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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 23일 오전 9시 20분]

22일, 전북 순창의 사육농가에서 굶어 죽어가던 소 25마리 가운데 9마리가 동물사랑실천협회(이하 동사협)의 노력과 해당 농민의 협조로 구출되었다. 지난 1월부터 시작된 소 값 파동과 사료 값 폭등 탓에 전북 순창에 있는 한 농가에서 사료 값이 없다는 핑계로 소를 굶겨 죽이는 문제가 발생했다. 

동사협은 문제가 발생한 후 현재까지 살아있는 소 25마리 가운데 9마리를 구출했다. 동사협은 이날 오후 2시부는 과천 정부종합청사 앞 광장에서 나머지 16마리 소를 위해서 "정부는 현행 동물보호법을 준수하여 해당 농장주로부터 즉각적인 격리조치 취하라"고 요구하며 농성에 돌입했다.

이후 동사협 회원들은 22일 오후 9시경 농림부 방역총괄과 담당자가 격리 조치를 즉각 취하는 것은 물론 재발 방지를 약속함에 따라 농성을 풀었다.

동사협 박소연 대표는 이와 관련해 "농림부 관계자는 5월 23일, 사건과 관련 보도자료 등을 통해 재발 방지 및 격리 조치를 취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로 했다"며 "이 같은 약속을 받고 농성을 풀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22일 오후 2시경 부터 과천정부종합청사 앞 운동장에 묶여 있던 구출된 9마리 소는 22일 밤 늦게 경기도의 한 농가로 이송되었다. 한편, 이들 9마리의 소에 대해 박 대표는 "소를 키우게 될 농가는 유기농을 하는 농가인데 향후 도축하지 않을 것을 약속했다"고 밝혔다.

뼈만 남아있는 소 9마리... 오전 7시부터 구출해

 오늘 오전 해당농장을 벗어난 9마리 소.
오늘 오전 해당농장을 벗어난 9마리 소. ⓒ 추광규

동사협은 22일 오전에 구출 된 9마리의 소를 오후 2시 과천 정부종합청사 앞으로 싣고 왔다. 소 9마리의 현재 모습은 지난 며칠간 사료를 먹인 탓인지 말랐지만 당장 쓰러질 정도는 아니었다.

이들은 과천정부종합청사 앞 운동장에 도착했지만, 소를 내리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5톤 화물차에 실려온 소는 다섯 시간의 여행에 무척 지친 표정이었다. 육우인 소는 코뚜레가 되어 있지 않아 쉽게 제어되지 않았다.

동사협 회원은 소를 차에서 내리던 도중에 경찰과 충돌했다. 경찰은 불법시위를 한다는 이유로 소 하역을 중단시켰다.

 9마리의 소 가운데 3마리가 내려진 상태에서 경찰과 대치중이다.
9마리의 소 가운데 3마리가 내려진 상태에서 경찰과 대치중이다. ⓒ 추광규


동사협이 밝힌 바에 따르면 구조는 22일 오전 7시를 전후해 시작되었다. 농장주와 사전에 협의하여 뼈와 가죽만 남은 25마리의 소 가운데 9마리의 소를 넘겨 받을 수 있었다.

사건은 지난 1월에 전북 순창의 한 축산 농민이 소 값 파동에 항의하며, 소 9마리를 굶겨 죽이면서 시작됐다. 또한, 지난주 언론보도 등을 통해 이 농민이 지난 4개월 동안 추가로 14마리를 더 굶겨 죽인 사실이 밝혀지면서 충격을 줬다.

문씨가 소에게 사료를 주지 않은 것은 지난해 9월부터로 알려지고 있다. 문씨는 지난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개방과 함께 소 값 폭락과 사료 값 급등으로 정상적인 사육이 어려워지자 자포자기 심정으로 이 같은 일을 했다고 한다.

이에 동사협은 지난 5월 1일 순창의 농장을 직접 방문해 농장주를 설득하여 소가 정상적으로 건강을 회복할 수 있도록 사료 지원을 약속했다. 또, 농장주에게 소를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될 때까지 사료를 제공하겠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런 조치에도 또다시 소가 아사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더는 두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동사협은 소를 농장으로부터 탈출시키기로 하고, 소의 건강 상태를 확인했다. 또, 농장주 문씨로부터 9마리는 데려가도 좋다는 허락을 받아냈다.

동사협 박소현 대표는 "오늘 오전 농장을 방문한 후 모든 소를 데리고 나오고 싶었지만, 농장주 문씨가 나머지 16마리에 대해서는 자신의 뜻이 관철될 때까지는 내줄 수 없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아 9마리 만을 데리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솜방망이 처벌 동물보호법, '소 집단 아사' 불러

 9마리의 소가 정부과천 종합청사에 도착한 직후이다.
9마리의 소가 정부과천 종합청사에 도착한 직후이다. ⓒ 추광규


전북 순창 '소 집단 아사' 사건은 현행 동물보호법이 안고 있는 허점과 법의 맹점을 고스란히 보여 주었다는 점에서 법 개정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학대'의 기준도 애매모호하고, '처벌'도 조항만 존재할 뿐 현실에서는 없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눈으로 봤을 때 큰 상처나 부상 등이 있어야만 학대로 인정된다"면서 "굶겨 죽이면 학대지만 죽지 않을만큼 굶기면 학대가 아니다"라며 동물보호법의 허술함을 지적했다.

실제 동물보호법 14조(동물의 구조·보호)는 '시·도지사'의 학대 받는 동물의 구조와 격리 등에 대해 규정해 놓고 있다. 즉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동물을 발견한 때에는 그 동물을 구조하여 제7조에 따라 치료·보호에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하며"라고 규정되어 있어, 학대받는 동물을 행정기관이 격리조치나 구조할 수 있도록 규정해 놓았다. 

문제는 이번 순창 '소 집단 아사' 사건과 같이 소유주가 명백한 경우에도 외부에서 개입할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 동법 14조 2항에는 "학대를 받은 동물 중 소유자를 알 수 없는 동물"이라고 규정되어 있다. 소유주가 있는 경우에는 학대를 당하더라도 행정기관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전북도청 축산과 관계자는 행정기관이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학대라고는 하지만 명확한 사유가 딱 나오는게 없다"며 "문씨는 물도 줬고, 사료가 동네에 있으면 주고, 없으면 안 주고는 했는데... 그 부분을 학대라고 딱 꼬집어 정의하는게 어려웠다"고 말했다.

또 그는 "소들은 문씨 개인 소유이기에 행정기관에서 강제로 조치할 수 있는 부분이 적었다"며 현행 동물보호법이 안고 있는 맹점을 지적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순창#소 사육농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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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차는 굴러가는게 아니라 뛰어서 갈 수도 있습니다. 물론 화물칸도 없을 수 있습니다. <신문고 뉴스> 편집장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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