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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도. 왼쪽 빨간색 부분이 랴오닝성이며, 오른쪽 빨간색 부분이 랴오닝성 중 진저우시의 위치이다. '2013 중국 금주 세계원림박람회' 홍보책자 촬영.
 중국 전도. 왼쪽 빨간색 부분이 랴오닝성이며, 오른쪽 빨간색 부분이 랴오닝성 중 진저우시의 위치이다. '2013 중국 금주 세계원림박람회' 홍보책자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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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활한 중국 대륙을 버스 바퀴에 의지해 가로지른다. 가도 가도 닿을 수 없을 듯한 지평선을 바라본다. 어느 순간 고속도로 양 옆으로 옥수수 밭이 펼쳐진다. 끝도 없이 고갯짓을 하는 옥수수 밭의 규모는 바다와 같아 가늠조차 안 간다. 경이로움에 시간을 계산해보니 옥수수 밭은 1시간 30분이 넘도록 따라붙고 있다.

옥수수 밭이 끝나는가 싶더니 뒤이어 커다란 왕골을 품은 늪지대가 늘어선다. 왕골이 자라는 면적도 옥수수 밭 못지않다. 1시간이 넘도록 너울거리는 왕골이라니.

문득 궁금하다. 이 넓은 옥수수 밭과 왕골은 어떻게 경작하고 누가 수확하는 것일까? 그리고 이보다 호기심을 자극한 것 한 가지 더. 바로 옥수수 밭과 고속도로 사이로 수십 km씩 띄엄띄엄 이어진 냇물 같은 곳에 자리한 참게 양식장이다. 우리나라의 임진강과 섬진강의 참게를 떠올리다, 이쯤 되면 중국의 양식 게는 자연산이나 다름없지 않을까란 생각에 빠져본다.

세계원림박람회 준비 현장을 찾아 중국으로 향하다

지난 9월 중순, 중국의 동북 3성 중 하나인 랴오닝(遼寧)성 선양(沈陽)시에서 진저우(錦州)시까지 버스로 이동하며 본 생경한 풍경이다. 선양에서 진저우까지는 270km 정도, 버스로 3시간이 조금 넘게 걸린다. 그 긴 구간에 흔한 터널 하나 없다. 굽이진 길도 거의 없고 평지만이 끝도 없이 뻗어 있다. 선양 공항을 출발, 지겨울 만큼 평지를 달려 비로소 산이 하나 보이면 바로 그곳에 진저우시가 자리 잡고 있다.

한국에서 2시간 30분 동안 고속도로를 달리면 서울에서 대구까지 갈 수 있다. 이 구간에 옥수수 밭과 왕골 늪지대가 빽빽하게 펼쳐져 있다고 상상해 보라. 참게 양식장은 말할 것도 없다. 중국의 땅덩이가 얼마나 넓은지 어림짐작할 수 있다. 자연스레 '대륙의 기상'이 떠오를 수밖에.

'2013 중국 금주 세계원림박람회' 조감도. 이번 원림박람회는 여의도 면적의 5배 정도인 1300만 평 부지에서 내년 5월부터 10월까지 개최될 예정이다.
 '2013 중국 금주 세계원림박람회' 조감도. 이번 원림박람회는 여의도 면적의 5배 정도인 1300만 평 부지에서 내년 5월부터 10월까지 개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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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저우시를 찾은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그 중에서도 '2013진저우세계원림박람회(錦州世界園林博覽會, 이하 원림박람회)' 준비 현장은 꼭 직접 찾고 싶었다. 이번 원림박람회는 드넓은 바다를 메우고 바닷물을 가두어 해상에서 치른다는 지인의 귀띔에 호기심이 동한 것이다. 얼마 전 성공리에 마친 여수세계박람회의 아름다운 풍경을 다시 만날 수 있을 것 같았다.

원림박람회 준비 현장은 규모부터 남달랐다. 예의 사방으로 쭉쭉 펼쳐진 대지 곳곳에서는 기이하고 묘하게 생긴 건물들의 공사가 한창이었다. 아직은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에 기대만큼 멋진 모습을 만날 순 없었다. 하지만 원림이라는 자연 축제를 위해 모순되게도 대규모 간척과 토건, 건축 사업을 벌이는 중국의 무서운 개발 성장의 단면은 엿볼 수 있었다.

"중국은 노동력이 싸고 넘치니까 모든 걸 사람이 하는가 봐요, 저기 봐요. 저 넓은 땅을 세월아 네월아 삽으로 파고 있잖아요. 포클레인 몇 개만 있어도 쉽게 파겠는데."

일행 중 한 분이 현장 분위기가 신기하다는 듯 말했다. 실제, 높은 건물이 올라서는 곳에 있는 타워크레인과 흙을 파고 실어 나르는 몇몇 포클레인과 덤프트럭을 제외하면 별다른 중장비는 보이지 않았다. 사람보다 중장비가 더 많아 보이는 우리나라의 대규모 공사 현장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었다.

사람들은 대개 삽과 나무판, 새끼로 엮은 굵은 줄 등을 가지고 터를 다지고 나무를 옮기고 있었다. 건물 위에 올라가 일을 하는 일꾼이나 모레를 곱게 걸러내는 일꾼, 목재와 석재를 다듬는 일꾼 역시 몸을 움직여 묵묵히 일할 뿐이었다. 우리 일행이 낯설 만도 하건만 눈길 한 번 줄 뿐, 누구 하나 서두르지 않고 여유 있는 모습이었다.

중국 진저우시 세계원림박람회 공사 현장.
 중국 진저우시 세계원림박람회 공사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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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발해·고구려의 영토였던 랴오닝성 진저우시는 공사 중

굳이 시간을 내어 이곳을 찾은 이유가 있다. 원림박람회를 개최하는 진저우시의 기원을 따라가면 뚜렷한 한민족의 발자취를 만나게 되기 때문이다. 진저우는 바로 옛 발해와 고구려의 영토였던 동북 3성의 한 축인 랴오닝성의 서남쪽에 자리하고 있는 도시다.

원림박람회 역시 발해 이름 그대로인 '발해만'의 바닷가에서 열린다. 진저우항에 서서 정문에 설치된 조형물을 바라보니 가슴 한 편이 알싸하게 아려왔다. 그곳에는 고구려를 상징하는 '삼족오'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옛 발해·고구려의 영토였던 랴오닝성 진저우시에 위치한 진저우항. 바다쪽에서 바라본 정문으로, 왼쪽 윗부분에 삼족오가 새겨져 있다.
 옛 발해·고구려의 영토였던 랴오닝성 진저우시에 위치한 진저우항. 바다쪽에서 바라본 정문으로, 왼쪽 윗부분에 삼족오가 새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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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림박람회는 오는 2013년 5월부터 10월까지 6개월간 개최될 예정이다. 중국은 그간 1999년 쿤밍(昆明), 2006년 선양, 2011년 시안(西安) 등에서 국제원예박람회를 3차례 개최한 바 있다. 그 경험을 토대로 이번에는 원예를 포함, 규모를 더욱 키워서 바다를 배경으로 거대한 대공원을 만들어 원림박람회를 개최하는 것이다.

중국은 현재 사막화를 비롯해 도시로의 급격한 인구 집중, 개발과 성장에 따른 빈부 격차 등의 성장통을 심하게 앓고 있다.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 지구촌 축제를 연이어 개최했지만, 그 과정에서 무분별한 밀어붙이기와 난개발 등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또 철마다 황사 등 자연 훼손의 주범국으로 눈총을 받는다. 이래저래 중국은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나라다.

'2013 중국 금주 세계원림박람히' 홍보 책자. 이번 박람회는 바다를 메우고 바닷물을 가두어 해상에서 펼쳐진다.
 '2013 중국 금주 세계원림박람히' 홍보 책자. 이번 박람회는 바다를 메우고 바닷물을 가두어 해상에서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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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내년에 개최하는 원림박람회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원림박람회 집행위원회(공동의장 왕원취엔 진저우시당위서기, 류펑하이 진저우시장)는 이번 원림박람회의 특징을 홍보책자에 다음과 같이 밝혔다.

이번 박람회는 세계 경제와 과학기술 올림픽의 결과물을 모두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숲과 공원, 꽃, 산림 조성 기술의 집대성은 물론이고 바다를 배경으로 소리에 따라 움직이는 물결축제 등 다양한 행사는 기존에 30여 차례 치러왔던 국제원예박람회를 뛰어넘는 사상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집행위는 또한 '6대 생활이념'을 통해 현재 중국이 직면하고 있는 환경문제 등을 비롯해 지구촌 살리기에 대한 소망을 드러내기도 했다. 에너지 절약과 지구촌 보호, 양식 절약과 화학공산품 사용 절제, 재활용과 재생, 오염 배출 최소화, 산림녹화와 자연 보호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 6대 생활이념은 그간 고도산업화에 열중하던 중국의 그늘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는다고 한다.

너른 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숲과 공원, 꽃, 산림의 향연

금주 세계원림박람회의 상징물인 '만화탑'의 골격이 만들어지고 있다. '만가지 꽃 탑'이라는 의미의 만화탑은 높이 128m로 박람회 전경을 관람할 수 있게 설계되었다.
 금주 세계원림박람회의 상징물인 '만화탑'의 골격이 만들어지고 있다. '만가지 꽃 탑'이라는 의미의 만화탑은 높이 128m로 박람회 전경을 관람할 수 있게 설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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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여의도 면적의 5배 정도인 1300만 평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부지에 세워지는 각종 건물과 조형물은 그 자체로서 상상 이상의 볼거리가 될 전망이다. 호주와 뉴질랜드, 네덜란드, 이란, 인도, 영국 등의 저명한 건축가들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박람회장 곳곳에 색다른 형태의 건축물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만화탑'이라는 건축물은 이번 원림박람회를 대표하는 상징물로서 조감도에 따르면 매우 형이상학적인 모양을 띠고 있다. 마치 우주 공간에 떠 있는 도시를 연상시키는 이 탑은 높이 128m로서 그 안에 공룡과 관련된 것을 관람할 수 있는 고대생태관, 수많은 해양 생물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해양과학창의관, 물과 음악과 춤이 한데 어우러지는 장관을 볼 수 있는 해상 극장 그리고 박람회장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관람탑 등 1탑 3관으로 이루어질 계획이다.

원림박람회에서는 중국 전체 '성(省)'별로 배분된 여러 작품들을 비롯해 세계 각국에서 마련한 원예, 수목, 꽃 등의 작품들도 선보일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부산시, 수원시 등이 시 차원에서 세계원예박람회에 참가하기도 했다.

영국이 조성할 공원 조감도. 이번 원림박람회에서는 세계 각국의 유명 건축가들이 설계한 조형물들을 만나볼 수 있다.
 영국이 조성할 공원 조감도. 이번 원림박람회에서는 세계 각국의 유명 건축가들이 설계한 조형물들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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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세계원림박람회로 자연과 화합할 수 있을까

원림박람회 부지에서는 아직 그 형체를 알 수 없는 공사가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진기한 나무화석이나 희귀한 돌 화석 등은 벌써부터 자리를 잡고 관람객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완성이 된다면 영화 <아바타>의 배경만큼 신비함을 줄 듯 하다. 하긴 <아바타>의 환상적인 배경이 원래 중국의 '장자제(張家界)'에서 따온 것 아니던가.

박람회 한 편에 이미 자리를 잡은 나무화석과 돌화석. 특히 '연리지'는 그냥 보기도 어려운데 진기한 화석으로 만나볼 수 있다.
 박람회 한 편에 이미 자리를 잡은 나무화석과 돌화석. 특히 '연리지'는 그냥 보기도 어려운데 진기한 화석으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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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림박람회 관계자는 "이번 박람회가 열리는 진저우시는 항구와 공항, 도로 등 기반 시설이 잘 갖춰진 교통의 요충지이자 중국의 북방과 남방을 연결하는 중심지"라며 "유비와 조조도 중국 대륙의 북방을 완벽히 통일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곳 진저우시를 차지해야 했을 만큼 중국의 노른자 중에 노른자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외부인 통제 구역인 원림박람회 공사 현장을 안내해 준 노정배 발해대학교 한국분원장.
 외부인 통제 구역인 원림박람회 공사 현장을 안내해 준 노정배 발해대학교 한국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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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와 바다, 화합의 미래'라는 주제로 장장 6개월 여 동안 진행되는 대장정을 준비하는 진저우시의 발걸음은 안팎으로 바쁘다. 내년 5월 개최를 앞두고 이미 진저우시내를 달리는 모든 버스에는 '2013 중국 금주 세계원림박람회' 개최 안내 광고가 부착되어 있다.

그간 중국은 세계인의 축제에서 규모에만 집착한다는 핀잔을 사기도 한 것이 사실. 하지만 주최 측의 설명이나 현장을 둘러보면 원림박람회는 규모와 내용 그 어느 것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하다. 원림박람회는 5월부터 10월까지 중국의 봄, 여름, 가을을 고스란히 담아낼 것이다. 과연 중국은 이번 원림박람회를 통해 대자연과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벌써부터 즐거운 기대가 들기 시작했다.

덧붙이는 글 | 지난 9월 17일부터 21일까지 중국 랴오닝성 진저우시를 다녀왔습니다. 2013 중국 금주 세계원림박람회 공사 현장은 그 때 방문, 취재했습니다.



태그:#세계원림박람회, #금주, #중국, #진저우, #랴오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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