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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 흥사단 강당에서 열린 '학교폭력 가해사실 학생부 기재' 관련 토론회 모습
 대구 흥사단 강당에서 열린 '학교폭력 가해사실 학생부 기재' 관련 토론회 모습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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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교육과학기술부가 학교폭력을 저지른 학생의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에 그 내용을 기록하고 졸업 후 5년까지 보존하겠다는 지침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교사와 학부모 등이 참여하는 토론회가 열려 관심을 모았다.

대구인권위원회와 대구학생인권연대 주관으로 지난 5일 오후 7시부터 대구흥사단 강당에서 열린 이 토론회에는 현직 교사와 학부모단체, 학생 등이 참석해 토론을 벌이고 생활기록부 기록에 문제점 등을 토론했으나 대구교육청 관계자는 참석을 요청받고도 참석하지 않아 빈축을 샀다.

토론회에서 손호만 대구자연과학고 교사는 학생부 기록이 심각한 범죄를 저지른 학생보다는 우발적으로 폭력을 저지른 많은 학생들이 피해를 당할 우려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손 교사는 "교과부 장관이 학교폭력을 반드시 기록하라고 지시하면서 청소년이 범죄로 소년원에 간 경우에도 기록하라고 했다가 나중에 문제가 되니 일선학교에 공문을 보내 소년원에 간 경우는 기록에서 빼라고 했다"며 "형사상 문제가 될 정도로 심각한 범죄를 저지른 학생들은 학생부에 기재되지 않고 경미한 조치를 받은 학생들이 학생부에 기재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여정희 참교육학부모회 활동가는 "학생들의 문제는 여러 고민이 필요함에도 학교가 고민하지 않고 단순히 폭력을 줄여보겠다는 시도에 불과하다"며 "교육적인 방안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여 활동가는 "일부 학생들에게 경각심을 줄 수는 있으나 실수로 가해학생이 된 학생은 대학에 갈 때나 사회에서 피해를 당할 수 있다"며 "학교 폭력은 은밀하게 이루어지고 학생들은 폭력이 드러나지 않아 오히려 학교폭력을 억제하는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가해자와 피해자를 판단하기 위해 상담을 할 경우 폭력사태를 숨기게 되는 상황도 있을 수 있어 더욱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며 "가해자가 상응하는 처벌을 받아야 하지만 교과부의 생활기록부 기록은 이중처벌"이라고 주장했다.

"학생부에 기재되어 통제받는 게 정상적인 교육인지 생각해 볼 문제"

 대구 흥사단 사무실에서 열린 '학교폭력 가해사실 학생부 기재' 관련 토론회 모습
 대구 흥사단 사무실에서 열린 '학교폭력 가해사실 학생부 기재' 관련 토론회 모습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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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인권연대 아수나로의 진냥 활동가는 "죄를 지은 사람들의 경우 전과기록을 조회할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이지만 학생부에 폭력 기록을 기재하게 되면 누구나 볼 수 있다"며 어린 학생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진 활동가는 "폭력의 가해자가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며 "그러나 과연 복수가 피해자가 바라는 최선인지 교육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학생부 기록은 헌법적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학생부의 기록은 학생들을 교화할 능력이 우리 사회에 없다는 것을 방증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최창진 평화캠프 대구지부 사무처장은 "학생들이 봉사활동을 할 때 가점을 받고, 폭력을 휘두르면 학생부에 기재되어 통제받는 게 정상적인 교육인지 생각해 볼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체벌을 통해 학생들을 통제하던 사회에서 지금은 감시하며 통제하는 사회로 변했지만 달라진 것은 별로 없다"며 "교육을 담당하는 사람들이 먼저 반성하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학부모들은 "학교폭력 대책을 이야기하면 정부와 교육 관계자들은 가해자의 처벌 중심뿐"이라며 "가해자를 아무리 엄중히 처벌한다 하더라도 폭력이 완전히 뿌리뽑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음성적인 폭력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대구교육청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학생부에 기재하더라도 학년 말이 되면 학생의 행동 변화에 대해 기재하기 때문에 더욱 나아질 수 있다"면서 "학생부에 기재하지 말라는 것은 성적표를 기재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또 "학생부에 기재하는 것이 인권 유린이라면 성적을 기재하는 것도 인권유린"이라며 "일부 시민단체에서 요구하는 데로 한다면 공교육은 무너질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편 대구교육청은 지난 8월까지 전체 초중고등학교 학생 1700여 명에 대해 폭력 내용을 학생부에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생활기록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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