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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통합진보당 이석기-김재연 비례대표 당선자.
통합진보당 이석기-김재연 비례대표 당선자. ⓒ 남소연

'부정 경선'으로 당선됐다는 의혹으로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이석기·김재연 통합진보당 당선자를 제명하자는 새누리당의 제안은, 조금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너무 허술하다,

새누리당은 '제명을 통한 국회 입성 저지'의 근거로 헌법 64조를 든다. "국회는 의원의 자격을 심사하며 의원을 징계할 수 있다"는 조항과 국회의원 제명에는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고 규정한 조항에 근거해 여야가 함께 두 당선자의 국회의원직을 박탈하자는 것.

그런데 징계할 명목이 명확지 않다. 두 당선자가 후보가 된 통합진보당 비례 경선에서 총체적인 부정사례 의혹이 드러나고 있지만, 법적으로 사실관계가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경선 부정은 만천하가 아는 사실인데 징계 근거가 되지 않느냐'고 할지 모르지만, 국회의원은 헌법이 임기를 보장한 1인 기관이므로, 그 징계에 대해선 철저한 법적 근거를 갖춰야 한다. 새누리당 스스로 경선부정에 대한 검찰 수사가 조속히 이뤄지길 희망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회의원의 제명'이 헌법에 근거한다지만, 하위법령으로는 경선 부정에 대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점도 제명이 어려운 이유다.

법조계 출신 새누리당 의원 "법적으로 할 수 있는 건 없는 듯"

새누리당이 제안한 제명 절차를 위해선 윤리특별위원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윤리특위는 국회의원으로서 한 행위에 대한 징계를 심사하는 곳이다. 국회의원에 대한 각종 징계사유를 정해놓은 국회법 155조도 '의원이 한 행위'에 대해 징계하도록 명시했다. 쉽게 말해 의원이 아닌 상태에서 한 일에 대해선 윤리위 회부 요건도 충족되지 않는 상황이다.

보수언론이 연일 '종북주의자·주체사상파의 국회 입성 저지' 목소리를 높인 상황에서 어떤 방법이 있을지 새누리당이 검토에 착수한 건 적어도 지난 17일부터다. 그러나 일주일이 지나도록 뾰족한 수를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게 법적 근거가 없는 상황을 잘 보여준다. 법조계 출신의 새누리당 의원은 "법적으로 할 수 있는 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24일 민주통합당에 문제 당선자 징계를 공식 제안한 홍일표 원내대변인은 국회 윤리위 회부 명목에 대해 "부정선거로 자격을 취득한 것이 문제가 있었다는 사유가 될 것"이라면서도 "법률적 요건이 완벽한지는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홍 대변인은 이어 "국민 여론은 통합진보당의 비례대표 경선이 잘못됐다는 것이고, 국회가 대응책을 강구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 상황에서는 법적 요건보다는 국민 여론이 중요하고, 따라서 국민 여론을 등에 업고 제명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론을 업고 국회의원 제명을 강행한다면 앞서 지적한 대로 헌법기관에 대한 징계가 최소한의 법적 요건도 갖추지 못한 채 '여론재판'으로  이어질 수 있다. 

종북주의 아니라면 제명에 협조하라?

법적 근거가 미비해 안 되는 일을 밀어붙이고 있는 점도 문제지만, 야당에 제명을 제안하는 과정도 이상하다. 23일 새누리당이 민주당에 두 당선자를 제명하자는 제안을 하려 한다는 보도가 나오자, 박용진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다음 날인 24일 오전 공식브리핑을 통해 반대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새누리당이 홍일표 원내대변인의 브리핑을 통해 통합진보당 당선자 제명을 정식 제안한 건 박 대변인이 브리핑 한 뒤인 24일 오후다.

이렇게 야당의 반대 의사를 알면서 제안을 하고 나선 건, 야권에 대한 공세로 볼 수밖에 없다. 사상공세와 함께 통합진보당 사태로 야권연대에 회의적인 목소리가 강해지고 있는 민주당의 틈새를 겨냥한 것이다.

보수 언론이 '종북주의 국회 입성 저지'를 목소리 높여 외치고 있는 가운데, 새누리당의 제안이 결국 '너희 당이 종북주의가 아니란 걸 입증하려면 종북주의자 제명에 협조하라'는 공세 수순으로 이어질까 우려되기 때문이다.


#제명#새누리당#사상검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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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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