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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 가보면 젊다는 사람들이 60대 중반이다. 84세 할머니도 계신다. 월남전 때 산악행군하면서 전쟁 치른 기억이 떠올랐다. 어르신들은 철탑을 세우려는 산꼭대기에 더운 날 새벽밥을 해먹고 올라가서 보초를 선다. 정부는 용납할 수 없는 야만적인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 밀양지사 앞에서 '초고압 송전탑 공사'에 반대하며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는 장영달(64) 민주통합당 경남도당 위원장이 한 말이다. 민주통합당 경남도당은 지난 8월 2일부터 이곳에 천막을 설치하고 농성을 벌이고 있다.

민주통합당 도당은 한전이 공사를 벌이기 전에 주민들과 대화부터 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장 위원장은 20일 넘게 천막을 지키고 있다. 철야로 천막을 지키기도 한다. 때로는 할머니들과 함께 송전탑 공사 현장인 산꼭대기에 오르기도 한다.

장영달 민주통합당 경남도당 위원장은 '밀양 송전철탑 반대'하는 문구와 그림이 새겨진 옷을 입고 있다.
 장영달 민주통합당 경남도당 위원장은 '밀양 송전철탑 반대'하는 문구와 그림이 새겨진 옷을 입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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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경제부와 한국전력공사는 지금 짓고 있는 신고리원자력발전소 5, 6호기에서 생산되는 전력을 수도권으로 가져가기 위해 송전선로 공사를 벌이고 있다. '신고리-북경남 765kv 송전선로' 공사인데, 송전탑은 울산 울주 정관면을 거쳐 경남 양산·밀양, 경북 청도 등에 걸쳐 총 161기가 세워지고, 밀양에만 69기가 들어선다.

주민들은 765kv 초고압 송전탑이 들어설 경우 온갖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밀양 단장·산외·상동·부북면 주민들은 대책위를 꾸려 활동하고 있고, 반면 밀양 청도면 주민들은 한전 측과 송전탑 공사에 합의했다.

주민들은 끈질기게 싸우고 있다. 고 이치우(74) 어르신이 지난 1월 분신 사망했으며, 폭염 속 공사 강행에 반대하던 3명의 할머니·할아버지들이 쓰러져 병원 치료를 받기도 했다. 또 여성인 민주통합당 소속 문정선 밀양시의원은 지난 25일 공사 인부들로부터 폭행·추행을 당해 병원에 입원했다.

다음은 28일 장영달 위원장과 나눈 대화 내용이다.

"국민 생존권 달린 문제, 여당이 앞장 서서 공동조사단 구성해야"

- 왜 천막농성인가?
"처음에는 밀양에서 초고압 송전탑 공사를 하는지 몰랐다. 보니까 주민과 합의 없이 공사를 강행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고압철탑을 강행하는 과정에서 마을주민이 분신하기도 했다. 또 우리 당 소속이면서 여성인 문정선 밀양시의원이 주민들과 함께 싸운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게 되었다. 거기 가 보았더니, 부모형제 같은 분들이고, 할머니·할아버지들이셨다. 이런 상황이 계속 된다면 또 돌아가시는 분이 생길 수 있고, 다치는 분들도 나올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한전과 정부 당국이 주민들과 대화를 통해 해결할 것을 촉구한다."

- 한국전력공사에 하고 싶은 말은?
"아무리 국책사업이라고 하더라도, 아직 발전소가 지어진 것도 아닌데, 힘없는 서민들이 사는 마을로만 주로 진행되는 공사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해서 공사를 강행해서는 안된다. 주민들은 조상 대대로 터를 잡고 살아 왔고, 생활의 터전이다. 주민 동의 없이 강제로 공사를 강행한다는 것은 독재국가에서나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다. 한전은 주민과 대화, 합의를 통해 공사를 해야 할 것이다."

- 지식경제부가 이 사업을 추진하는데?
"정부도 마찬가지다. 국책사업이라고 해서, 정부가 하는 사업이기에, 국민들은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어서는 안된다. 과거 군사독재시절처럼 주민의 의사를 무시하고 공사를 강행하는 방법을 해서는 안된다. 즉각 중단하고 한전이 주민과 진지하게 협상을 진행하도록 지시해야 할 것이다."

- 송전탑 반대 주민들과 함께 해보니 어떤지?
"주민들은 산업사회를 지탱시키기 위해 아들·딸들을 대부분 도시로 보낸 부모들이다. 자식들은 도시에 살고, 고향을 지키는 촌로들이 대부분이다. 그런 할머니·할아버지들의 삶을 짓밟고 공사를 강행해서는 안된다. 가서 보면 알겠지만, 60대 중반이 제일 젊다. 84살 할머니도 산에 오른다. 그런 분들은 며칠이 아니라 1년 넘게 싸우고 있는 것이다."

민주통합당 경남도당은 지난 8월 2일부터 한국전력공사 밀양지사 앞에 천막을 설치해 놓고 '밀양 송전탑 공사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장영달 위원장은 현장을 지키며 철야 농성하기도 한다.
 민주통합당 경남도당은 지난 8월 2일부터 한국전력공사 밀양지사 앞에 천막을 설치해 놓고 '밀양 송전탑 공사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장영달 위원장은 현장을 지키며 철야 농성하기도 한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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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전력공사가 천막 철거를 요청했는데.
"한전 측은 지난 24일까지 천막을 철거해 달라고 했다. 일방적인 철거 요청이었다. 우리가 한전 지사 앞 마당에서 천막농성을 하고, 철야로 그 곳을 지켜 왔는데, 한전 측은 누구 한 사람이라도, 한 번도 와서 어떻게 하자고 하는 말이 없었고, 일방적으로 천막을 철거해 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군사독재 때 훈련되었던 사람들의 못된 행동으로 비춰진다. 만약에 한전 측이 천막을 철거한다면 또 죽는 주민들이 생겨날 것이라고 판단하기에, 우리는 주민들의 안전이 보장된다는 담보 없이는 철거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공당으로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 한전 마당을 떠날 수 없다."

- 문정선 밀양시의원이 부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했는데.
"가녀린 여성의 몸으로 그동안 주민들과 함께 해왔다. 엊그제 헬기로 자재를 실어 나르는 모습을 보고 저지하기 위해 출입문 아래로 들어가려고 하다가 인부들에 의해 폭행·추행을 당했다. 용납할 수 없다. 민주당 중앙당 차원에서도 대처할 것이다. 민주당 소속 여성 국회의원들이 밀양을 방문해 현장 조사를 벌이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 밀양 송전탑과 관련해 새누리당에 하고 싶은 말은?
"새누리당 소속 현직 엄용수 밀양시장과 조해진 국회의원은 선거기간 내내 마이크에 대고 당선되면 밀양에 피해를 주는 철탑은 절대로 서지 못하도록 앞장서 해결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그러니까 정치하는 사람들을 보고 거짓말을 한다고 하는 것이다. 경남도의원이며 밀양시의원들도 선거 때 약속처럼 철탑이 들어서지 못하도록 하든지, 아니면 한전과 주민들이 합의할 수 있도록 하든지 해야 할 것이다. 엊그제 문정선 의원한테 병문안을 갔더니, 새누리당 소속 밀양시의원들이 왔더라. 자기들도 문정선 의원과 같은 마음인데, 앞서 나서지 못해 안타깝다고 했다."

- 국회 진상조사를 요구하던데.
"밀양에서 주민들이 온갖 피해를 입고 있다. 목숨까지 잃는 일이 벌어졌다. 그런데 국회가 가만히 있어서는 안된다. 강창일 국회 지식경제위원장이 여야 간사한테 진상조사단 구성을 요구했는데, 새누리당 간사가 거부해서 만들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밀양 송전탑은 국민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다. 여당이 앞장 서서 지금이라도 공동조사단 구성에 나서야 할 것이다."

- 국회 진상조사단이 꾸려진다면 어떤 부분을 조사해야 하는지?
"설계부터 의혹이 있다. '신고리'에서 생산되는 전력을 수도권으로 가져가는 것인데, 가장 빠른 길로 가야 한다. 밀양 주민들 사이에는 갖가지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다. 경북 출신의 유력 정치인의 지역구와 밀양 출신 유력인사의 동생이 있는 땅을 피해서 송전선로가 그어졌다는 것이다. 초고압 송전탑을 꼭 해야 하느냐 하는 의문도 있다. 여러 현안들에 대해서 전문가들과 토론하고 협의를 거쳐야 할 것이다. 근본 대책을 세울 수 있도록 국회 진상조사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또 주민이 죽는다."

- 앞으로 계획은?
"지식경제부와 한국전력공사가 공사를 강행한다면 저와 민주통합당 경남도당은 현장에 가서 주민들과 같이 투쟁할 것이다. 지금까지는 한전이 주민과 대화하라고 촉구하는 차원이었는데, 앞으로는 주민 생존을 공동으로 보존하기 위해 깊숙이 개입하는 투쟁에 동참할 것이다."


태그:#밀양 송전탑, #장영달, #민주통합당 경남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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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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