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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일본 후꾸오까로 떠나는 여객선 앞에서
 부산에서 일본 후꾸오까로 떠나는 여객선 앞에서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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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에 가보고 싶었다. 사전에 이리저리 알아보고 여행 방법도 다양하게 생각해 봤다. 갈 곳은 큐슈로 정했다. 그러나 아무리 가깝더라도 바다를 건너가기가 쉽지는 않았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났다. 차일피일 미룬 여행은 거의 가지 않는 것으로 굳어지고 있었다.

그러다 여름이 왔다. 7월 말, 아내가 계획했던 일본 여행을 가잔다. 그것도 애들 방학에 맞춰서... 애들 방학은 8월 초 딱 3일이란다. 올해 고1인 아들과 함께 여행을 갈 수 있는 마지막이라면서 말이다.

여행 예정일 4일 정도 남기고 여행을 가자면 어떻게 해야 하나. 아무 계획도 세우지 않았는데. 그래서 여행사로 부랴부랴 알아봤다. 다행히 여행 상품이 있단다. 여행 이틀을 남기고 부산에서 배를 타고 떠나는 패키지 상품을 예약했다.

외국으로 나가는 배, 아주 작을 수도 있다

지난 1일 새벽에 일어나 부산으로 향했다. 어둠이 걷히면서 도로 위로 일출을 보고 가는 것이 마치 해를 찾아 떠나는 기분이다. 하늘은 맑은데 바다 기상이 안 좋은 것 같다. 혹시나 배가 뜨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전화가 없는 걸로 봐서 배가 가려나 보다. 부산국제여객선터미널에 차를 대고 대합실에 들어서니... 북적거린다. 와! 배로 일본 가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나? 외국 여행은 비행기만 생각을 했는데, 또 다른 세상으로 들어선 것 같은 기분이다.

배는 생각보다 작다. 외국까지 가는 밴데 이렇게 작아도 되나? 303톤, 300명 정원이다. 배는 부두를 떠나고 오륙도 옆을 지나면서 유유히 부산을 빠져 나간다. 바다는 하얀 파도가 일고 있다. 심상치 않은 바다다. 그런데 생각보다 배는 진동이 없다. 괜찮네. 멀미 걱정도 했는데 그럭저럭 편안하게 바다를 달린다.

1시간 정도 지나니 대마도가 보이고 바다는 다시 망망대해다. 그렇게 3시간 정도 달리니 어스름하게 섬들이 보인다. 작은 섬들이 점차 커지더니 일본으로 들어서는 기분이 든다. 만을 따라 한참을 들어가서 도착한 곳은 하카다항. 배 도착지는 후쿠오카라고 했는데? 후쿠오카와 하카다는 별개의 도시였는데, 후쿠오카로 통합 됐단다. 도시 이름은 후쿠오카라고 하고, 역이나 항만 등 주요 명칭은 하카다로 쓰기로 했단다.

하카다항에 내려니 공기가 상쾌하다. 제주도에 도착하면 느끼는 기분이랄까. 아마 비슷한 분위기다. 그리고 외국 여행마다 겪는 입국 심사. 기다리기가 지루하다. 오랜 기다림 끝에 입국 심사를 마치고 일본으로 들어서니 기분이 좋다. 터미널 창밖으로 처음 마주한 일본 풍경은 이국 풍경으로 다가온다.

살아가는 풍경이 너무나 비슷한 두 나라

패키지 상품의 좋은 점은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된다. 터미널을 나오니 버스가 기다리고 있다. 그냥 처음 본 낯선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버스에 동승한다. 그렇게 일본 여행은 시작된다. 버스는 후쿠오카 시내를 서서히 벗어난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회색빛 도시. 그러면서도 옛날 분위기가 그대로 살아있는 풍경이다. 기와집과 목조주택이 빌딩들과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후꾸오까 시내 풍경
 후꾸오까 시내 풍경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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벳푸에 있는 유노하나 마을
 벳푸에 있는 유노하나 마을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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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태운 버스는 시내를 벗어나 고속도로를 달린다. 창밖 풍경은 우리네 풍경과 별반 다른 게 없다. 그런데 기분은 점점 이상해진다. 왜 우리나라와 비슷한 느낌을 받는 것인지... 마을마다 잘 단장된 풍경에서 새마을 운동이 연상되고, 네모지게 잘 정리된 논은 한 때 열심히 했던 경지정리 사업이 떠오른다. 도심과 들판에 잘 정비된 하천은 우리나라 곳곳을 파헤치고 있는 하천정비 사업이 보인다.

산은? 삼나무와 편백나무가 빽빽한 숲에서 산림녹화사업으로 조성된 우리나라 휴양림들이 겹쳐서 보인다. 우리나라는 이른바 '짝퉁'인 것일까. "잘살아보세"라는 구호아래 획일적으로 벌인 사업들이 일본 따라하기였나? 내가 삐딱한 건가? 마을을 가로질러 갈 때 받은 느낌은 너무나 친근하다. 우리네 시골풍경과 다르지 않다. 논에는 벼가 자라고, 마을은 모양만 다른 기와집들이 모여 있다. 우리네와 다른 건 지붕이 화려하지 않다는 거. 편안한 느낌이다.

온도계가 100도까지 올라가는 온천의 용도는...

비가 내린다. 그냥 맞아도 될 정도. 처음 관광한 곳이 온천으로 유명한 벳푸시다. 유노하나 유황재배지. 유황을 재배한다고? 유황성분이 있는 온천물을 그냥 버리는 게 아까워서 유황을 재배하는 기술을 개발했단다. 물을 가두고, 볏짚을 덮고, 오랫동안 결정체가 되기를 기다리는 작업. 그래서 유노하나는 온천의 꽃이란다. 대단하다. 아들이 아토피가 있어 하나 샀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첫 여행지에서 가이드가 생각보다 가격이 비싸다고 하는 말이 들린다.

유노하나 유황재배지. 온천물로 명반이라는 결정체를 만든다.
 유노하나 유황재배지. 온천물로 명반이라는 결정체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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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에는 유노하나 등 다양한 물건들을 판다.
 가게에는 유노하나 등 다양한 물건들을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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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전통 방식으로 사우나 같은 집들을 만들어 놓고 안에서 온천을 즐길 수 있게 돼 있었다. 일본은 온천의 나라라더니... 색다른 것은 화려한 온천이 아니라 옛날 방식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자유여행이라면 잠시 온천을 할 수도 있겠는데. 안타까운 마음만 든다. 패키지여행의 단점. 정말 즐기고 싶은 게 있어도 가이드가 시간을 만들어 주지 않으면 즐길 수가 없다.

벳푸시는 땅만 파면 온천이 나온다고 한다. 그래서 신이 내린 땅이라나. 온천중에는 이름도 섬뜩한 지옥이라는 곳이 있다. 우리가 찾은 가마도지옥은 이곳에 있는 여러 지옥 중 하나다. 가마도지옥 입구에는 커다란 솥이 있다. 이 솥으로 밥을 해서 신사에 바친다고 해서 솥지옥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근데 온천을 왜 지옥이라고 했을까. 가이드로부터 들은 지옥의 유래가 참 흥미롭다. 일본이 16세기에 개방을 하면서 기독교도 같이 들어오게 된다. 기독교가 유입되자 새로운 종교에 매력을 느끼고 신자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당시 일본을 지배하던 막부에서는 급속도로 확장되는 신흥종교에 불안감을 느껴 탄압을 하기 시작했다. 탄압의 방법으로 펄펄 끓는 온천이 나오는 곳을 지옥이라 부르고, 신자들이 개종을 하지 않으면 지옥으로 들어가라고 했단다. 너희들이 믿는 신이 지옥해서 구원해 줄 것을 믿는다면 말이다. 지옥 온천에 꼽혀 있는 온도계는 85도가 넘는다. 100도가 되는 곳도 있다. 정말 생지옥이었겠다.

가마도지옥의 온천연못. 물빛이 푸른빛을 띄며 온도가 85도나 된다.
 가마도지옥의 온천연못. 물빛이 푸른빛을 띄며 온도가 85도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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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도지옥 온천연못. 온도계가 100도를 넘었다. 끓이지 않고 100도를 넘는 게 신기하다.
 가마도지옥 온천연못. 온도계가 100도를 넘었다. 끓이지 않고 100도를 넘는 게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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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증기가 자욱한 온천지옥에서는 온천물에 삶은 계란을 판다
 수증기가 자욱한 온천지옥에서는 온천물에 삶은 계란을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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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형태의 온천지옥은 흥미를 유발한다. 흙이 끓는 곳, 수증기를 마시면 감기가 예방된다는 뜨거운 김이 나오는 곳. 파란색 물빛이 온천 속으로 들어오라고 유혹하는 곳 등등. 물빛이 푸른색을 띄게 되는 것은 열탕의 온도와 넓이에 의해 성분의 결정 상태가 다르기 때문이란다. 가마도 지옥에는 두 개의 온천 연못이 있는데 작은 곳에 있는 물빛이 더욱 푸른 빛이다. 족욕하는 곳이 있어 잠깐 발을 담근다. 삶은 계란을 먹으면 젊어진단다. 당연히 먹어본다.

우리나라 호텔에도 한복을 비치한다면...

일명 패키지여행. 여행 고수들은 웃을 지도 모르지만 가장 쉽게 갈 수 있는 여행이기에 선택한다. 시간이 없고 준비할 여유가 없을 때. 단점은 정말 갔다 오면 뭔가 허전하다. 시간에 쫓기듯 관광하다보면 여유가 없다.

일본에 오고 싶었던 것도 자유롭게 여행하면서 다양한 온천을 경험해보고 싶었는데 그리 쉽지가 않다. 우선 비용도 많이 들고, 계획도 오랫동안 세워야 하고, 그리고 가장 고민을 한 것은 언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가이드가 준비한 식사를 하고, 가이드가 지정해준 방에서 잠을 자야 한다.

일본까지 와서 컴퓨터를 하고 싶어하는 아들
 일본까지 와서 컴퓨터를 하고 싶어하는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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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전통옷인 유카다. 입어보니 생각보다 편하다.
 일본 전통옷인 유카다. 입어보니 생각보다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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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온천이 딸린 호텔에서 자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나마 호텔이 깨끗해서 마음이 놓인다. 얼마 전 국내 어떤 호텔에서 일본 전통복장인 유카타를 비치해서 물의를 일으켰던 일이 있었다. 옷장에 유타타가 있어 입어보니 편안하다.
무작정 거부감을 가질 게 아닌 것 같다. 우리나라 호텔에 일본 전통 옷이 있는 것을 문제 삼을 것이 아니라, 한복을 비치하지 않은 것을 부끄럽게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일본에 간 외국인으로써 일본식 옷인 유카타를 입은 기분은 사실 좋다. 거꾸로 외국인이 우리 호텔에 비치한 한복을 입었다면 같은 기분을 느끼지 않을까.


태그:#규슈, #온천, #유노하나, #지옥, #유카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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