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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의 탐사분석으로 꼼꼼하게(특히 꼼꼼하기로 유명한 독일 기자), 기사처럼 쉽게 읽히는 세계 화폐 흐름에 관한 에세이 <화폐 트라우마>
기자의 탐사분석으로 꼼꼼하게(특히 꼼꼼하기로 유명한 독일 기자), 기사처럼 쉽게 읽히는 세계 화폐 흐름에 관한 에세이 <화폐 트라우마> ⓒ 위츠

와! 화폐 이야기가 무협지처럼 재미지다

세계사적 의미를 지닌 결정이라고 해서 늘 신문 1면에 소개되는 것은 아니다. 이따금씩 경제란의 작은 기사 속에 숨겨져 있기도 하다. (화폐 트라우마, 24쪽)

잘 알려지지 않은 신생 출판사(임프린트)의 '재미 없을 것 같은 주제(화폐)'의 책이 독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독일의 경제 전문 기자인 다니엘D. 엑케르트가 세계 화폐의 흐름을 현재적인 시각으로 조망한 에세이 <화폐 트라우마> 이야기다. 페이스북 소셜북스의 독자들은 4월 한 달 동안 소셜리딩(social reading, 함께 읽기)을 하면서 댓글을 달았다. 총 13명의 독자들이 약 40개의 댓글로 참여했다.

일단 책을 받아든 독자들의 반응은 '놀라울 정도로 재밌다'였다. 이동훈씨는 "책을 받자마자 폭풍돌파. 무협소설 읽히듯 흥미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안선희, 김경련씨 등은 "국내 경제동향에도 문외한이었던 내가 세계의 화폐흐름에 대한 히스토리와 미래 예견까지 공부하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김유현씨는 "흥미진진한 내용이 흡인력이 있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화폐 트라우마>는 화폐가 국가와 국민에게 각각 어떤 의미로 다가가는지를 비교하고 화폐 변천사를 통해 화폐의 위상을 설명해준다. 그리고 현재 널리 유통되고 있는 달러화, 유로화, 위안화 등의 분석과 전망을 내놓는다. 이 흐름 속에서 개인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자연스럽게 드러내 주는 책이다. 이 책은 우리가 평소에 신문 등을 통해서 접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사연을 저널리스트의 탐사분석을 통해서 보여준다. 더욱이 기사를 읽는 것처럼 쉽게 흐름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장재호씨 등 이 책을 접한 많은 독자들이 "화폐 경제의 어려운 용어를 모르는 이라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는 평가를 해준 것으로 보인다.

화폐전쟁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화폐 트라우마'는 제목 자체도 무척이나 많은 것을 말해준다. 철학자 스피노자의 유명한 명제인 물심동일설(物心同一說)은 "육체가 보여주는 것에 한해서 마음이 생각할 수 있다"고 하는데, 개인뿐만 아니라 국가의 경우도 자신의 행동과 그로 인해 빚어진 결과에 대해서만 상상을 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더욱이 국가는 개인보다 더 보수적이다. 여기에 행동경제학의 '휴리스틱(heuristic : 경험에 기반하여 문제를 해결하거나 학습하거나 발견해 내는 방법)' 개념을 덧붙이면 화폐 트라우마에 대해서 이해가 된다. 예컨대 미국은 대공황 당시 국가경제가 붕괴하고 경기후퇴가 가중돼 돈줄이 마른 트라우마가 있다. 때문에 미국 정부는 대공황 이후 단 한번도 디플레이이션(deflation : 물가하락, 통화수축)을 정책화한 적이 없다. 아니, 국민이 그런 선택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란 표현이 더 정확할 것이다.

각국은 미국처럼 이런저런 트라우마를 안고 있다. 중국은 청나라 말기부터 외세의 침략을 많이 받고 내전이 극심해 화폐가 수십 번 바뀌고, 화폐의 가치가 다른 나라에 의해서 결정된 경우가 많았다. 위안화의 통제권을 다른 나라에 맡기지 않으려고 기를 쓰고 있는 모습이 이를 증명한다. 일본은 이렇지 못했다고 저자는 말했다.

유로화 역시 유로존의 절대 강자인 프랑스와 독일의 경쟁구도와 각국의 트라우마를 읽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바탕으로 독자들은 세계 화폐의 흐름을 이해했다. 김서현씨는 "이들 국가가 갖고 있는 두려움의 정체를 파악한다면 그들이 앞으로 어떤 경제정책을 펼칠지, 갈등상황에서는 어떤 입장을 고수할 지 예측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선희씨는 미국이 "디플레이션에 맞서는 강도 높은 정책, 예컨대 새로운 화폐 발행 등을 통해 강도 높은 인플레이션 혹은 하이퍼 인플레이션(Hyperinflation :물가상승이 통제를 벗어난 상태로서 수백퍼센트의 인플레이션율을 기록하는 상황)"을 만들 수도 있을 거라고 예견했다. 갚아야 할 빚을 줄이기 위해서다. 김세교씨는 이런 상황이 우려되는 까닭을 주주자본주의를 이용해 추론했다.

즉 "1990년대부터 주주자본주의란 명분으로 시작된 신자본주의는 금융자본의 이익을 위해 배당 등의 단기이익에 집착"하게 되었는데, 때문에 미국은 제조업 기반이 무너지기 시작해 100대 기업에 10개에 못미치는 기업이 있을 정도로 시장경쟁의 약자가 되고 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 자국에게는 이롭고, 세계에는 불리한 정책을 선택할지 모른다. 우리는 슈퍼301조(1988년 제정된 미국 종합무역법에 의해 신설된, 교역대상국에 대한 차별적인 보복을 가능토록한 통상법 310조 조항)의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지 않은가.

자연스럽게 독자들의 우려는 1930~40년대의 트라우마로 이동했다. 김세교씨는 "현재의 금융위기는 기축통화 후보들 간의 화폐전쟁을 예고하고 있다"고 썼다. 2차 세계대전이 벌어지는 상황과 많은 부분에서 흡사하기 때문이다. 저자의 논평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1930년대 초반 각국은 자국화폐를 평가절하하고 철저하게 보호주의 조치 단행(예컨대 높은 관세를 통한 무역 장벽 쌓기) → 강대국들을 중심으로 통화블록 구축 → 블록내의 자본유출입 통제로 고립적이고 적대적인 무역국역으로 세계가 분열 → 재화시장과 자본시장의 맥이 끊김 → 1930년대 말 장갑차와 폭탄을 이용한 국가총동원 사태, 즉 세계대전으로 비화"(52~53면 참조)

여기에 대해서 한국은 어떻게 준비하고, 개인들은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하는가 자문하는 것으로 댓글이 멈췄다. 이 질문에 대해서 속시원한 답변은 나오지 않지만, 적어도 독자들은 "문제가 무엇인지" 제대로 알게 되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소셜북스(http://www.facebook.com/socialbooks)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화폐 트라우마

다니엘 D. 엑케르트 지음, 배진아 옮김, 위츠(Wits)(2012)


#화폐 트라우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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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놀이 책>, <인문고전으로 하는 아빠의 아이 공부>, <공자, 사람답게 사는 인의 세상을 열다> 이제 세 권째네요. 네 번째는 사마천이 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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