문화예술기획 이오공감 02-704-6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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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푸리#홍대 포스트 극장#문현#김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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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전공하고 작곡과 사운드아트 미디어 아트 분야에서 대학강의 및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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