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와 오가와 요코의 공통점은 뉴요커를 통해서 세계적인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는 것이다. 1980년과 1990년대 일본 정부의 문학 작품 수출 노력의 일환으로 선택된 작가들 가운데 한 명인 하루키가 미국 시장에 널리 알려진 계기가 바로 뉴요커라는 매체를 통해서였다.
일본 문학을 맛깔나게 가공해 제국의 심장부에 소개한 것은 다름 아닌 번역이었다. 그 과정에 에이전트와 에디터의 역할이 컸는데, 여기서 미국 에이전트와 에디터의 작품 선정, 기획, 마케팅 작업에 주목해야 한다. 일본 고단샤의 미국 창립과 더불어 계획된 일본 문학 수출은 바로 미국 출판 산업의 생산 과정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에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오가와의 경우도 무라카미와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제2의 무라카미 하루키를 찾던 뉴요커의 편집자는 작가의 <임신 캘린더> 불어 번역본을 보고서 이를 지면에 실기로 결정한다. 물론 지면에 맞도록 불어본의 3분의 1을 줄이는 과감한 번역과 편집 작업을 거쳐야 했다. 이는 무라카미의 <태엽감는 새>가 과감한 삭제와 편집 작업을 거쳐서 서구 시장에 나온 것과 비슷한 이유에서다.
비록 오가와가 무라카미처럼 해외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나름의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이 바로 미국 출판 산업의 시스템을 제대로 활용한 덕분이라 할 수 있다.
지난달 30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국제번역세미나에서 오가와 요코의 전문 번역가이자 미들베리 칼리지(Middlebury College)의 일본학과 교수인 스티븐 스나이더(Stephen Snyder)는 번역 과정에서 일본인 에디터와 일한 적이 없으며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에디터와만 작업을 했다고 밝혔다. 일례로 프랑스와 달리 미국 시장에서 각주를 다는 일은 없으며, 책 표지 디자인부터 세계적인 출판 전문가들로 구성된 팀이 책의 출판을 위해서 움직인다고 그는 소개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최근 작품인 1Q84역시 그와 같은 과정을 거쳤다.
이러한 작업은 일본 문학의 세계화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엿볼 수 있도록 한다. 이 과정에서 아무리 번역가의 직업윤리를 신뢰한다고 해도 문학 작품의 상품화와 제국주의적 시장질서의 개입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좋은 읽을거리인 한국 문학을 미국을 중심으로 굴러가는 세계 시장에 꼭 알려야겠다면 이러한 불리한 여건을 감수해야 한다. 문화 고유성과 주권에 관련된 문제점들은 추후에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의 성공 사례로는 여전히 부족하다. 한글판을 읽지 않고 영문판을 읽은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더 과감한 편집이 필요했다고 본다. 한국식 글쓰기 습관을 감안해 한글 원본을 짐작하면서 읽으려고 했지만 그럼에도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시점이 혼돈스럽고 논리적이지 못한 부분이 자주 눈에 띄었다.
한국문학이 더 큰 세계시장의 몫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미국 및 서구 출판 시장의 시스템을 제대로 꿰뚫을 수 있는 기획 능력을 갖춘 에이전트와 독자들의 취향과 독서 습관을 이해하는 창의적인 에디터가 더 많이 필요하다. 제2의 신경숙, 제2의 엄마를 부탁해의 탄생과 한국문학번역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한국문학번역가이자 현재 호주 시드니대학에서 영문학 박사 논문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