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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가 앞에, 가게 앞에 뿌려져 있는 대부업체 명함
대학가 앞에, 가게 앞에 뿌려져 있는 대부업체 명함 ⓒ 배성민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받은 김기덕 영화 <피에타>에는 대부업체에 돈을 빌렸다가 갚지 못하는 인생에 관한 이야기도 있다. 기계공으로 일하고 있는 30대 청년은 임신한 아내와 미래에 태어날 아이를 위해 자신의 손가락을 하나 자르고 보험금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다. 영화 속 이야기지만, 우리 주변에서 일어날 법한 사건이다.

실제로 한국 사회 청년의 경제 사정을 보면, 대부업체나 저축은행에서 대출할 마음이 있다고 밝힌 통계치를 쉽게 볼 수 있다. 왜냐하면 대학생이 되면 어마어마한 등록금을 매 학기 납부해야 하며, 한 달간 먹고, 입고, 자기 위한 생활비 등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대부업체에 손이 가기 마련.

이번 기사는 실제로 대부업체와 저축은행을 통해 대출했던 청년의 삶을 소개하며 그것의 문제를 제기하고자 한다.

대출은 쉽게 빚은 산더미

편의점에서 일하고 있는 친구가 나에게 제보를 해주었다. 제보하게 된 계기는 편의점 문 앞에 깔려 있는 대부업체 명함 때문이었다. 친구는 대부분 20대가 편의점을 많이 찾는데, 이 명함을 보고 대출을 하게 될까봐라는 우려로 제보했다. 그리고 대부업체에 피해를 입었던 사촌 동생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1년 전, 대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친구의 사촌은 저축은행을 통해 300만 원의 돈을 대출했다고 한다. 그는 생계가 어려워서 돈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주식 투자로 용돈을 벌어보려는 마음에서 시작했다고 했다. 그는 일전에 소규모 돈으로 주식에 투자해서 이익을 조금 본 것이 계기가 되어, 목돈을 투자해서 매달 생계비를 충당하려고 했다고 한다. 나름대로는 부모님께 용돈을 받지 않고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본인이 생각했던 만큼의 이익이 나오지 않고, 초기에 대출했던 자본을 잃어가게 되었다. 이에 다른 대부업체를 통해 대출금을 돌려막으려고 1000만 원을 대출하게 되었다고 한다. 일명 대부업체 대출을 통해서 '돌려막기'를 한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자를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 되었고, 결국 집으로 빚을 갚으라는 독촉장이 날라왔다고 한다.

돈을 갚지 않는 사촌에게 대부업체는 매일 전화해서 "당신이 신용불량자가 되면 사회생활 못한다, 3년 동안 기록이 남고 언제 신용 회복될지 모른다, 당장 갚지 않으면 집으로 찾아가겠다"며 협박했다고 한다.

보통 은행에서 대출하게 되면 담보도 있어야 하고, 자신의 수입과 신용을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사촌 동생이 저축은행과 대부업체를 통해 대출받을 때는 어떤 조건도 묻지 않고, 즉시 대출을 해주었다고 한다.

대부업체 홍보물 남용... 청년 신용불량자 제조기

그 사촌은 대학교 우편물에 꽂혀 있는 저축은행과 대부업체 홍보물을 보고 대출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편의점을 하는 친구는 사촌 동생과 같은 사례가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는 이런 홍보물이 주변에 돌아다녀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친구는 구청에 연락해서 대부업체 홍보물을 편의점 앞에 뿌리지 말라고 민원 신고를 했다고 한다. 하지만 구청에서는 그런 불법 홍보물을 수거해 줄 수는 있으나 대부업체와 관련된 일은 경찰서에 연락하라고 했다고 한다. 경찰서로 연락해보니, 합법 회사이기 때문에 그런 홍보물을 뿌리는 행위를 규제할 수 없다고 한다.

대부업체는 등록 대부 업체와 법적으로 미등록 대부업체로 나누어져 있다. 등록 대부 업체는 대부업법상 연이율 39%이고, 미등록 대부업체는 30%다. 수입이 없는 사람들이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운 이자다. 그리고 미등록 대부업체는 100% 이상의 초고금리, 협박·폭행 등 불법 추심의 위험이 매우 크다고 한다.

친구는 또래 청년들이 대부업체에 돈을 빌려서 한순간에 신용 불량자가 되는 상황을 더 이상 지켜볼 수가 없었다고 한다. 자신의 사촌 동생과 같은 사례가 전국 방방곡곡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상상해 봐라 얼마나 끔찍한가. 하지만 이것은 가상이 아니라 현실에 벌어지고 있는 우리의 삶이다.

 편의점에 수북이 쌓인 대부업체 명함
편의점에 수북이 쌓인 대부업체 명함 ⓒ 배성민

결국 사촌 동생은 군대로...


그 사촌 동생은 결국 빚을 갚게 되었다고 한다. 결국, 부모님과 친구가 돈을 모아서 해결했다고 한다. 하지만 빚을 갚은 후에 그의 심리 상태는 정상이 아니라고 했다.

이전에는 매우 밝고, 무엇이든 진취적인 아이였는데 그 사건이 있는 후에는 누군가가 자신을 쫓고 있는 느낌이 든다며 심리적으로 위축되었다고 한다. 사람과의 관계도 기피하게 되어 친구들과 만남도 회피했다고 한다. 결국, 말없이 군대에 가 버렸다고 했다.

우리 주변에도 그 사촌과 같은 사례는 흔할 것이다. 문제는 일정한 수입도 없고, 재산도 없는 청년들이 거리에 깔린 광고를 통해 이자율이 높은 대출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건 없는 대부업체를 금지하는 방법은 없을까?

얼마 전, 뉴스 보도를 보니 '러시앤캐시'라는 대부업체의 6개월 영업정지가 부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고 한다. 이와같이 대부업체를 정지하기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다. 하지만 대부업체의 이용 조건을 명확히 하는 것과 무분별한 광고를 규제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은 어떨까?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대부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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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부산본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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