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복지관 교육 부탁드려요. 입체조는 꼭 넣어주세요."경기도 안산 단원보건소 구강보건실 이현숙 치과위생사의 전화를 받았다. 입체조를 집어넣은 구성으로 6월 14일 단원노인복지관에서 2시간 교육을 했다.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120분 교육은 무리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지만, 일 년에 한 번, 또는 평생에 한 번 받을지도 모르는 이 교육을 통해 직접 실생활에 도움이 돼 드리고 싶었다. 그래서 담당자를 설득시킨다. 2시간 교육이 지루하지 않다고. 실습과 이론이 적절히 들어가니 한 번 해보자고.
14일 인원은 100명 안팎. 단원보건소 구강보건실에서는 개인 칫솔과 치약짜개를 선물로 준비했고, 복지관 측에서는 빵과 과자를 준비해 놓았다. 어르신들 연세는 주로 60대에서 80대 정도로 보인다. 할머니들이 대부분이고, 많은 분들이 틀니를 사용한다.
치과위생사 세 명. 공익요원 1명, 사회복지사 1명. 다섯 명이 교육 순서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정민숙 치과위생사는 강의를 하고, 단원보건소 구강보건실 이현숙 치과위생사와 임은경 치과위생사는 모든 것을 총괄하면서 실습과 준비물을 챙기고, 공익요원은 컴퓨터를 책임지고, 사회복지사는 어르신들을 안내하며 사진을 찍어준다.
"치약으로 닦으신 분 손 들어보세요"
2006년도에 개발한 <노년기 구강관리> 프로그램. 어르신들에게 필요한 구강건강관리에 관한 내용이 모두 들어있어 교육을 할 때마다 고마워하는 매체다. 잘못된 정보를 바로 잡아주는 것. 들어도 자꾸만 잊어버리고 자신의 생각을 고집하는 연세의 노인들에게 쉬운 용어로 쉽게 이야기한다.
"틀니는 치약으로 닦으시면 안 됩니다. 혹시 오늘도 치약으로 닦고 오셨으면 손들어 보세요." 그 순간 웅성거리며 손을 들기도 한다.
"그럼 뭐로 닦아? 치약으로 닦아야지." 이 주의사항은 틀니를 만들어준 치과에서 빠짐없이 해 주는 내용인데, 어르신들은 대부분 문 밖을 나서면 잊어버리나 보다.
"치약 속에는 모래알 같은 것이 들어있습니다. 치아에 붙은 세균막이 너무 단단하게 붙어서 그 세균막을 제거하기 위해 들어있습니다. 그런데 필요한 양보다 너무 많은 양을 쓰면, 치아에 붙은 세균막만 없애는 것이 아니고, 치아표면까지 상처를 만들어 버립니다. 그래서 치약의 양은 새끼손톱정도 양인 완두콩알 한 개 크기 정도로 써야 하는 겁니다. 틀니에 치약을 듬뿍 묻혀서 닦으면 그 표면에 상처가 나고 닳아집니다. 음식을 씹어서도 닳아지고, 잇몸이 줄어서 덜거덕거려 치과에 가서 틀니 아래를 채워 넣기도 하는데, 거기에다가 매일 치약으로 닦아버리면 안 됩니다.
어르신들 옛날에 놋그릇 닦으실 때, 기와를 가루로 내어 짚에 묻혀서 닦으셨지요? 그 가루가 아무리 고와도 닦을 때마다 놋그릇 표면을 깎아내어 번쩍거리며 윤이 나게 하지만, 세월이 지나면 그릇이 얇아지잖아요? 틀니도 똑같이 생각하시면 됩니다.
틀니 세정제는 한 달에 한 번만 사용하시고 평소에는 그릇 닦는 세정제를 사용하셔도 됩니다. 물로만 닦으시면 때가 안 지워져서 냄새도 나고 깨끗하지 않습니다. 그릇 닦는 세정제를 물에 희석해서 거품을 낸 다음 밥그릇, 숟가락, 젓가락들을 닦아, 물로 거품 없이 헹궈내서 엎어놓고 마른 다음 다시 밥 덜어먹어도 이상 없으셨죠? 틀니도 밥그릇처럼 생각하셔요. 그렇다고 칫솔에 세정제를 묻혀 틀니를 입안에 넣고 닦으시면 안 되고요.단지 틀니는 금붕어처럼 마르면 병이 납니다. 깨끗하게 닦으신 후 거품 없이 헹궈서 틀니 통 속에 물을 넣고 보관하세요. 틀니가 입안에 있거나 입 밖으로 나오거나 언제든지 젖어있어야 합니다. 신문지나 종이에 둘둘 말아서 주머니에 넣고 다니시면 틀니가 비틀어져서 안 맞게 되는 겁니다. 밤에 주무실 때도 꼭 빼서 틀니 통, 물속에 틀니가 폭 잠기게 해서 뚜껑을 닫아 보관합니다."
틀니를 1000원 주고 아무데서나 살 수 있으면 좋으련만, 너무 고가라 한 번 만들면 그 틀니의 제 수명을 쓸 수 있어야 한다. 틀니 주인이 틀니 사용법을 잘 알수록 그 수명은 늘어나고, 경제적인 문제나, 섭식 문제가 줄어들 수 있다. 틀니가 올려 져 있는 잇몸을 닦는 것도 처음 안다는 어르신들도 있다. 어르신들 교육은 대규모 인원과 소규모 인원의 장단점이 있으니, 이러한 교육을 많이 받을수록 삶의 질은 높아진다.
이론과 잇솔질 실습까지 모두 한 다음 나눠 준 두 모금의 물로 역시 입 안 헹구는 법까지 하고 나면, 아주 개운한 상태가 된다. 5분 휴식하고 입체조를 한다. 조은별 박사(건강증진재단 구강보건사업팀장)와 황윤숙 교수(한양여대 치위생과)가 국내에 소개한 구강기능향상을 위한 체조다. <입체조>라는 이름은 이 교육을 받은 어르신들이 입으로 하는 체조라고해서 지은 이름이라고 한다.
입 체조, 알아두면 좋습니다모든 사람이 다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고혈압이 높거나 심장수술을 한 사람 등은 제외한다. 9가지(준비체조, 침이 많이 나오는 체조 2가지, 표정을 살려주는 체조 2가지, 씹는 힘을 길러 주는 체조 2가지, 삼키는 힘을 키워주는 체조, 입술의 힘을 키워주는 체조, 말하는 힘을 키워주는 체조, 정리체조)로 구성되어 있다.
입체조는 일주일에 두 번 이상, 삼 개월은 지속해야 효과가 있다. 일회성 교육으로 받을 때는 기억나는 체조를 한 가지라도 하라고 한다. 인기가 제일 많고 효과가 좋은 것은 침이 많이 나오는 입체조다. 몸이 힘들고 피곤하면 제일 먼저 입안에 상처가 나곤 했는데, 입체조를 하고 나서부터 그 증상이 사라졌다.
특별하게 병이 없는 사람은 좋은 효과를 볼 수 있고, 입체조를 하는데도 침이 전혀 나오지 않는다면 반드시 치과에 내원해서 진단을 받아볼 일이다(입체조는 질병을 치료해 주는 것이 아니고 단지 기능을 좋게 해 줄 뿐이므로).
삼키는 힘을 키워주는 입체조는 특히 사레가 잘 걸리는 사람에게 큰 도움이 되며, 음식은 식도로, 공기는 기도로 자기 길을 잘 찾아 내려가게 도와주는 체조다. 코는 위에 있고 입은 아래 있으니, 식도는 목 앞쪽에 있고, 기도는 목 뒤쪽에 따로따로 있으면 좋으련만, 그렇지가 않아 질식사고가 일어나기도 하며, 어르신들은 오염된 타액이 기도로 잘못 내려가 오연성 폐렴에 걸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왜 이런 경우가 생기는 것일까? 최재천의 <다윈지능> 88쪽에서 89쪽에 이런 내용이 있다.
'왜 음식물이 가끔 기도를 막는 일이 발생하는 것일까? 문제는 우리 몸의 배관에 있다. 코로 들이마신 공기와 입으로 들어온 음식물이 목 부위에서 무슨 까닭인지 애써 교차하며 서로 자기 관을 찾느라 힘쓰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이를테면 교통사고들이다. 입보다 위에 있는 코를 통해 들어 온 공기가 애써 목의 앞 쪽 관으로 올 필요가 없도록 기도가 식도 뒤에 위치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텐데 우리 몸은 어찌 보면 식도와 기도의 위치가 뒤바뀐 것처럼 보인다. 반면 음식은 코 밑에 위치하는 식도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 이 문제 역시 소비자들의 빗발치는 원성에 못 이겨 거의 눈가림 수준의 해결책을 내 놓았는데 그게 바로 후두개다. 후두개는 우리가 음식을 삼킬 때는 기도를 막았다가 숨을 들이 마실 때에 열어주는 역할을 하기로 되어있는데, 때로 실수를 해서 음식물이 기도를 막게 되는 것이다. 이 어처구니없는 구조적 결함 역시 조상 탓이다. 그 옛날 우리가 물고기였을 시절에는 물속에서 아가미 호흡을 했다. 입으로 물을 들이 마신다음 아가미를 통해 빠져 나갈 때 산소를 걸러 마시던 물고기들 중 일부가 뭍으로 올라가기 위해 숨쉬기 운동을 시작했다. 숨 쉬기 운동을 하려고 생겨난 콧구멍이 배에 있는 물고기 보다 등에 있는 물고기 들이 훨씬 유리했을 것은 당연한 일이다. 우리는 이때 엇갈린 두 관의 위치를 바꾸지 못한 채 대대로 물려받아 오늘에 이른 것이다. 경제적인 문제를 고려할 필요가 없다면 무슨 재료라도 가져다가 가장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기계를 만들 수 있는 공학자와는 달리 자연선택은 이처럼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것들을 가지고 그저 최선을 다 할 뿐이다.'
120분에 걸친 교육이 진행되는 동안 어르신들은 졸거나 딴 짓을 안 한다. 새로 접하는 내용들을 열심히 따라하며 이해한다. 동영상이 돌아가는 동안 담당사회복지사에게 어르신들에게 줄 선물이 모두 충치유발식품이라고 하며, 방금 이 닦고 입체조까지 한 입 속 상태가 아깝다고 했다.
강당 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120분 동안 최선을 다 하니 서로에게 즐거운 시간이 되었다.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았다. 지역마다 실핏줄처럼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는 보건소 구강보건실 치과위생사들. 지역주민들의 구강건강을 위해 노력하는 그분들의 수고에 비하면, 두 시간의 열강은 무게가 가볍지만, 국민구강건강에 힘을 조금이라도 보태고 와서 발걸음이 가벼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