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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히 죄 지은 것도 없는데 요즘 계단에서 앞에 짧은치마가 보이면 겁부터 덜컥 난다. 참으로 흉흉한 세상이라 도대체 눈을 어디다 둬야 할지 모르는 묘한 스트레스에 휩싸인다. 그렇지 않아도 겁에 질린 내 앞에서 치마를 황급히 가방으로 가리는 저 행동은 분명 속옷을 보이지 않으려는 '강한' 의지임에 틀림없다.

 치마입고 계단 올라갈 때 가방으로 가리는 여자, 불쾌하신가? 그렇다면 한 두 템포 멈춰 기다렸다 오르면 된다.
ⓒ 영화 '7년만의 외출'

게다가 정황상 이것은 반대로 뒤에 따라오는 내가 예비범죄자라는 '강력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갑자기 힐끗 돌아보기라도 한다면? '너 지금 내 속옷을 보려고 하는 변태 아냐?'라고 표현하는 것 아니겠는가. 뭐, 물론 노리고 쳐다보는 사람도 있겠지만 난 결코 아니다. 더욱 억울한 것은 해명 할 기회조차 없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치한이 결코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난 아예 한두 템포 멈춰 섰다 계단을 오르곤 한다. 왜 언제부터 난 계단 아래에만 서면 이렇게 작아지게 된 것일까? 그렇다, 오해받는 느낌이라 기분 나쁘다는 반발보다는 그동안 일부 남성들의 행동도 반성해야 한다.

요즘 신문보기 참 두렵다. 신발에 렌즈 숨겨 찍는 것은 이젠 원시적 방법. 시계 몰카에 가방 몰카, 볼펜 카메라까지 최첨단 장비를 악용, 여성들의 신체부위를 몰래 찍다 적발된 사례는 얼마나 많은가? 또 그렇게 찍힌 사진과 동영상은 얼마나 널렸던가? 음란물의 '해방구'라는 p2p사이트에 오른 몰카 동영상과 불법 성인물에 허우적거리는 남성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과연 누가 여성들을 이렇게 만들어 가고 있는가?

야동을 한 번도 안본 자, 나에게 돌을 던지라

며칠 전 음란물을 내려받아 보관하고 있다가 적발된 수십여 명의 남성들을 너무 '불량+불결+불쾌+불편+불쌍'하다고 단죄하지는 마시라. 그들은 운이 지독히도 나빠 시범케이스로 단속되었다고 생각하면 또 관점이 달라진다.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라. 인터넷을 알게 된 후 야사나 야동 한 번 보지 않았다고 자부할 수 있는가? 다행히 들켜서 낭패 본 일이 없어 그렇지 잽싸게 모니터를 끄고 까만 화면만 바라보거나 후다닥 창 닫기(Alt+F4) 한두 번 해보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는가?

성인남자의 99%는 음란물을 봤다고 하는데, 내 남자는 그중 1%에 속할 거라 믿는 건 극히 오산이다. 그의 컴퓨터를 찬찬히 살펴본 후에는 당신의 믿음이 달라질지 또 모를 일이다. 아이콘의 이름이 바뀌어 있거나 특정폴더에 미로를 만들어 복잡하거나 system32 폴더, Program files 폴더에  'OOO녀', 'XX연인', 'YY녀'로 시작하는 파일이 숨겨져 있을지 모른다.

"중고딩 때 잠깐 보긴 했는데 재미가 없더라고… 별로 끌리지도 않고… 난 게임이나 영화 보는 게 더 적성에 맞아서, 지금은 안 본 지 오래됐어"라는 말, 십중팔구는 거짓말일 가능성이 높다. 야동을 한 번도 안 본 사람은 있지만, 한 번만 본 사람은 결코 없다. 중고딩 때 봤다고 말하는 그 이, 아마도 지금은 김본좌의 후예는 아닐는지.

 일본 미국등의 음란물에 처음에 등장하는 경고화면.
ⓒ 김학용

까만 바탕에 'Warninig!'이라는 단어가 선명한 이 화면 어쩐지 익숙하지 않은가? 자판 두드릴 줄 알고 인터넷 켜고 동영상을 플레이 시킬 줄 아는 정도의 컴퓨터 실력이 있는 그 이, 100프로다.

성범죄자 처벌 강화? 뒷북치다 흐지부지될 것

통영 어린이 살해 사건, 조두순 사건 등 전 국민을 분노에 떨게 한 사건들이 채 잊히기도 전에, 나주 초등생 성폭행, 4세 여아 성폭행, 임신 8개월 부녀자 성폭행, 소개팅녀 성폭행 사망 등 연이은 성범죄 뉴스에 공포에 떨고 있다.

상상도 못할 일, 기가 막힐 사건? 하지만, 이것들은 엄연한 현실이다. 아니, '빙산의 일각'이다. 딸이 없는 부모 입장에서 볼 때도 치가 떨리는 일이다. 짐승보다 못한 놈들을 처벌한다 해도 피해자의 마음에 남은 깊은 상처가 언제나 치유될지, 치유될 수 있기는 한 것인지 그저 먹먹할 뿐이다.

특히 짐승만도 못한 파렴치한들의 아동 성범죄란 현실엔 생각만 해도 가슴 떨리며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차마 입에 담기 어렵고 다른 이에게 전하는 것도 망설여진다. 초등학생 딸 엉덩이만 스쳐도 "아빠, 변태?"라고 반문하는 요즘 아이들인데, 성폭행을 당한다면 그 후유증은 말해 무엇할까.

성범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다며 조급하게 이것저것 추진되고 있다. 사건이 발행할 때마다 커다란 사회적 파장이 이는 것도 유사하다. 화학적 거세를 넘어 물리적 거세방안이 발의되는가 하면 음란 동영상 단속과 음주범죄 가중법안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인식의 전환 없이는 '도로 아미타불'이다. 매번 그러했듯, 또 시범케이스로 몇 사람 뒷북치기로 단속하는 척 하다가 흐지부지될지 모를 일이다. 술값을 현재의 10배로 인상하고 전국의 성인 남성 다 잡아들이고 인터넷 모두 폐쇄하면 모를까.

 한 P2P 사이트에 가입 후 성인카테고리를 클릭하자 수천여 개에 달하는 음란 동영상이 순식간에 노출됐다. 5천원기준에 2만 포인트가 충전이 되는데 2~3기기에 달하는 음란물 한건 내려 받는데 1천포인트가 채 소진되지 않는다.
ⓒ 화면캡쳐

 이들 사이트 대부분은 영상물 보유량을 내세우며 이용자들을 현혹하고 있다. 정부의 권고로 금칙어를 만들어 음란물 검색을 막고 있지만 비속어나 약어를 삽입하거나 일부 철자를 고의로 틀리게 쓰는 방식으로 검색되고 있다.
ⓒ 화면캡쳐

음란물을 보는 모든 사람이 성범죄자는 아니다. 사실 비약된 게 맞다. 그러나 음란동영상이 성범죄의 '촉매제'로 작용하는 주원인은 아니라지만, 연관성이 없다고 단언하지는 못하겠다. 음란물을 소지·탐닉하는 행위 자체가 성범죄로 이어진다고는 볼 수 없지만, 잘못이라는 인식도 없고 반성도 하지 않는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음란물 내려받기 자체가 '범죄'라는 것을 각인해야 한다.

제2의 '조두순 사건', 제3의 '나주 사건'이 나오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것인가? 또다시 "음란동영상이 충동범죄 원인" "음주에 의한 심신미약" "알고 보니, 결손가정 출신" 등 이런저런 소설 써가며 갑론을박 할 것인가?

언제까지 어두운 골방에서 왜곡된 성행위를 조장하는 야동 속에서 허우적거리며 빠져있을 것인가? 혹시 아직도 음란물 탐닉을 '독특한 취향'이라고 생각하는 마음가짐이라면, '성범죄 대응'은 의미를 잃은 구호에 불과하다.

음란물은 충동적·폐쇄적 인간성을 부추기는 우리 사회 비뚤어진 자화상이다. 의형제라도 된양 친구끼리 돌려보며 의리를 다졌던 학창시절의 도색잡지처럼 더 이상 추억으로 남을 순 없다. 이 땅에 살고 있는 어른이라면 책임을 느끼고 부끄러워야 해야 하지 않겠나. '야동'이라는 검색어를 입력하면 오늘의 주요경기를 총망라한 '야구동영상'이 가장 먼저 뜨는 세상을 기대해 본다.

음란물중독 간이 체크리스트 (O, X)
1. 음란물을 자주 접하지 않으면 허전하다 (     )
2. 음란물 때문에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고 있다 (     )
3. 음란물 때문에 자위행위가 늘었다 (     )
4. 음란물에서 본 장면이 가끔 떠오른다 (     )
5. 음란물을 본 후 집중력이 감소했다 (     )
6. 음란물을 본 후 피곤함을 느낄 때가 있다 (     )
7. 음란물의 장면을 모방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     )
8. 음란물을 보기 위해 비용이 지출되고 있다 (     )
9. 많은 양의 음란물이 저장되어 있다 (     )
10. 음란물을 본 후 이성이 성적 대상으로 보인다 (     )

※ 위의 항목 중 2가지 이상이 해당되면 상담 필요. 상담시 상세 체크리스트로 재점검.
-출처 : 한국컴퓨터생활연구소


#음란물#성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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