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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프랑스 르노그룹 카를로스 타바레스 최고 그룹운영책임자(COO)
프랑스 르노그룹 카를로스 타바레스 최고 그룹운영책임자(COO) ⓒ 르노삼성차

예상치 않은 방문이었다. 르노닛산그룹의 카를로스 타바레스 부회장 이야기다. 그는 르노그룹의 2인자다. 최근 은퇴를 밝힌 카를로스 곤 회장의 후임자로 거론되기도 한다. 세계 자동차업계에서 떠오르는 인물 중 하나다. 그만큼 그의 발언 하나가 갖는 무게 역시 다르다.

지난 26일 그가 한국에 온 이유는 간단하다. 르노삼성자동차를 둘러싼 위기를 파악하고,  시장의 불신을 누그러뜨리기 위해서다. 27일 열린 기자간담회 자리 역시 그에 맞춰져 있었다. 그는 르노삼성차의 '매각설', '한국시장 철수설' 등에 대해선 강하게 부인했다. "절대"라는 말까지 써가며, "그럴 일(매각)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르노삼성차에 1조7000억 원을 투자했다", "한국시장에서 성공해야 어디서든 성공할 수 있다"는 등 여전히 한국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도 했다. 이어 그가 생각한 위기 타개책도 내놨다. 르노 삼성차의 부진 원인으로 꼽히는 디자인을 개선하고, 새로운 차를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새차는 소형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으로 내년 하반기께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소형 CUV 투입·디자인 개선한다고 하지만... 신차개발 등 투자의지 안 보여

분명 타바레스 부회장의 발언은 르노삼성차엔 좋은 소식이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탐탁지 않다. 새로운 차를 추가하는 것은 의미가 있지만, 이 역시 1년 6개월 후에나 가능하다. 게다가 경쟁 회사들은 20여 종에 가까운 다양한 차를 갖고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있다. 물론 그들도 새차를 계속 내놓는다. 르노삼성차는 신차 투입해도 5개 차종에 불과하다. 소비자들의 선택에서 여전히 불리하다.

또 과거 '에스엠 파이브(SM5)'만의 높은 품질과 차별화된 서비스 역시 더 이상 르노삼성차의 것이 아니다. 적은 차종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이 신뢰를 보냈던 이유가 사라지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타바레스 부회장의 회견에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전망이 잘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르노 삼성차만의 독자적인 신차 개발이나, 획기적인 디자인과 품질 개선을 위한 투자 등에 대해선 언급조차 없었다. 그는 르노그룹이 이미 1조7000억 원을 투자했다는 점만을 강조할 뿐이었다. 어찌보면, '그동안 투자한 것이 있는데, 당장 손해보면서 떠날 순 없지 않으냐'는 식으로까지 읽힐 정도다.

 프랑스 르노그룹 카를로스 타바레스 최고 그룹운영 책임자(COO),르노삼성자동차 프랑수아 프로보 대표이사(왼쪽)
프랑스 르노그룹 카를로스 타바레스 최고 그룹운영 책임자(COO),르노삼성자동차 프랑수아 프로보 대표이사(왼쪽) ⓒ 르노삼성차

뒤숭숭한 현장은 가보지 않고, 30분 회견 속에 "매각설" 부인에만 급급

실제 타바레스 부회장의 회견 내용을 곱씹어봐도 그렇다. 내년에 선보일 소형 CUV의 경우 르노의 '캡처'라는 이름의 자동차에서 엠블럼만 바꿔 끼우는 수준이다. 기존 차에 대한 디자인 개선 역시 마찬가지다. 르노의 차를 기반으로 해서, 한국 소비자를 약간 고려한 디자인 변경차를 내놓겠다는 생각이다. 신차 개발은 SM7 이후로 아예 중단된 상태다.

이 때문에 직원들의 분위기는 뒤숭숭하다. 연구개발부터 부산 현지공장에 이르기까지 그렇다. 독자적인 신차 개발과 연구를 통한 완성차 회사라는 인식이 사라지고 있다. 이 때문에 회사를 떠나는 직원이 늘고 있다. 최근에만 연구개발부문에서 직원 10여 명이 경쟁회사로 자리를 옮겼다.

전직 르노삼성차의 한 임원은 "르노삼성은 사실상 르노그룹의 아시아 현지 생산기지로 그 위상이 크게 추락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한국 소비자처럼 자동차에 까다로운 시장에서 단순히 르노차를 가지고 와 엠블럼만 바꿔 내놓는다고 얼마나 시장에서 먹힐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르노닛산그룹의 2인자는 한국에 1박2일 일정으로 다녀갔다. 기자회견 역시 30여 분 남짓에 그쳤다. 스스로 아시아 태평양의 거점 회사라면 치켜 세우던 그 역시 정작 부산 현지공장은 가보지도 않았다. 일선 영업점 방문은 아예 계획에도 없었다.


#르노삼성차#타바레스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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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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