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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만에 있는 순천문학관. 동화작가 정채봉과 순천만을 배경으로 무진기행을 쓴 김승옥 기념관이다.
 순천만에 있는 순천문학관. 동화작가 정채봉과 순천만을 배경으로 무진기행을 쓴 김승옥 기념관이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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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깊어질수록 찾아가고 싶은 곳이 순천만이다. 순천만에는 광활하게 펼쳐진 갈대밭만 있는 건 아니다. 순천만에 가면 순천문학관이 있다. 순천문학관은 순천 출신 문학가 두 분을 기념한 곳이다. 한분은 작고한 동화작가 정채봉 선생님이고, 또 한분은 아직 살아계시는 김승옥 작가다.

순천문학관은 순천만생태공원에서 조금 떨어져 있다. 쉬엄쉬엄 걸어가도 좋고, 갈대열차를 타고 가도 좋다. 먼발치서 점점 다가오는 순천문학관은 초가가 몇 채 어울려 있는 풍경이다. 정겹다. 마당도 흙으로 깔려 있어 옛날 기분이 난다.

순천문학관. 초가로 잘 단장된 기념관이다.
 순천문학관. 초가로 잘 단장된 기념관이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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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문학관에 가면 뭐 볼게 있을까라고 생각하고 가지 않는다면 순천만을 다 봤다고 할 수 없다. 순천문학관을 처음 접한 나도 당연히 그렇게 생각했다. 초가 몇 채로 구성된 기념관이 얼마나 큰 의미를 줄까라는 의심을 가졌다. 그렇게 생각을 하고 들어선 순천문학관은 나의 상상을 깨뜨려 버렸다.

동심의 세상을 구원한 동화작가 정채봉

먼저 들어간 곳이 정채봉 기념관이다. "ㄱ"자 초가로 된 기념관은 밖에서 보기에는 옛 추억이나 자극하는 관광지의 전시물로만 보였다. 그래도 잘 생기고 예술적인 건축물을 기대한 나로서는 의외였다. 그러나 기념관 안으로 들어서면서 나의 우려는 산산이 부서져 버렸다.

정채봉 기념관으로 들어서면서 "동심의 세상을 구원한다"며 환하게 웃고 있는 정채봉 작가를 보면서 나도 따라 웃을 수밖에 없었다. 전시관 첫 전시물은 배냇저고리다. 참 색다르다. 아기 때 입었던 옷을 어떻게 지금까지 보관하고 있었는지 대단하게 느껴진다.

기념관 입구에 있는 사진. 정채봉 작가의 환한 웃음이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기념관 입구에 있는 사진. 정채봉 작가의 환한 웃음이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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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채봉 기념관 첫 전시물이 배냇저고리다.
 정채봉 기념관 첫 전시물이 배냇저고리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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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관에 전시된 작가의 유품
 기념관에 전시된 작가의 유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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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원고
 작품 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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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채봉 작가는 1946년 순천 해룡 바닷가 마을에서 태어나서 <오세암>을 비롯한 소설, 에세이집 등 감성적인 작품을 많이 남기고 2001년 1월 간암으로 돌아가셨다. 전시관에는 생전에 쓰시던 안경과 돋보기며, 탁상시계가 자리 잡고 있다. 원고와 꼼꼼히 정리한 수첩은 작가의 성품이 그대로 배어있는 것 같다.

군대 간 아들에게 쓴 엽서, 법정스님과 주고받은 편지, 이해인 수녀가 쓴 편지가 전시되어 있다. 김수환 추기경으로부터 받은 선물도 있다. 대표작인 동화 <오세암>이 영화로 제작되는 과정이 전시되었고, 작가의 생전 집필했던 방을 재현해 놓은 공간도 있다.

기념관 출구에는 정채봉 작가가 남긴 순천에 대한 인상을 적어 놓았다.

순천에 가신다고요?
순천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다고요?
바다가 아스라이 여인의 인조비단 치맛자락처럼 펼쳐져 있는 순천만에 가보세요.
순천만, 송광사와 선암사, 낙안읍성, 주암호... 순수한 동심이 있는 우리고장 순천만이 그대의 발길에 위안을 주리라 믿습니다.
부디 가시는 걸음걸음마다 아름다운 풍광 두르소서(눈을 감고 보는 길 中)

불확실한 시대의 감성을 자극한 김승옥

담장 밑에 있는 장독대가 정겹고, 꽃무릇, 봉숭화 등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정채봉 기념관과 김승옥 기념관 사이는 낮은 초가에 비해 공간이 너무 넓어 휑한 느낌이다. 가운데 나무라도 있었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김승옥 기념관으로 발길을 옮긴다.

김승옥 기념관 내부 전시관
 김승옥 기념관 내부 전시관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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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옥 기념관으로 들어서면 작가의 강한 신념을 보인 문구가 걸렸다.

"소설가란 스스로 '이것이 문제다'고 생각하는 것에 봉사해야지 어느 무엇에도 구속당해서는 안 된다. 권력자나 부자의 눈치를 살펴도 안 되고 동시에 힘없고 가난한 사람의 비위만 맞춰서도 안 된다.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하며 다만 스스로의 가치에 비추어 문제가 되는 것에 자신을 바쳐야 한다."

김승옥 작가는 1941년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나서 1946년 순천에 정착했다고 한다. 순천만 대대포구를 배경으로 한 단편소설 <무진기행>을 써서 의미가 더 있는 작가다. 전시물은 주로 신문 기사와 소설작품이다. 전시물 중 1965년 한국일보 기사가 눈에 띈다. 소설을 쓴 배경과 의미, 그리고 당시 무진기행의 무대를 지도에 그려서 기사를 썼다. 신문 한 면 전체를 할애할 정도였다면 당시에는 대단한 인기가 있었을 걸로 생각된다.

1965년 한국일보 신문에 게재된 <무진기행> 기사
 1965년 한국일보 신문에 게재된 <무진기행>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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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옥 기념관에 전시된 영사기
 김승옥 기념관에 전시된 영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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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옥 작가가 <무진기행>을 각색하여 영화 <안개>로 제작되었다.
 김승옥 작가가 <무진기행>을 각색하여 영화 <안개>로 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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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실에는 영화 간판이 걸렸다. 웬 간판인가 싶었는데 '김승옥 각색'이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김승옥은 소설가로도 유명하지만 각색가로도 유명하다. 그래서 전시관 안에는 커다란 영사기가 있다. 완전히 색다른 느낌이다. 대표적 소설 <무진기행>도 <안개>로 각색되어 신성일과 윤정희가 주연한 영화로 제작되었다. 그 외에도 많은 영화를 각색하였다.

문화해설사 말로는 김승옥 작가는 자주 내려오신단다. 그래서 집필실도 따로 만들어 놓았단다. 사실 방문한 날도 1시간 전에 다녀갔다고 한다. 직접 뵐 수도 있었는데 조금 아쉽다. 순천만을 배경으로 조성한 순천문학관은 화려하지 않으면서 큰 감동을 받을 수 있는 기념관이다. 순천만에 가시면 시간을 내서라도 한번 들러보길 권하고 싶다.

김승옥 기념관 출구에 있는 사진
 김승옥 기념관 출구에 있는 사진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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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무진교에서 순천문학관까지 갈대열차가 운행합니다. 요금은 왕복 1,000원



태그:#순천만, #순천문학관, #정채봉, #김승옥, #무진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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