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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서 동시에 치르는 통합진보당 새 지도부 선출을 앞두고, 울산시당위원장 선거가 주목받고 있다. 이번 통합진보당 지도부 선거 결과는 부산·울산·경남의 유력 계파, 소위 '범 울산연합'의 선택에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다.

 

언론을 통해 대다수 국민은 통합진보당의 당내 계파 갈등을 접했고, 그만큼 통합진보당 내의 계파 문제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언론에서 울산보다 인구가 몇 배나 많은 부산·경남을 넣지 않고, '범울산연합'이라고 지칭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를 찾자면 지난 1987년 노태우의 6·29 선언 이후 폭발된 노동자 대투쟁의 진원지가 울산이며, 이후 민주노동당 탄생의 산파 역을 한 곳이 울산이라는 데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울산시당위원장 선거... 노동현장 출신과 386 출신 맞대결

 

5000여 명의 당원이 있는 통합진보당 울산시당도 6월 25일~29일 전 당원투표로 시당위원장과 5명의 부위원장, 중앙위원, 중앙대의원을 선출하게 된다. 이번 선거 결과는 통합진보당 중앙당 지도부 선출의 바로미터가 될 가능성이 높다. 

 

울산시당위원장 선거에서 관심을 끄는 것은 노동현장 출신과 386 출신의 맞대결이다.

 

14일 오후 2시 울산시의회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에서 현장 노동계로 구분되는 김진영 울산시의원이 "당원과 노동자, 시민을 주인으로 섬기며 당의 통합력을 다시 세우겠다"며 시당위원장 출사표를 던졌다.

 

그는 "노동자 도시 울산이 진보정치 1번지라는 명예스러운 호칭을 얻은 것은 노동자와 가족들의 지지에 의해 가능했다"며 "하지만 노동 중심성이 사라지며 지지기반을 상실, 4·11 총선의 패배 원인이 되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울산시당은 방만한 사업으로 특정 정치인들의 선거운동 조직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수용해야 한다"며 "당의 투명한 운영과 현장중심, 생활정치를 강화하는 대대적인 혁신으로 현장과 지역의 대중적 지지기반을 복원시키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그의 발언은 통합진보당 울산시당을 이끌어온 소위 울산연합 지도부를 겨냥한 것으로, 중앙당의 선거 양상과 맥을 같이 한다. 따라서 그의 당락 여부는 통합진보당 전체 흐름을 읽을 수 있다. 그렇다면 김진영 의원이 어렵사리 봉합되어가는 4·11 총선 후의 당내 갈등을 다시 끄집어내면서까지 출사표를 던진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19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진행되어 온 진보정당의 흐름에서 찾을 수 있다.

 

지난 14일 출사표를 던진 노동현장계인 김진영 의원은 이번 4·29 총선에서 통합진보당이 울산 6개 지역구 선거에서 참패한 원인을 노동 중심성이 사라진 당의 정체성으로 돌렸다.

 

김진영 의원은 "특정정파 중심으로 운영되는 상근인력을 축소하고 현장과 생활정치 중심 예산으로 재편성하겠다"며 "투명하고 공개적인 예산운영과 철저한 회계감사를 실시하여 당의 신뢰를 아래로부터 회복하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현재 통합진보당 선출직들이 사비를 갹출해, 운영 중인 상근인력을 축소하겠다는 것은 통합진보당 울산시당의 큰 변화를 예고하는 것으로, 만일 이대로 성사되면 당의 운영이나 역량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김진영 의원은 "노동자만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90%에 이르는 일하는 사람들의 희망으로 다시 태어난다는 의미에서의 노동 중심 진보 정당으로 당을 재건설하겠다"며 "울산 동구, 북구만큼이라도 현장 출신 국회의원과 한국의 룰라대통령이 출현할 수 있는 확실한 발판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울산에서 민주당은 존재감 없지만, 통합진보당은 거대 야당

 

이 같은 김진영 의원의 출마선언에 통합진보당 울산시당은 곤혹스런 표정이다. 한 당직자는 "지금은 힘을 모아 당을 재정비할 때인데 이같은 행보는 자칫 당내 갈등으로 비쳐 질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소위 울산연합으로 분류되는 천병태 울산시의원도 출마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천 의원은 14일 기자와 한 통화에서 "내일(15일) 중으로 울산시당위원장 출마를 결정짓겠다"고 말했다. 또 그는 "울산에서 그동안 통합진보당이 노동자와 서민을 위한 정책 개발과 실현에 앞장서 온 것을 부인할 수 없다"며 "중앙당의 일로 울산까지 매도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천병태 의원은 "지금은 당력을 하나로 모아 산적한 울산의 현안을 해결하고, 부조리하고 잘못된 지역 풍토를 바로잡는 노력을 다할 때"라고 강조했다.

 

울산에서 통합진보당 시당위원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민주당이 울산에서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는 반면 통합진보당(당시 민주노동당)은 2010년 6·2지방선거에서 구청장 1명, 시의원 7명, 구의원 17명을 당선시켜 거대 야당이 됐다.

 

특히, 비례대표를 뽑는 당 지지율에서는 34.73% (광역의원 비례대표), 57.01%(북구기초의원 비례대표), 52.96(동구기초의원 비례대표)로 높아 그 위상을 실감케 한다. 따라서 새누리당의 독주를 견제하고, 행정을 감시하는 역할을 하는 통합진보당과 그 리더인 시당위원장의 영향력은 지역 내에서 막중하다.

 

과연, 이번 지도부 선거에서 5000여 명의 통합진보당 당원들은 울산시당위원장과 중앙당 지도부로 누구를 선택할 지 초미의 관심사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통합진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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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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