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살다보면 참으로 예기치 못한 일을 당해 당황스러울 때가 있지요. 그럴 때마다 막막하기도 하고요. 지난 19일,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오전 9시 30분, 둘째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집에 도착할 시각이었습니다. 아내는 오전 9시 20분에 아르바이트를 하러 나갑니다. 약 10분 정도는 집에 아무도 없는 상태가 됩니다.

집에 도착해 문을 여는데 문이 열리질 않았습니다. 위의 것 하나만 잠그고 다니는데 혹시 아내가 아래 잠금장치까지 잠갔나 싶어 열쇠를 돌려봤지만, 역시 열리지 않았습니다. 분명 키는 잘 돌아가는데, 문은 열리지 않았습니다. 이거 큰일 났습니다. 화장실도 급한데 20분째 키를 돌리며,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문과 씨름하고 있었습니다.

우선 급한대로 인근 화장실에 들러 일을 본 뒤 다시 문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열쇠를 돌리면서, 문짝을 들어 올리면서, 당겨보기도 하고 반대로 아래로 누르면서 당겨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씨름하기를 30여 분.

 이렇게 간단해 보이는 잠금장치가 9만원이나 합니다. 여하튼 도둑은 들지 않아 다행스럽습니다.
이렇게 간단해 보이는 잠금장치가 9만원이나 합니다. 여하튼 도둑은 들지 않아 다행스럽습니다. ⓒ 윤태

문득 섬뜩한 생각이 머리를 스쳤습니다. 최근 성폭행범 관련 뉴스가 세상을 뒤흔들었지요. 그 수법인 것 같았습니다. 문이 열린 집에 잠입했다가 주인이 나간 뒤 뭔가 범행을 노리는 그 수법. 저는 즉시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혹시 아르바이트 나가기 전 문을 열어 놓은 상태서 쓰레기봉투를 밖에 내놨냐고.

아내는 그런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혹시 아내가 화장실에서 머리 감고 세수하는 동안 도둑이 잠입한 건 아닌지 하는 의심도 들었습니다. 잠입 뒤 안에서 걸어 잠근 게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잠금 장치가 모두 세 개인데 그중에서 두 개만 사용하기 있기에 키 두 개를 아무리 돌려도 세 번째 잠금장치를 안에서 걸어버리면 밖에서는 열 방법이 없으니까요.

현관문으로 들어오지 않았다면? 혹시 아무도 없는 10분 사이 창문을 통해 들어갔을까 생각하며 밖에서 창문 상태도 살펴봤습니다. 창문은 닫혀있는 상태였습니다. 아내에게 전화 걸어 아르바이트 나갈 당시 창문이 열려있었는지 닫혀 있었는지 물었지만 아내는 정확히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아내는 점심시간에 갈 테니 도서관에 가 있으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제 복장이 초라해 도서관에 가 있는 것은 좀 이상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러지 않겠다고 답했죠. 그럼 어디서 사다리를 구해서 창문을 통해 들어가랍니다. 집이 3층인데 그 긴 사다리를 어디서 구해서 올라가라는 이야기인지... 게다가 아래에서 누군가가 잡아줘야 하는데 말이지요. 이 또한 현실적인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다면 방법은 단 한 가지, 열쇠집 기사님을 부르는 것입니다. 그런데 만약 열쇠의 문제가 아니라면? 그렇다고 언제까지 현관 밖에서 이렇게 서성일 수는 없는 일이었습니다. 준비하고 일도 나가야 했고요.

결국 기사님을 불렀습니다. 기사님도 확실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손잡이 부분이 고장 난 것 같다고 했습니다. 문을 열 때 손잡이 아래에 있는 것을 누르고 여는데 그 부분이 고장 난 것 같다는 것이지요. 우선 안에 들어가서 원인이 무엇인지 살펴봐야 하는데 들어갈 방법이 없으니 답답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장비를 이용해 문을 따고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잠금 장치는 엄청나게 단단했습니다. 귀가 멍멍할 정도로 내리치고 해도 잠금장치가 쉽게 제거되지 않더군요. 제거하는 과정에서 문이 움푹 들어가기도 했습니다. 간단할 것 같았던 제거 작업은 30분 넘게 걸렸습니다. 작업이 완료됐을 땐 잠금장치 부품들은 조각조각이 나 있는 상태로 문이 열리지 않았던 이유는 여전히 알 수가 없었습니다.

문이 열리자마자 혹시 도둑이 있나 조심스럽게 살폈습니다. 다행히도 염려했던 일은 벌어지지 않았습니다. 그저 기우에 불과했습니다. 저는 잠금장치 세 개를 모두 새로 달았습니다. 견적은 11만 원. 잠금장치가 9만 원에 제거 작업 공임비가 2만 원이었습니다.

 잠금장치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문이 움푹 들어간 곳도 보입니다. 이제 6개월만 살고 나가야하는데 목돈을 들였습니다.
잠금장치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문이 움푹 들어간 곳도 보입니다. 이제 6개월만 살고 나가야하는데 목돈을 들였습니다. ⓒ 윤태

기사님은 문의 잠금장치가 고급이라 비싸다고 했습니다. 집은 허름한데 잠금장치가 이렇게 비쌀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게다가 내년 3월에 전세를 빼고 나가야 하는 상황이라 이 시점에서 생각지 않은 잠금장치 교체 비용에 마음이 쓰렸습니다. 곧 추석도 다가와서 돈 쓸 일도 많은데... 그것도 얄팍한 지갑서 거금이 빠져 나갔으니 쓰릴 만도 하지요.

저녁이 되니 아내의 잔소리가 시작됐습니다. 사다리차를 부를 걸 그랬느니 하면서 말이지요. 그럴 만도 하지요. 정확히 문의 고장 원인이 무엇인지 확실치 않은 상태에서 잠금장치를 조각을 내버렸으니까요. 무엇인가를 고치고 만드는 아내의 손재주는 거의 맥가이버 수준이라는 것을 알고 있긴 했지만, 아내가 제 상황이었어도 저와 같은 판단을 했을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그런데 정말 궁금하긴 합니다. 도대체 왜 문이 열리지 않았는지 말이죠. 기사님 말씀처럼 손잡이 부분이 고장 난 것이라고 추정만 해볼 뿐입니다.

결국 아내는 집주인에게 연락을 했습니다. 잠금장치 교체비용을 보상받고 싶은 게지요. 저녁에 이 집을 중개해 준 부동산에서 사람이 나와 확인해본다고 합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내년 3월 이사 나갈 때 새 잠금장치를 떼가고 옛 잠금장치를 달아놓는 것. 하지만, 옛 잠금장치는 이미 조각이 돼 형체도 알아볼 수도 없는 상태입니다. 또 새 잠금장치를 가져다가 뭣에 쓰겠습니까. 아내의 마음은 이해되지만 이런 경우는 임차인이 사용 중에 고장 난 하나의 부(속)품이기 때문에 세입자가 수리·교체해야 하는 게 맞다고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주인이 내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요.


#현관 열쇠,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안녕하세요. 소통과 대화를 좋아하는 새롬이아빠 윤태(문)입니다. 현재 4차원 놀이터 관리소장 직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다양성을 존중하며 착한노예를 만드는 도덕교육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