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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부터 서울형혁신학교로 지정된 신설학교에서 2년째 뜻을 같이하는 교사들과 꿈의 학교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서울형혁신학교 이야기'는 아이들과 선생님들과 학부모들이 함께 서울형혁신학교를 만들어가는 이야기입니다.<기자 말>

서울형혁신학교인 우리 학교가 일반학교와 크게 다른 점 가운데 하나가 학기를 봄, 여름, 가을, 겨울 네 계절에 따라 마디를 두어서 4학기제를 운영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네 계절에 맞춰서 교육과정의 내용과 방법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네 번의 발표회'와 '네 번의 평가통지', '네 번의 교육과정 평가회'에 이어서 이번에는 계절학기마다 돌아가면서 하는 '네 가지 문예체 교육'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일반학교와 달리 혁신학교에서 강조하고 있는 부분 중 하나가 문예체 교육입니다. 그래서 혁신학교마다 문예체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있는데 문예체교육 방법이 혁신학교마다 조금씩 다릅니다. 우리 학교가 다른 학교와 다르게 도입하고 있는 문예체 교육은 '조소', '목공', '수공예', '창의음악' 네 가지입니다.

나무를 만지고 자르고 파고 깎고 문지르는 과정을 통해 주걱을 만들면서 아이들은 나무를 느끼고 자신을 확인하고 감성을 깨웁니다.
▲ 네 가지 문예체 교육 중 '목공' 수업장면 나무를 만지고 자르고 파고 깎고 문지르는 과정을 통해 주걱을 만들면서 아이들은 나무를 느끼고 자신을 확인하고 감성을 깨웁니다.
ⓒ 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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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이뤄지고 있는 문예체 교육 짚어보기

이 네 가지 문예체 교육을 들여오게 된 것은, 그동안 학교현장에서 해 온 문예체 교육의 모습에 대한 반성 때문입니다. 그동안의 문예체 교육모습을 보면 '1인 1예', '1인 1악기'라는 것이 가장 주를 이루는데, 이렇게 하는 모습을 보면 대부분 초등학생들에게 예술분야의 한가지 기능을 익히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바이올린이나 첼로 같은 악기를 잘 연주할 수 있는 기능을 가르치거나 수묵화, 수채화, 붓글씨 같은 것을 기능 위주로 많이 하고 있습니다. 주로 문예체 전문가라고 하는 연주자들이나 작가들이 와서 기능을 가르치는데, 가만 보면 어린이들에게 맞는 것을 가르치는 것보다 어른들이 익히는 기능을 그대로 어린이들에게 가르치는 것을 많이 봅니다. 초등교육과정 내용과 상관이 없이 이뤄지는 것이 많습니다.

 흙의 부드러움을 만지고 느끼면서, 스스로 형태를 만들어가고 감성을 깨웁니다. 작품을 잘 만드는 기능을 가르치는 교육이 아닙니다.
▲ 네 가지 문예체 교육 중 '조소' 수업 모습 흙의 부드러움을 만지고 느끼면서, 스스로 형태를 만들어가고 감성을 깨웁니다. 작품을 잘 만드는 기능을 가르치는 교육이 아닙니다.
ⓒ 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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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악기를 연주할 수 있는 기능을 가르쳐준다해도 고가의 악기를 살 수 없는 형편인 아이들에게는 이런 악기 기능 익히기 위주의 음악교육은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고, 지원금으로 학교에서 악기를 사주고 전문연주자를 불러서 무료로 가르쳐준다고 해도 혁신학교 지정이 끝나고 혁신학교 지원금이 끝나면 이것마저도 끝나게 됩니다.

지원금이 끊어진 뒤에는 결국 줄 끊어진 고가의 바이올린과 첼로, 가야금, 그리고 찢어진 북만 남게 되는 모습을 많이 보아왔습니다. 결국 악기 사교육을 별도로 받을 수 있는 부잣집 아이만 악기연주를 계속하게 되고, 악기를 계속해서 배울 수 없는 가정 형편이 넉넉하지 못한 아이들은 상대적 박탈감에 빠지게 됩니다.  

악기를 연주할 수 있고 그림을 잘 그릴 수 있는 기능을 가르치는 목적이 아이들이 악기를 연주하고 그림을 잘 그리게 되어서 그만큼 삶이 행복해지고 윤택해지게 하기 위해 하는 것인데, 기능 배우기 위주의 문예체 교육의 모습은 기능을 익히는 과정에서조차 아이들을 행복하게 해 주지 못하고 오히려 스트레스를 가져오게 하는 일이 많습니다.

악기 연주 잘 하는 방법 배우다가 그림 잘 그리는 법 배우다가 음악과 미술에서 더 멀어지게 하는 일이 많습니다. 문예체 교육을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금 아이들에게 하고 있는 문예체 교육이 과연 우리 아이한테 맞는 것인지, 그래서 우리 아이를 행복하게 해 주는 데 도움이 되고 있는지 깊이 짚어봐야 합니다.

 초등학교 교육과정에 알맞은 악기와 내용을 선정해서 아이들 스스로 리듬을 찾아가고 소리와 몸으로 함께 표현하면서 감성을 깨웁니다.
▲ 네 가지 문예체 교육 중 '창의음악' 수업 장면 초등학교 교육과정에 알맞은 악기와 내용을 선정해서 아이들 스스로 리듬을 찾아가고 소리와 몸으로 함께 표현하면서 감성을 깨웁니다.
ⓒ 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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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 문예체 교육, '조소' '목공' '수공예' '창의음악'

우리 학교는, 일반학교에서 진행하고 있는 기능위주의 문예체 교육에 대해 경험한 것을 함께 이야기한 뒤, 초등학생들의 발달과정에 알맞은 우리 아이들 삶에 꼭 필요한 문예체 교육이 무엇일까를 함께 고민했습니다. 그래서 결정한 것이 기능위주가 아닌 아이들의 감성을 깨우는 문예체 교육인 '조소', '목공', '수공예', '창의음악'입니다.

네 가지 문예체 영역이 서로 다르지만, 아이들에게 잘 하는 '결과(작품)'가 아닌 흙과 나무와 털실과 악기라는 재료를 만지고 느끼고 표현하는 '과정'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입니다.  자연의 재료를 활용한 문예체 교육에서 재료를 다루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재료를 느끼면서 자신의 마음을 풀어내고 표현하며 감성을 깨우게 됩니다.

 네 가지 영역 활동에서 서로 다른 감각 체험 요소를  배우면서 감성을 깨웁니다.
▲ 우리 학교에서 진행하고 있는 네 가지 문예체 교육 영역 네 가지 영역 활동에서 서로 다른 감각 체험 요소를 배우면서 감성을 깨웁니다.
ⓒ 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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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네 가지 영역을 전교생들이 1년에 한 가지씩 모두 8주씩(발표까지 포함) 진행하며, 수업진행은 이 분야관련 전문강사를 초빙해서 담임교사들과 협력수업으로 진행합니다. 배정 시간은 학년에 따라 '창의적체험활동', '특별활동', '재량시간'이나 내용이 연관된 교과인 실과, 미술, 음악교과 시간에 배정합니다.

네 가지 활동 결과물은 계절학기가 끝날 때 쯤 진행하는 네 번의 발표회 때(봄 새싹잔치, 여름 푸름잔치, 가을 열매잔치, 겨울 맺음잔치) 다른 학년 아이들과 학부모들에게 전시와 공연으로 서로 보여주고 배우는 기회를 갖습니다.

아이들을 이해하고 교사의 역량을 기르는 문예체 교육

우리 학교에서 진행하는 네 가지 문예체 교육이 다른 학교 문예체 교육과 또 다른 점은 문예체 교육과정에서 담임교사들이 함께 참여해서 협력수업을 하면서 아이들의 모습을 세심하게 관찰할 수 있고, 문예체 강사들과 아이들에게 대해서 함께 이야기하면서 특히 문제점이 발견될 경우 협력해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문예체 강사와 담임교사의 협력교육으로 아이들에게 나타난 문제점을 해결한 일이 많습니다. 

우리 학교 문예체 교육이 다른 학교와 다른 점 또 한 가지는, 우리 학교 문예체교육이 아이들에게만 혜택을 주는 것이 아니라, 교사들에게도 유익한 연수의 기회가 된다는 점입니다. 1년 동안 전문강사와 협력수업을 통해 네 가지 문예체 교육 전 과정에 함께 참여하면서, 교사들은 전문강사들한테 네 가지 문예체 교육에 대해 확실하게 배우고 익힐 수 있는 기회를 얻습니다.

우리 학교 교사들은 앞으로 다른 학교에 가서도 이 네 가지 분야에 대한 전문지식을 익혀서 이제는 외부 전문강사가 없이도 스스로 문예체 교육을 할 수 있게 되는 역량이 익힐 것입니다. 우리 학교 문예체 교육은 교사들의 문예체 교육에 대한 확실한 연수이기도 합니다.

 올해 봄학기 4학년과 5학년 수공예 수업에서는 털실로 엮어서 리코더집을 만들었습니다. 아래는 '조소' 작품 전시 모습입니다.
▲ 네 가지 문예체 교육 중 '수공예'와 '조소' 발표회 모습 올해 봄학기 4학년과 5학년 수공예 수업에서는 털실로 엮어서 리코더집을 만들었습니다. 아래는 '조소' 작품 전시 모습입니다.
ⓒ 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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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 네 가지 문예체 교육에 대한 교사와 아이들과 학부모들의 만족도가 높아서 올해도 계속하고 있습니다. 우리 학교의 사례를 본 기존의 '1인 1예', '1인 1악기' 중심으로 문예체 교육을 진행해 왔던 다른 학교에서도, 기존의 문예체 교육에 대한 문제점을 새롭게 짚어보고 우리 학교가 진행하고 있는 네 가지 문예체 교육에 관심을 갖고 올해 새롭게 우리와 같은 문예체 교육을 실시하는 학교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문예체 교육에서 짚어볼 점

그러나 1년 먼저 네 가지 문예체 교육을 실시하고 나니, 이 문예교육에 대해서 생각해봐야 할 점이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초빙한 외부 전문 강사의 강사비 문제입니다. 우리 학교는 작년에 시간당 2만5000원에서 올해 2만7000원을 지급하고 있는데, 네 가지 영역을 1년 동안 다 진행하는데 우리 학교에서 들이는 비용이 강사비만 총 6200만 원 정도가 듭니다. 이 밖에 재료비까지 포함하면 7000만 원이 넘습니다.

지금은 혁신학교 지원금이 있어서 가능하지만, 혁신학교 지원금이 중단될 경우 전문강사 교육은 당장 끊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 학교는 그 뒤에도 지속가능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지원금이 끊어진 뒤에는 교사들이 직접 할 수 있게 하기 위해 교사 연수차원에서 혁신학교 지원금 배정 비율을 이쪽 분야에 많이 배정해 놓고 있습니다.

그 다음이 강사조달 문제입니다. 특히 초등학생한테 알맞은 문예체 강사를 구하는 문제가 어렵습니다. 올해 여러 학교에서 우리 학교 담당교사한테 우리 학교와 같은 문예체 교육을 하고 싶다고 전문강사를 소개해달라는 곳이 많은데, 그동안에 이 분야의 강사 수요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준비된 전문강사들이 없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급하게 요구하는 곳은 많은데 당장 준비된 강사가 적은 것이 문제입니다. 우리 학교의 경우 전문강사 누구 하나가 개인적 사정으로 그만두기라도 하게 된다면, 우리 학교 문예체 교육도 이것으로 끝낼 수 밖에 없는 위태로운 상황에 처해 있을 정도입니다.

또 하나, 교육청과 교과부와 같이 교육정책을 담당하는 분들께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1년이란 기간은 짧지만, 우리 학교에서 진행한 우리 학교 방식의 문예체 교육이 초등학교 문예체 교육으로 매우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봅니다. 교육당국에서는 우리와 같은, 또는 또다른 다양한 문예체 교육이 학교에 펼쳐져서 아이들이 다양한 문예체 교육을 받아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게 학교단위교육과정의 자율권 보장과 전문강사의 처우 문제 같은 재정적, 법적인 장치를 마련해주었으면 합니다.


태그:#서울형혁신학교, #문예체교육, #네가지문예체교육영역, #초등교육, #서울강명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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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만에 독립한 프리랜서 초등교사. 일놀이공부연구소 대표, 경기마을교육공동체 일놀이공부꿈의학교장, 서울특별시교육청 시민감사관(학사), 교육연구자, 농부, 작가, 강사. 단독저서, '서울형혁신학교 이야기' 외 열세 권, 공저 '혁신학교, 한국 교육의 미래를 열다.'외 이십여 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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