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사행성 게임장으로 영업할 줄 모르고 건물을 임대해 줬다면 임대인을 불법 사행성 게임장 영업에 대한 방조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A(47)씨는 지난 2005년 9월 L씨에게 자신이 소유한 서울 중랑구 면목동 건물 1층을 임대해 줬다. 그런데 L씨는 불법게임장 영업을 했고, 이에 검찰은 A씨를 불법게임장 영업을 방조한 혐의로 기소했다.
하지만 A씨는 "2007년 5월 경찰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으면서 자신의 건물에서 불법게임장 영업이 행해진다는 것을 알았으며, 당시 임대계약기간 중이어서 불법게임장 영업을 제지할 방법이나 권한이 없었기에 계약을 유지했던 것일 뿐 불법게임장 영업을 방조한 게 아니다"고 항변했다.
1심은 A씨가 2007년 3월 이 사건 건물 2층을 Y씨에게 임대할 때 불법게임장으로 사용될 것을 알고 있었던 점으로 미뤄 1층이 불법게임장으로 쓰이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판단해 벌금 2500만원을 선고했고, 2심은 벌금 500만원으로 감형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제3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불법게임장으로 쓰일 것을 알면서 건물을 임대해 준 혐의(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위반 방조) 등으로 기소된 A(47)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북부지법으로 되돌려 보냈다고 3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A씨가 2005년 9월 임대차계약 체결 당시 건물 1층에서 불법 사행성 게임장 영업이 이루어질 것을 알면서도 임대해 줬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건물 임대인이 임대 당시에 건물이 불법적인 영업장소로 사용된다는 점을 알지 못했다면 임대행위가 형법상 방조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임대차기간 중에 건물이 불법적인 영업장소로 사용된다는 것을 임대인이 알게 됐다고 하더라도, 임대인에게 불법영업을 방지할 법적 의무가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대인이 그 사실을 알게 된 때부터 임대차계약에 따른 임대차기간까지 임대차관계를 유지하는 행위가 방조행위에 해당하게 된다고도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피고인 A씨가 건물 2층에 관해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2007년 3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건물 1층의 임대차관계를 유지함으로써 불법 사행성 게임장 영업 범행을 방조했다고 판단하고 말았으니, 이런 원심판결은 형법상 방조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단을 그르친 것"이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인은 2007년 3월 건물 2층에 대한 Y씨와의 계약 당시 불법 사행성 게임장 영업을 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면서 임대한 것이므로 이 부분에 대해 불법 사행성 게임장 영업을 방조한 것으로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