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의 연임을 강행할 것이란 입장을 밝힌 가운데,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 상임위원이 현 위원장 앞에서 직접 사퇴를 촉구하는 일이 벌어졌다.
장명숙 인권위 상임위원은 23일 오후 인권위 제17차 전원위원회에서 신상발언을 요청한 뒤 현 위원장에게 "청와대 연임 결정 전에 물러나 주길 바란다"며 사퇴를 촉구했다.
장 상임위원은 "지난 3년 동안 인권위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었고 직원들의 자존심 또한 무너졌다"며 운을 뗐다. 그는 "국회 인사청문회 이후 인권위 내부 직원 게시판에 절망적인 글들이 많았다"며 "인권단체들은 연일 인권위를 비판하고 있고, 민주당에서도 현 위원장을 위증 혐의로 고소하겠다고 한다"고 하소연했다.
"현 위원장 연임해도 인권위 정상 아닐 것"장 위원은 이어 "이러한 상실감을 위원장이 직접 봐야 한다"며 "현 위원장이 연임해도 인권위를 정상적으로 이끌어 갈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 위원장에게 간곡히 호소한다"며 "임기 3년이면 충분했다, 인권위 독립성 지키기 위해 결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장 위원은 현 위원장 집무실이 있는 13층 엘리베이터 운행이 차단된 것과 관련해 "인권위 13층 엘리베이터는 운행돼야 한다"며 "뭐가 무서워서 차단하고 있느냐"고 꼬집었다. 그는 또 "현 위원장 사퇴 촉구에 다른 인권위원님들도 동참해주길 바란다"며 퇴장했다.
이에 현 위원장은 "장 위원 말을 깊게 새겨 업무추진에 참고하겠다"고 답했다.
인권위원이 위원장에게 직접 사퇴를 촉구한 경우는 2010년 11월에도 있었다. 현 위원장의 독단 운영에 반대해 2명의 상임위원이 사퇴하며 인권위가 파행을 겪자, 인권위 내외부에서는 위원장 책임론이 대두됐다.
당시 인권위 전원위원회에서 장향숙 전 상임위원과 장주영 전 비상임위원이 현 위원장에게 "안팎의 사퇴 요청에 책임 있는 답변을 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현 위원장이 장 전 상임위원의 발언에 제대로 답변하지 않자, 두 위원은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다.
장명숙 상임위원은 2012년 4·11 총선 출마를 위해 자진 사퇴한 장향숙 전 상임위원의 자리를 이어받아 3월 8일 임명됐다. 그는 한국장애인연합 대표를 역임했으며 여성 장애인 관련 사회활동을 지속적으로 해온 바 있다. 지난 19일에는 안경환 전 인권위원장을 비롯한 전 인권위원들과 함께 영화 <두 개의 문>을 관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