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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보 앞 둔치에 심어둔 메타세쿼이아가 모두 고사해버렸다.
 구미보 앞 둔치에 심어둔 메타세쿼이아가 모두 고사해버렸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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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의 나무들이 하나둘 말라죽어가기 시작하더니, 최근엔 집단적으로 말라죽어가고 있습니다.

무슨 까닭일까요? 그 이유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최근의 극심한 가뭄 때문일까요, 아니면 폭염 때문일까요? 그런데 이상합니다. 낙동강변의 버드나무들은 잎이 무성히 잘 자라는데, 낙동강변에 새로 조성한 이른바 생태공원이란 곳에 새로 심은 나무들만 죽어가고 있습니다.

어찌된 일일까요? 22일 국내에서 나무에 관한한 가장 권위있는 전문가 중 한 사람인 김종원 계명대학교 생물학과 교수와 함께 낙동강 구미보 일대 둔치에 조성된 생태공원을 찾아 그 까닭을 살펴봤습니다.

4대강사업 '낙동강 생태공원'에서 죽어가는 나무들

고아습지. 4대강사업의 손길이 뻗치지 않은 곳은 이처럼 버드나무가 그대로 무성히 자라고 있다.
 고아습지. 4대강사업의 손길이 뻗치지 않은 곳은 이처럼 버드나무가 그대로 무성히 자라고 있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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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사업의 핵심사업 중 하나가 바로 생태공원 조성사업입니다. 4대강에 조성한 생태공원 숫자만 해도 무려 234개로 면적은 130㎢ 여의도면적 40배에 이른다고 합니다. 이 중 낙동강엔 95개의 생태공원이 조성돼 있습니다.

이날 찾아간 생태공원은 부산국토관리청이 지난해 3월부터 11월까지 물푸레나무, 이팝나무, 팽나무, 느티나무, 산딸나무, 소나무 등 1만4000여 그루의 조경수를 심어 조성한 곳입니다. 그런데 이 나무들 중 약 10% 가량인 1500여 그루가 말라 죽었으며 그 외 상당한 수의 조경수가 죽어가고 있습니다. 조경업계에서는 피해액이 1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이 생태공원은 지난 6월 부산국토관리청에서 구미시로 관리권이 이관된 상태입니다.

이렇게 생태공원에 식재한 나무들이 집단 고사한 까닭에 대해 생태학자와 환경단체들은 생태공원 조성 과정에서 객토를 잘못한 데다 수종도 잘못 선택한 탓이라고 지적합니다. 조경수를 식재할 땅은 부식질이 풍부하고 식물이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사질 양토를 사용해야 하는데 모래나 자갈 등을 깔아놓았기 때문에 물이 다 빠져 고사할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현장조사에 동행한 김종원 교수는 강변생태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나무를 식재해 집단 고사케 한 이번 사태를 "고양이 눈알을 떼어내 사람 눈에 박는 것과 같은 어리석은 짓"이라며 국토부를 비난했습니다. 이를테면 "북극에 살아야 할 종을 열대우림에 심은 것처럼 어리석은 짓"이란 설명이었습니다.

또한 "생태공원에 식재된 나무는 대부분 수령이 10년 이상으로 보이는 것"으로 "사람으로 치면 50 정도 먹은 이를 그냥 강변에 내다버려 놓은 것과 같이 어리석은 일"이라며 개탄했습니다. 그러면서 덧붙이기를 "식물 생태에 상식이 있는 이들이라면 환경 적응력이 뛰어난 어린 나무를 심었어야 했다, 이렇게 큰 나무를 심으면 당연히 죽게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김 교수는 이어 "하천 속의 수분이 고르게 연속적으로 분포되지 않고 단절돼 있다"며 "물이 흐르는 곳과 흐르지 않는 곳이 단절돼 있어 수분 구배가 연속적이지 않아 나무들이 말라죽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고수부지 수목식재 현황. 이렇게 많은 나무를 낙동강 둔치에 심었다. 4대강 전체로 따지면 수백만 그루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고수부지 수목식재 현황. 이렇게 많은 나무를 낙동강 둔치에 심었다. 4대강 전체로 따지면 수백만 그루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 자료출처 국토해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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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이들 나무의 고사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여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합니다. 여기에다 1592㎞에 달한다는 자전거도로와 제방에 가로수격으로 심은 나무들까지 합하면 그 피해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이른바 이 생태공원 사업을 위해 적지 않은 예산이 투입되었고, 그 예산의 상당수가 나무 구입과 식재비용인 것을 감안할 때 전형적인 전시행정에 따른 예산낭비 사례, 졸속적인 4대강사업이란 비난도 면하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이와 같이 생태공원에 '생태'는 전혀 없고, 인공적인 공원만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나무들의 집단 고사 사태는 4대강사업의 졸속성을 넘어, 몰생태, 반환경 토건 정부의 전형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것입니다. 

망초로 뒤덮인 '망초공원'... 자연을 제발 내버려둬라

담소를 나누는 공원이란 뜻의 생태공원 담소원은 국토부가 낙동강 항소심 재판부 현장 검증 때 자랑을 한 곳이다. 그런데 지금은 완전히 망초들이 점령해서 망초공원이 되어 있다. 우리는 이를 망조공원이라 부른다.
 담소를 나누는 공원이란 뜻의 생태공원 담소원은 국토부가 낙동강 항소심 재판부 현장 검증 때 자랑을 한 곳이다. 그런데 지금은 완전히 망초들이 점령해서 망초공원이 되어 있다. 우리는 이를 망조공원이라 부른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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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공원의 도보를 뚫고 올라온 망초들의 무리. 망초공원의 전형을 보여준다.
 생태공원의 도보를 뚫고 올라온 망초들의 무리. 망초공원의 전형을 보여준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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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것만이 아닙니다. 그나마 4대강 초대형보 주변의 생태공원은 수자원공사에서 '관리'라도 하지만, 그 나머지 구역은 거의 방치 수준입니다. 그래서 방치된 둔치 일대는 완전히 잡초들로 뒤덮여 버렸습니다. 주로 망초로 뒤덮인 그 광경을 보고 있으면 망초를 재배하는 망초밭으로 오해를 할 지경입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지요?

우리 조상들은 예로부터 망초가 번성하면 농사를 망친다 하여 흉조로 보았는데, 낙동강에 망초들이 지천으로 핀 것은 마치 4대강사업이 '망한' 사업이란 것을 증명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국토관리청 "무더위와 가뭄 영향 탓"
부산국토관리청 관계자는 "7월 말에 낙동강 구간 전체의 조경수에 대해 전수조사를 한 결과 9만5000주의 조경수 중 2400그루 정도가 말라죽을 것으로 확인됐다"며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으나 날씨가 예년에 비해 무더웠고 가뭄의 영향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수목 선정을 하면서 전문가들의 자문을 구했기 때문에 수목 선정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면서 "죽은 조경수는 시공업체의 하자보수기간이 남아있기 때문에 하자보수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망초공원'은 이처럼 '망조공원'이 되어 4대강사업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공산이 아주 큽니다. 이미 망초공원의 관리주체는 관할 지자체로 넘어온 경우가 많은데, 해당 지자체들은 이런 상태의 공원을 넘겨받아 관리할 예산과 인력이 턱없이 모자란 형편이어서 관리에 난색을 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자칫 해당 지자체들의 집단 보이콧 선언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하겠습니다. 

이처럼 4대강이란 거대한 자연은 인간이 '관리'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자연은 인공의 구조물이 아닌 까닭입니다. 따라서 이 거대한 자연을 관리하려 한 4대강사업 발상 자체가 잘못인 것입니다.

그런 까닭에 관리할 예산과 능력이 없는 정부라면 이미 '망조'가 든 이 생태공원들을 더 이상 관리하려 할 것이 아니라, 그대로 놔두는 것이 오히려 더 현명한 처사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자연 스스로가 이 '인공'을 걷어내고 '자연'으로 회복되는 치유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또한 이 망초공원들을 반생태적인 4대강 개발사업의 표상으로 삼을 수 있도록 말입니다.

그러니 낙동강을 제발 그냥 내버려두십시오. 만약 그렇지 않으면 저 고사한 낙동강의 나무들처럼 낙동강의 모든 생명들이 모두 죽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러니 제발!

4대강사업 낙동강 현장의 생태공원과 둔치에 심겨진 나무들의 거의 대부분이 고사해버렸다. 그렇게 낭비된 예산은 도대체 얼마일까?
 4대강사업 낙동강 현장의 생태공원과 둔치에 심겨진 나무들의 거의 대부분이 고사해버렸다. 그렇게 낭비된 예산은 도대체 얼마일까?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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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블로그 앞산꼭지에도 함께 올렸습니다.



태그:#낙동강, #생태공원, #망초공원, #나무 고사, #4대강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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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대구주재. 오늘도 의미있고 즐거운 하루를 희망합니다. <오마이뉴스>의 10만인클럽 회원이 되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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