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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권도전에 나선 새누리당 정몽준 예비후보가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 중 "기업경영을 한 경험이 있다는 걸 자랑스럽게 여기며 바깥세상을 많이 공부하고 경험한 것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우리나라의 미래, 젊은이에게 투자한다는 생각으로 출마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대권도전에 나선 새누리당 정몽준 예비후보가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 중 "기업경영을 한 경험이 있다는 걸 자랑스럽게 여기며 바깥세상을 많이 공부하고 경험한 것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우리나라의 미래, 젊은이에게 투자한다는 생각으로 출마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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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장을 한 북한과 평화공존하는 것이 가능한지 되묻고 싶다. 고향이 북한 쪽인 아버님(고 정주영 회장)이 능력 되는 범위 내에서 북한을 도와주려고 한 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나중에 상당히 낙담해서 '열심히 했는데 북한은 변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하신 적도 있다."

'현대가'와 북한은 두 말이 필요 없는 '특수관계'다. 그런데 정몽준(60) 새누리당 의원은 오래 전부터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에 문제를 제기해 왔고, 지난해부터는 수위를 높여 북한 핵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의) 전술핵무기 재배치 주장도 내놨다. 이에 대해서는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해 새누리당과 보수진영에서조차 비판이 많다. 북한핵을 합리화시켜주고, 동북아에 핵 도미노 상황을 만들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그는 대선 출마 선언을 한 이후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무슨 생각일까. 그에게 가장 묻고 싶은 대목이었다.

지난 29일 서울 신문로 아산정책연구원에서 만난 정 의원은 "북한 문제를 놓고 희망적인 얘기만 하는 건 무책임하다"며 "솔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의원은 "(2010년 6월에) 당대표를 그만 둔 뒤 청와대에서 남북정상회담 추진에 대한 얘기가 나오기에 '바람직하지 않다. 그런 식으로 추진하면 좌시하지 않겠다고 했다'"는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남한에서 반북 분위기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이같은 행보가 대선 전략상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는 것일까.

그는 "솔직해야 한다. 북한 문제에 대해 희망적인 얘기만 하는 건 무책임하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전 위원장에 대해 김정일 위원장과 만나 무슨 얘기를 한 것인지,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분'이라고 했는데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는지 분명하게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 의원은 남북관계 외에 다른 사안들에 대해서도 박 전 위원장에 대해 각을 세웠다. 그는 "새누리당은 1인 정당체제가 됐다"며 "박근혜 의원 개인이나 나라 전체를 볼 때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또 "4·11총선 결과에 대해 우리는 수도권에서 지고 20~40세대에서 졌다, 대선에선 투표율이 더 올라갈 텐데 그 점을 감안하면 어렵다"며 "자만하면 안 된다"고 했다.

다음은 문답 전문.

"대한민국의 미래와 젊은이에게 투자하기 위해 출마했다"

 대권도전에 나선 새누리당 정몽준 예비후보.
 대권도전에 나선 새누리당 정몽준 예비후보.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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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일부터 전국 민심경청 버스투어를 진행하고 있는데, 가장 인상 깊은 방문지를 꼽는다면.
"가는 곳마다 배운다. SSM(대형슈퍼마켓) 관련해서도 얘기를 많이 들었다. 전주 남부시장에선 김완주 전북지사와 함께 시장번영회 사람들과 대화를 나눴다. 지사 말씀이 한 달 두 번 휴업 제도 때문에 재래시장의 매출이 20% 올랐다고 하더라. 이런 얘기들이 새롭게 들렸다. 그동안 강제휴업제도가 효과가 없다거나 시장논리에 역행한다는 보도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이 현장을 다니면 똑같은 것을 놓고 여러 다른 얘기를 들을 수 있다. 공부가 많이 된다."

- 왜 정 의원이 대통령이 돼야 하는지 말해 달라.
"내 장점을 따지자면, 기업을 운영해 봤다. 중국 차세대 지도자라 하는 시진핑·리커창 부주석,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 등과도 긴밀히 얘기를 나눠봤다.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으로 10여 년째 일했다. 대한축구협회장도 17년간 했다. FIFA 부회장도 했다. FIFA는 전 세계에서 영향력이 가장 큰 NGO 아니겠나. 무소속으로 오랫동안 정치한 것에도 장단점이 있다. 정당 경험은 약하지만 정치를 객관적으로 봐 왔다. 많은 혜택을 받은 사람으로서, 저의 경험을 살리고자 한다. 짧게 답하자면 대한민국의 미래와 젊은이에게 투자하기 위해 출마했다."

- 대표공약을 꼽는다면.
"'일자리·사다리·울타리를 만드는 키다리 아저씨'다. 일자리 창출이 최고의 복지라는 건 누구나 알지만 그게 얼마나 어려운지 잘 모른다. 하지만 난 기업을 경영하면서 일자리를 창출해본 사람이다. 나이 서른에 현대중공업 사장이 됐다. 일자리 창출의 어려움을 모르는 이와 아는 이가 다르지 않겠나. 일자리가 근로복지라면 사다리는 계층이동을 가능케 하는 교육복지를 말한다. 특목고·자사고 폐지나 입학사정관제 폐지 공약이 그 예다. 울타리는 사회복지를 의미한다. 현재 4대보험의 보호를 제대로 못 받는 국민 수가 약 1500만 명에 달한단다. 이를 튼튼히 하고자 한다."

- 7선으로 최다선 의원인데, 국회의원으로서의 업적을 꼽아 달라.
"든든학자금(ICL, 취업후학자금상환제)을 처리했다. 당대표 당시 여야 의원들을 설득해 원포인트 국회를 열어 처리했다. 박영선 민주통합당 의원이 제기했던 금융감독원 관련 경제개혁 입법에도 많이 협조했다. 당시 한나라당 내에서도 찬반이 갈렸는데 내가 옆의 의원들을 설득시켜 찬성표를 던지게 했다.(웃음)"

"7인회 원로자문 좋지만... 박정희-노무현 시대 반복 원하는 국민 없다"

- 박근혜 전 위원장의 원로그룹모임이라는 7인회 명단이 공개됐다. 어떻게 생각하나.
"원로들의 자문을 받는 건 좋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분들이 박정희-전두환 정권 당시 분들이란 것 때문에 야권이 문제삼는 것 아닌가. 그 분들도 계속 노력해 왔겠지만, 박정희 전 대통령이 경제발전을 시켰다고 그 시대가 반복되길 원하는 국민은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국민은 있지만 노무현 시대가 반복된다면 좀 답답하지 않겠나. 박 전 위원장이 하기 나름이다. 박 전 위원장이 원로 말고도 젊은 사람들로부터도 자문 받을 것이라고 본다."

- 정 의원의 멘토를 꼽는다면.
"학생 때 지도해 주신 이홍구 전 총리께 많이 여쭤보는 편이다. 2006년 당시 제가 서울시장 선거에 관심이 있다는 언론보도가 나와서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내게 '출마의사가  있냐'고 물어온 적이 있다. 이 전 총리께 물어보니, 단숨에 '하지 말라'고 했다. 2006년에 열리는 독일월드컵에 같이 가자고 해놓고 약속 안 지키냐고 하셨다.(웃음) 당시 무소속이었고 한나라당 내에서도 출마하려는 분이 많았는데, 그런 식으로 입당할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손숙 전 장관님은 개인적인 일부터 정치적인 일까지 상의 드리는 분이다."

- 4·11총선은 새누리당 대선승리의 청신호인가, 적신호인가.
"우리는 수도권에서 지고 20-40세대 투표에서 졌다. 대선에선 투표율이 더 올라갈 텐데 그 점을 감안하면 어렵다고 본다. 만약 우리 내부에서 지금의 통합진보당 사태를 보면서 대선은 잘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면 바람직하지 않다."

- 박근혜 전 위원장에 대해 "10월 유신에 대한 입장을 밝혀라", "당이 (10월) 유신의 그림자에 쌓여 있다"고 하는 등 비판 강도가 세다. 박 전 위원장이 대통령이 돼서는 안 된다고 판단하는 건가.
"'그렇게 말하기는 어렵다. 여론조사서 압도적으로 이기는 분이지 않나. 다만, 어렵다던가, 문제가 있단 생각은 한다. 총선 결과를 놓고 너무 자만하면 안 된다. 박근혜 의원이 당이 어려울 때마다 도움을 준 건 사실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새누리당은 1인 정당체제가 됐다. 박근혜 의원 개인이나 나라 전체를 볼 때도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다. 박근혜 의원과 소통하기 어렵다고 하지 않나.  그가 언제 예비후보로 등록할까? 대답은 '모른다'다. 물어볼 사람이 별로 없다는 거다.

박근혜 의원이 얘기하는 남북관계도 너무 피상적이다. 난 지난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 평양정상회담 당시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갔다 왔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이 성공하기 바랐다. 그러나 햇볕정책의 주요 원칙은 '무력도발은 용납하지 않는다'인데, 북한이 지금 핵무기를 만들었는데 이보다 더 큰 도발이 있나. 핵무기 개발 계획만 있어도 군사도발이다. 또 핵무기는 정치적 협박이기도 하다. 아직도 햇볕정책을 말하는 민주당은 무책임한 것이다. 박 의원도 북한에 대해 분명히 얘기해 줬으면 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나 무슨 얘기를 한 것인지,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분'이라고 표현했는데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는지 분명하게 입장을 밝혀야 한다. 또 경제성장률 목표치나 일자리 창출, 물가 문제 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밝혀야 한다. 그게 국정최고책임자로서 해야 할 일 아닌가."

- 대선 출마 선언 뒤에 밝히겠다고 할 텐데.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원장에게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길 요구하지 않나. 박 의원에게도 해당된다. 두 분 모두 대선주자 여론조사 1, 2등 하는 분들인데 자기 생각을 분명히 밝히지 않고 있다. 결국 대선주자로서 검증받는 기간을 줄이려고 하는 것이라면 바람직하지 않다."

"전술핵 재배치 불가? 아무 것도 안 하는 건 대안 아냐"

 대권도전에 나선 새누리당 정몽준 예비후보가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 중 "북한 문제를 놓고 희망적인 얘기만 하는 건 무책임하다"며 "솔직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권도전에 나선 새누리당 정몽준 예비후보가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 중 "북한 문제를 놓고 희망적인 얘기만 하는 건 무책임하다"며 "솔직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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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부터 한반도에 전술핵을 재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미 국무부는 지난 14일 "한반도 전술핵은 필요 없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정 의원이 국내 보수층을 의식한 정치적 목적으로 이 같은 주장을 한다는 시각도 있는데.
"핵무장을 한 북한과 평화공존하는 것이 가능한지 되묻고 싶다. 북한의 핵무장으로 위협을 느끼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 밖에 없다. 북한은 우리를 군사적으로 두려워하지도 않고 정치·사회적으로 존경하지도 않는다. 무력도발을 해도 큰 피해가 없고 국제사회의 주목도 얻고 경제적 이익까지 된다면 시도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북한의 핵무장 이후 남북관계는 역대 최악의 관계다. 또 미국은 북한의 핵폐기보다 핵확산방지에 더 관심 있다. 중국은 아예 별 관심이 없다. 아래쪽에 있는 인도·파키스탄이 핵탄두 500~600개를 보유하고 있고 러시아가 수천 개를 보유하고 있는데 북한이 5개 정도의 핵탄두가 있는 게 무슨 상관이겠나. 오히려 전략적으로 이익이 된다고 파악할 수도 있다.

미 국방부 고위관리가, 북한이 (내부 갈등 해결을 위해) 서해 섬들과 경기도 일부를 점령하는 기습작전을 구사할 수 있는데 이 경우 휴전을 위해 핵무장이 필요하다고 하더라. 우리가 휴전을 거부해서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하겠다고 협박할 경우, 우리 내부에서 찬반이 갈라지고 미사일 사정거리에 있는 일본도 휴전을 용인할 것이란 설명이었다. 결국 이 상황에서 북한의 핵무장에 대해 우리가 가능한 선택이 무엇일까를 생각해야 한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건 대안이 아니다. 사태가 더 나빠질 뿐이다."

- 그 선택이 전술핵 재배치인가.
"그렇다. 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건 대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사태가 더 나빠질 뿐이다. 북한의 최고 책임자는 '남한 사람들이 핵무기가 얼마나 무서운지 모르니 그렇지, 공포 수위가 올라가면 굴복할 것이다, 그러니 기다리자'고 생각할 것이다.

비공식적으로 알아보면 우리나라 국방 책임자들도 북한의 핵무장에 의해 한반도의 군사적 균형이 깨졌다고 보는 이들이 많다. 군사균형이 깨졌다는 건 불안정을 의미한다. 미 국무부가 전술핵 재배치 필요성이 없다고 본 건 '핵없는 세계'라는 오바마 행정부의 기본 정책 때문이기도 할 거다. 그러나 한국이 (전술핵 재배치를) 결정하면 자신들도 생각해 보자는 이들도 있다."

1차 남북정상회담 송별오찬때 노래 부른 자리에 안 간 이유는

 대권도전에 나선 새누리당 정몽준 예비후보가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아산정책연구원 자신의 집무실에서 선친인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자동차 정비공장 직원들과 함께 금강산 구룡폭포에서 찍은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이날 정 예비후보는 "대선 도전에 나선 정 의원에게 선친이 어떤 조언을 했을까" 하는 기자의 질문에 "지금 살아계셨다면 더 열심히, 담담한 마음으로 하라고 하셨을 것이다"고 말했다.
 대권도전에 나선 새누리당 정몽준 예비후보가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아산정책연구원 자신의 집무실에서 선친인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자동차 정비공장 직원들과 함께 금강산 구룡폭포에서 찍은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이날 정 예비후보는 "대선 도전에 나선 정 의원에게 선친이 어떤 조언을 했을까" 하는 기자의 질문에 "지금 살아계셨다면 더 열심히, 담담한 마음으로 하라고 하셨을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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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권도전에 나선 새누리당 정몽준 예비후보가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아산정책연구원 로비에서 열리고 있는 정주영 추모 사진 전시장을 찾아 선친인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미국 레이건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자신이 통역을 하고 있는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대권도전에 나선 새누리당 정몽준 예비후보가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아산정책연구원 로비에서 열리고 있는 정주영 추모 사진 전시장을 찾아 선친인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미국 레이건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자신이 통역을 하고 있는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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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성공단 폐쇄와 금강산 지역의 우리 국민 철수 등을 여러 차례 주장했고, 최근에는 북한 3대세습 등에 대해서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자 북한은 정 의원을 "시정잡배"라고 비판했다. 현대가와 북한의 관계를 생각할 때, 의아하다는 시각이 많다.
"고향이 북한 쪽인 아버님이 능력 되는 범위 내에서 북한을 도와주려고 한 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나중에 상당히 낙담하시면서 '열심히 했는데 북한은 변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하신 적도 있다. 내가 중국 관리와 얘기하면서 '왜 북한은 중국이나 베트남처럼 변하지 않을까'라고 물어본 적 있다. 그 관리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자신들은 모택동 사후 '공칠과삼(功七過三)'으로 평가했는데, 이게 언뜻 칭찬 같지만 방향을 바꾸는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권력을 세습하고 있는 북한은 그런 평가조차 할 수 없는 사회라고 하더라.

솔직해야 한다. 북한문제에 대해 희망적인 얘기만 하는 건 무책임하다. 2000년 평양정상회담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마지막 송별 오찬을 열었다. 참석자들이 서로 테이블을 오가며 술을 주고 받다가, 김 위원장과 함께 서서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합창했다. 술잔을 들고 테이블을 오가던 난 당시 김 위원장 맞은 편에 서 있었다. 분위기가 어땠겠나. (웃음) 거기 가서 노래를 불러야 할까 생각했지만 결국 안 갔다. 그럴 기분이 안 들었다. 그처럼 노래하는 사람도 필요하지만 떨어져 보는 사람도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 이명박 정부의 지난 4년간의 대북정책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대통령께서 외교·안보·국방·남북관계의 중요성을 초기에 인식하지 못했다고 본다. 초기에 잘 잡아놨어야 했는데 약했다. 대통령과 대담할 때 청와대에 안보전문가가 없다고 솔직하게 말한 적도 있다. 대통령도 여기에 동의하며 빨리 안보 전문가를 둬야겠다고 했는데 3개월 뒤에 천안함 사태가 발생했다. 언론보도를 보면, 이 대통령이 임기 후반에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려고 한 것 같다. 실제로 내가 당 대표를 그만둔 이후 (청와대 쪽에서) 그런 얘기가 나오기에 그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조언한 적 있다. 되레 내가 그런 식으로 정상회담을 추진하면 좌시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이 베를린 등에서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초청하겠다'고 두 번이나 말한 적도 있다. 당시 현인택 통일부 장관에게 '왜 그랬냐, 장관하고 상의한 거냐'고 물어봤더니 '질문이 나와서 원고에 없던 말이 나온 것'이라고 했다.

북한의 실체를 봐야 한다. 북한 정권의 존재 이유를 합리화시키는 것은 딱 하나 적화통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통합진보당 사태도 일어나는 것이라고 본다."

- 지난 1월 출판기념회에서 "보수의 수난시대", "전체주의를 막기 위해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적 스탠스를 확고한 보수로 설정하는 것인가.
"나 스스로 날 보수라 규정하긴 싫다. 다만, 이상주의자와 현실주의자 사이에서 균형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진보와 보수에 대해서도 난 인간 이성을 보다 중시하면 '진보', 역사적 경험에 더 의존하면 '보수'라고 본다. 둘 다 필요하다."

"권력으로 돈 벌 것도 아니고... 정치·대기업 부패 없앨 수 있다"

 대권도전에 나선 새누리당 정몽준 예비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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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누리당은 강령에 '경제민주화'조항을 넣었다. 지금의 '경제민주화' 논의 흐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대기업이 워낙 우리 사회에서 인기가 없어 나오는 현상 아닐까. 어느 정도는 동의한다. 다만 경제민주화를 어떻게 정의내릴 것인가. 경제적 결정권이 소수의 관료, 대기업에게 집중되는 것을 막자는 게 경제민주화라면 소비자 선택권 침해 방지를 중심에 놓아야 한다. 난 경제민주화의 방법은 개방과 경쟁이라고 본다. 가령 중국산 가전제품이 국산 가전제품보다 가격이 싼데 대기업의 유통구조 장악으로 국내로 진입하지 못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소비자 선택권을 침해한 것이다. 물론 대기업의 골목빵집 진출도 잘못됐다. 야구와 비교하자면, 메이저리그 소속팀과 마이너리그 소속팀을 뒤섞은 격이다."

- 사회경제적 양극화가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로 인식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재벌 출신이 대통령 되기는 어렵다는 판단이 많은데.
"그럴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고 정치사회적으로 지위 있는 사람들이 그렇게 (좋지 않게) 해왔기 때문에 이런 인식이 있는 셈인데. 그러면 모든 책임을 내가 지는 셈인가.(웃음) 내게 주어진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겠다. 내가 권력을 갖고 돈을 벌 것도 아니고 오히려 내가 대통령이 되면 대한민국 정치가 부패에서 가장 멀어질 수도 있다. 대기업의 부패도 제일 잘 없앨 수 있고.

그리고 '존재가 의식을 규정한다'는 말을 과도하게 일반화시켜선 안 된다. 인류가 발전한 건 역사적 경험과 인간 이성 양자의 작용이다. 만약 존재와 경험으로만 날 규정한다면 그건 인간 이성의 능력을 무시한 것이다. 인간 이성을 강조하면서 진보임을 자랑해 놓고 존재만으로 규정하려는 건 진보적이지 못한 태도다.(웃음)"

- "오픈 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가 채택되면 제게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본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우리 당이 오픈 프라이머리를 꼭 선택하길 바란다. 하지 않으면 손해 보는데, 대선 전망이 반드시 낙관적이지 않는데, 이 좋은 기회를 차버리면 어떻게 하나. 유권자의 지지는 관심과 참여에서 연결된다. 민주당은 일반 유권자에게 문을 확 열려 하고 있는데 우리는 안 할 수 있나? 게다가 민주당은 9~10월에 오픈 프라이머리를 하려고 하는데 우리는 8월에 후보를 뽑아놓고 구경만 하면 12월 대선에서 이길 수 있겠나. 너무나 상식적이다. 그래서 더 이상 말하지 않으려 한다. 박근혜 의원이 잘 판단할 것이다.

내 개인의 승산을 놓고 보면 쉽지 않을 것이다. 내가 입당한 지도 얼마 안 돼서(2007년 12월 입당) 쉽지는 않겠지만 열심히 하면 기회가 있을 것이다. 후보들 간 토론을 통해 각 후보의 능력에 대해 충분히 검증했으면 한다. 어느 후보든 그것을 생략하려고 한다면 바람직하지 않다."


#정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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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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