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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만원 세대", "삼포세대", "아프니깐 청춘이다", 심지어 급기야는 20대는 개새끼라는 '20대 개새끼론'까지.... 20대 청년들을 무수한 방식으로 호명하는 이런저런 낙인들에 대한 반란을 담은 e북이 나왔다. 청년들의 인터뷰 모음집 <됐고, 청춘일 뿐이다>는, 평안감사도 제 싫으면 그만인 법일진대 정작 본인은 싫다는데 청춘을 둘러싸고 구태여 이런저런 방식으로 어른들의 잣대로 판가름하고 평가하려 드는 이러한 기성세대의 일방적인 도매금에 대한 존재론적인 거부이다. 이들은 반문한다. "20대가 개새끼라면, 기성세대는 '멍멍이'인가?"

'젊어서 고생은 사서한다'는 말이 있다지만, 사실 고생을 안해도 되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게 더 먼저가 아닌가. '너님들'이 젊은이의 아픔을 "아프니깐 청춘이다"라는 위안으로, 청춘이기에 당연하다고 정당화하지 말라! "취업이 안 돼면 눈을 낮추면 되지"라고? 이런 마리 앙뜨와네뜨 같으니! 이 책은 이렇게 멘붕같은 세상에 외치는 11명 청춘남녀들의 신상을 제대로 터는 인터뷰를 담았다.

11명은 제대로 촌철살인이다. "노무현 = 불쌍한 아빠" "이명박 = 술 마시면서 놀이터에서 떠드는 아저씨"(김동환, 민주통합당 청년비례대표 출마자), "진중권 = 입 좌파"(김정도, 사회당 당원), "박근혜 = 수첩(김현진, 칼럼니스트)" "박근혜 = 전력낭비가 심한 백열등 100개를 켜놓은 듯한 아우라 (정휘아, 자유기고가)" 등등 빵빵 터지는 인물평부터 '나'와 '사회'에 대한 다양한 질문들에 대해 11명의 '글빨 쩌는' 청춘들의 시크한 답변을 자유롭게 인터뷰해나가는 형식이다.

질문들은 알바 경험에서부터 명품같은 시덥지 않은 문제들부터 결혼과 연애문제, 프리섹스같은 대략난감하고 뻘쭘한 주제부터 다양한 진보적 지식인들에 대한 평가부터 나꼼수 열풍이나 나아가 청년실업문제나 통합진보당에 대한 생각, 이상적인 사회형태와 같은 후덜덜한 문제들까지 자유분방하다.

이런 질문에 정답은 없다. 아니, 이들은 정답을 요구하는 무한경쟁체제와 스펙쌓기에 거부하고 있는 이들이 아니던가? 유쾌상쾌통쾌하다. 대체 무엇이 그토록 20대 청춘이 징징거리는 것처럼 보인단 말인가? 기성세대는 그만 '아닥'하고, 당면한 청춘들의 문제들을 직접 들어보시라.

11명의 인터뷰이들은 저마다 개취(개인의 취향을 뜻함)가 뚜렷하다. 물론 한 가지 공통점은 있다. 바로 주어진 환경과 처지에 순응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찾아 나선다는 것. 따라서 무수한 시행착오를 겪지만 그러면서 성장해나가는 '패기돋는' 우리네 20대 청년들의 일반적인 얼굴을 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들이 지나치게 정치의식으로 충만한 "손발이 오그라드는" 구세대 운동권들의 고루하고 남루한 모습과 똑같다고 생각하면 그것은 '경기도 오산'이다. 프리섹스나 원나잇 스탠드, 명품이나 성형수술까지 탈정치적인 주제에 대해서도 이들은 노땅들과 꼰대들과는 달리 '시크'하다. 물론 11명의 인터뷰원들의 인적구성은 저마다 칼럼니스트나 정당의 청년비례대표, 혹은 활동가들이다. 어찌보면 스펙이 남보다 좋은게 아니냐!고 볼 수 있겠지만(사실 좋은 스펙은 아니다. 오히려 드세고 말 안듣는다고 기업에서 싫어할 스펙들이지).

그럼에도 이들의 목소리를 맹목적인 기성 정치인들 보듯 도끼눈으로 보지는 말아야 할 이유는, 이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목소리를 내는 이유가 바로 20대 일반의 아픔처럼 자신들의 청춘의 귀중한 시간들이 체제가 강요하는 토익과 취업, 주거난과 실업으로 인해 꽃을피지 못하고 잠식당하는 그런 꼰대들에 대한 '빗 역'을 날리기 위해서이기이기 때문이다.

이들 11명은 우리와 똑같이 살아가는 동시대 청춘들의 한 인간군상의 단면을 보여준다. 단지 이들이 오지랖넓게 먼저 움직였을 뿐이다. 11명의 신상을 털면서 인터뷰집을 읽다 보면, 20대가 스스로 시급하다고 느끼는 당면한 문제가 무엇인지, 그리고 20대의 아픔을 덜어주기 위해 기성세대와 우리 사회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서문에 나온 인터뷰어 조영훈의 말처럼 "청춘들이 각자의 삶에 얽힌 고민과 욕망"을 담은 "우리 사회를 향한 날 선 비판과 독한 교설"이자 "프리 허그(Free Hug)이자 뜨거운 연대"이다. 요즘말로 하면 '츤데레'같은 e북이라고나 할까? 책의 판매수익은 학과구조조정 투쟁에서 퇴학등의 징계처분을 받은 동국대학교 윤리문화학과 학생들에 대한 투쟁 기부금으로 쓰인다. 누이 좋고 매부 좋지 아니한가.

덧붙여서 도무지 방황을 하면서 갈피를 못잡은채 잉여생활을 하면서 너무나 아픈 청춘들에게 이들의 패기있고 시크한 모습들은 일종의 멘토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됐고, 청춘일 뿐이다!"

덧붙이는 글 | <됐고, 청춘일 뿐이다> 조영훈, 김현진외 10명 (지은이) | 상상 모색



#청춘#20대#청년#삼포세대#88만원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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