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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이명박 대통령은 18일 최전방 경계태세 점검 방문 차 연평도에 방문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18일 최전방 경계태세 점검 방문 차 연평도에 방문했다. ⓒ 청와대

이명박 대통령이 대통령 선거 운동의 한 복판으로 들어왔다. 수줍게 '넌지시'가 아니라 '저벅저벅' 걸음으로 들어왔다.

이 대통령은 18일 서해 서북단 연평도를 '전격 방문'해 "요즘 이런저런 이야기가 있지만, 우리 군은 통일이 될 때까지 서해 북방한계선(NLL·Northern Limit Line)을 목숨을 걸고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첫 연평도 방문이라는 점에서 '전격'이라고 할 만하지만, 대선 이슈로 떠오른 NLL 논란을 확산시키면서 대선에 개입하겠다는 속내를 '날 것' 그대로 드러냈다. 

청와대는 "2010년 11월 23일 발생한 연평도 포격 사건 2주기를 앞두고 우리 군의 경계태세를 점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경계태세 점검'이 진정한 목적이라면 그가 서둘러 가야 할 곳은 서해 바다가 아니라 '노크 귀순'의 현장인 강원도 고성의 22사단이기 때문이다.

몸소 NLL 지원 사격 나선 '보스', 정문헌에 힘 보태

 이명박 대통령은 18일 최전방 경계태세 점검 방문 차 연평도에 방문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18일 최전방 경계태세 점검 방문 차 연평도에 방문했다. ⓒ 청와대

그의 속내가 무엇인지는 "여기 와서 보니 NLL이 얼마나 중요하고 그래서 바로 평화를 지키고 도발을 억제하기 때문에..." "NLL선을 확고하게 지켜야 한다"고 하는 등 현재 정국의 최대 이슈인 NLL을 거듭 강조한 데서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더욱이 그가 초등학생 납치미수사건 등의 강력사건으로 정부에 대한 비판이 높아질 때면 일선 경찰서를 찾아가 뒤집어놓는, '포퓰리즘' 행태를 보여온 인물이라는 점에서 더 그렇다.

"북한이 어떻게 한다는 것은 위장전술이고 그럴 때일수록 경계를 해야 한다"며 북한에 대한 극도의 불신감을 여과 없이 드러낸 것도 NLL에 대한 자신의 발언의 파괴력을 높이려는 선동으로 들린다.

크게 보면 "노무현 대통령이 'NLL을 주장하지 않겠다'고 했다"고 주장한, 청와대 비서관 출신 정문헌 의원을 '보스'가 지원해주는 모양새다. 단기적으로나마 NLL 논란의 열쇠를 쥐고 있는 입장에서 '몸소' NLL 현장을 방문함으로써, 정 의원 등에게 무게를 실어준 것이다. 

그러나 그도 NLL을 '영토선'이라고 부르지는 못했다. 새누리당 등 여권이 영토선·생명선·영토주권 등의 표현으로 국민들을 자극하고 있는 데 비해, 이 대통령은 연평도에서 여섯 차례 NLL이라고만 했다. 'NLL은 영토선'이라는 게 여권 대부분의 시각이지만, 대통령이 영토선이라고 표현할 경우 바로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라는 헌법 3조의 덫에 걸리게 된다.

그 역시 남한 선박의 월선을 막는다는, 탄생 배경 그대로의 이름을 달고 있는 NLL이라는 이름으로 부를 수밖에 없다.

서해 최악의 패배는 천안함 사건, 참여정부 당시 NLL은 조용

 지난 2010년 10월 18일 원유철 국방위원장을 비롯한 국방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경기도 평택 해군 제2함대에 정박한 독도함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해군본부와 해병대사령부에 대한 국정감사에 앞서 천안함을 찾아 함수와 함미의 절단면을 살펴보고 있다.
지난 2010년 10월 18일 원유철 국방위원장을 비롯한 국방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경기도 평택 해군 제2함대에 정박한 독도함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해군본부와 해병대사령부에 대한 국정감사에 앞서 천안함을 찾아 함수와 함미의 절단면을 살펴보고 있다. ⓒ 유성호

이 대통령은 연평도에 가 "NLL선을 확고하게 지켜야 한다" "이 다음에 정말 포격을 해 오면 백배 천배 보복을 한다고, 금방 장교가 얘기했는데 그런 정신을 갖고 있으면 북한이 도발 못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이건 흰소리에 불과하다.

1953년 휴전 이후 서해에서 1, 2차 서해교전을 비롯해 남북 간 크고 작은 충돌이 있었지만, 그 중 최악은 이명박 정부에서 일어난 천안함 사건이었다. 정부 발표대로라면 현 정부의 해군은 한국은 물론 세계 전쟁사에서도 드문, 처참한 완패를 당했다.

오히려 서해는 그들이 "NLL을 포기했다"고 공세를 퍼붓고 있는 노무현 정부 당시 조용했다.

'노크 귀순'에서 나타난 현재 군의 모습도, 천안함에는 못 따라가지만 대단히 보기 드문 사례다. 드러난 상황을 보면 '작전 실패는 용서해도 경계 실패는 안 된다'는 말은 사치다. 계속된 거짓 보고로, 국방부 발표가 완전히 신뢰를 잃는 지경이 돼 버렸다. 그래놓고도 아랫사람들에게만 책임을 물을 뿐, 국방장관과 합참의장은 사과문만 발표하고 사건을 마무리지었다. 스스로 군을 신뢰할 수 없게 만들어 버린 것이다.

현장 경계에 실패한 일선 중대장·소대장과 병사들을 처벌하지 않은 것을 두고, '대선이 목전인 상황에서 이들을 처벌할 경우 젊은층 유권자들을 자극해 박근혜 후보에게 불리할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말이 나오는 수준까지 돼버렸다.

그럼에도 이 대통령은 강원도 고성에 가서 '격노' '대로'라는 기사를 만들어낼 법도 하지만, 연평도로 가버렸다.

그 자신 역시 수많은 정상회담을 한 당사자로서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는 국익에 반한다"는 태도를 보이기는커녕 선거운동의 한 복판으로, 그것도 한반도에서 가장 민감한 북풍 이슈를 들고 뛰어들어 버린 것이다.


#노크귀순#NLL#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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