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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10일 오후 대전시 유성구 카이스트에서 학생동아리인 아이씨스츠(ISISTS) 주최로 열린 초청 강연회에 참석해 '과학기술과의 소통으로 다음 세대를 열어갑니다'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10일 오후 대전시 유성구 카이스트에서 학생동아리인 아이씨스츠(ISISTS) 주최로 열린 초청 강연회에 참석해 '과학기술과의 소통으로 다음 세대를 열어갑니다'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 유성호

10일 오전 9시경 서울 종로 공평동 안철수 대선후보 캠프 기자실, 유민영 대변인이 보였다. 이날 안철수 후보의 일정이나 현안에 대한 브리핑을 하기 위해서다. 유 대변인의 입에서는 특정 언론사의 이름이 먼저 튀어나왔다.

"<한겨레> 보도와 관련, 미래혁신 전담부서 논의는 일요일(7일)에 말했고, 그에 대해 검토하고 있고 진전시키기 위해 노력한 건 맞다. 그런데 책임총리제란 말은 안 나오지만 그런 논리 전개와 역할을 분담하도록 하는 내용에 대한 것은 전혀 논의된 바 없다."

안 후보 측에서 가칭 '미래기획부'를 중심으로 대통령은 국가미래전략과 통일·외교·안보 분야를 담당하고, 총리는 내치를 책임지는 분권형 정부를 구상하고 있다는 <한겨레> 보도를 부인한 것이다. 이 신문의 보도가 논란이 된 것은 안 후보 측의 이러한 구상이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말한 책임총리제와 맞물려 후보단일화를 촉발하는 요건이 될 것이라고 풀이했기 때문이다.

한겨레 "책임총리제 고리로 단일화 논의"... 안철수 측 "논의한 적 없다"

<한겨레>는 "안철수 캠프가 마련 중인 가칭 '미래기획부'는 다목적 정치·정책 카드로 보인다"며 "'미래'라는 키워드를 선점하면서 책임총리제라는 고리를 통해 단일화 논의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고 썼다. 그러나 유 대변인은 거듭 "그런 논의를 한 적도 없지만, 미래혁신 전담부서가 그런 역할을 하게 될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못 박았다.

실제 지난 7일 안철수 후보가 밝힌 정책 비전선언에 "국가미래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전담 부처를 만들겠다"는 내용이 등장한다. 그러나 그 내용은 <한겨레> 보도와 거리가 멀어 보인다.

- 이 부처는 현재보다는 미래를 내다보는 장기적 관점에에서 국가 미래전략을 종합 기획할 것입니다.
- 이 부처에서는 과학기술, 정보통신, 산업, 사회정책 등 다양한 정책분야별로 중요한 미래 의제를 관리할 것입니다.
- 이 부처는 민간과 협력하여 민관파트너십의 모범이 될 것입니다.

안철수 후보도 이날 오후 대통령과 총리가 각각 외치와 내치를 맡는 권력분담안에 대해 "자유롭게 논의를 하는 과정이지, 결정된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안철수 대선 후보 캠프 박선숙 공동선대본부장 역시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과 총리가 부처를 나눠 역할을 분담하는 것은 우리 기존 법에서 보장된 권한의 범위는 아닌 것 같다"고 지적했다.

"사회부총리제는 융합 행정과 모순되는 개념"

이날 오후 들어서는 안 후보 캠프에서 '융합 행정안'과 복지·사회·여성부를 총괄하는 '사회부총리제' 도입이 거론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연합뉴스>는 "안철수 후보가 부처간 칸막이를 없애고 정책 현안 중심으로 태스크포스(TF)를 꾸리는 '융합 행정안'을 중점적으로 마련하기로 했다"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이명박 정부에서 폐지한 대통령 직속의 중앙인사위원회를 신설하는 등의 인사정책 도입도 적극 검토키로 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유민영 대변인은 "융합행정은 각각의 부서가 조직을 중심으로 바라보는 게 아니라 발생한 현안, 사회문제를 중심으로 부처가 대응하는 시스템"이라며 "사회부총리라는 개념은 융합 행정과 모순 되고 충돌되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사회부총리제 도입을 검토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유 대변인은 또 "정실인사와 낙하산 인사를 극복하기 위해서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정도로 논의가 되고 있을 뿐"이라며 "과거에 있었던 중앙인사위와 결부시키는 것 같은데, 구체적으로 검토하거나 논의한 바가 없다"고 말했다.

'융합 행정'과 관련해서 안 후보는 지난 7일 정책 비전 발표 당시 "문제 해결을 중심에 두고 각 부처와 전문가, 그리고 현장에 있는 국민의 목소리가 함께 반영될 때 비로소 문제가 풀릴 수 있다"고 말한 게 전부다. 안 후보는 출마 선언 이전에도 각종 강연 등을 통해 '융합'의 중요성을 피력해왔다.

실제 이날 오전 대전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을 방문한 안 후보는 과학기술인과 사회 간의 소통을 주제로 강연하면서 융합적인 사고를 강조했다. 안 후보는 "한 분야의 전문지식만 가지고는 자연·사회 현상을 해결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융합이 뜨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특히 시범적인 수준에 그치고는 있지만 융합 행정이 글로벌 트렌드로 부상하면서 현 정부에서도 이미 일부 부처와 지자체에서 도입 시도가 있었다. 안 후보가 융합 행정을 중점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는 점은 크게 새롭지 않을뿐더러, 대선 이후 인수위 과정에서 논의해도 늦지 않다.

박선숙 본부장은 "개헌이나 정부조직 개편 등에 대해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아직 검토한 적 없다"면서 "정부조직 개편은 선거 과정에서 논의 될 수도 있지만, 인수위 단계에서 국민들에게 제시하기 위해 논의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정책 비전의 모호성이 원인"

그럼에도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책임총리제, 공동정부론, 융합 행정안 등 논의되지 않은 정책들이 연거푸 쏟아져 나오는 것은 결국 안철수 캠프가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지난 7일 안철수 후보가 처음으로 국민을 향해 정책 비전을 제시했지만, 정치권과 언론으로부터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새누리당은 "무소속 안철수 대선 후보가 제시한 정책비전은 좋은 말들의 모음처럼 보인다"며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내놓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민주통합당의 한 관계자는 "안철수 후보의 정책과 공약이 모호하고 구체적이지 않기 때문에 언론들이 앞다퉈 추측성 기사를 쏟아내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선숙 본부장은 "비전 선언에 구체성이 없다는 지적을 했는데, 정책은 구체적이어야 하지만, 비전은 구체적이면 안 된다"며 "비전은 비전 자체로 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안철수#후보단일화#책임총리제#공동정부론#융합 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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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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