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밤에 미친듯 휘몰아치던 바람때문에 붉게 물들었던 단풍이 죄다 떨어져 뒹굽니다. 하늘은 언제 그랬냐는 듯 시치미 둑 떼고 새파랗게 높기만 하고, 마지막 가을 햇살은 하늘을 지향하던 눈길을 물 위에 은빛 비늘로 붙잡습니다.
제가 한가위 직전인 지난 달 29일 임동창 선생의 공연소식과 피앗고에 대한 이야기를 썼습니다. 이 글 '싸이의 빌보드차트와 임동창의 피앗고!'를 읽으신 임동창 선생님께서 손수 쓰신 편지와 함께 피앗고로 연주하는 '우리 풀꽃 이야기'를 보내오셨습니다.
'국악인이 꼽는 국악 명인'인 동시에 연주자인 임동창 선생께서 바쁘신 가운데 보내주신 풀꽃향 그윽한 음악을 들으며 지금 이 글을 씁니다. 곱고 어여쁜 들꽃과 그 꽃들의 향기가 온전히 여러분에게 전해지기를 바라며...
다른 곡조에 비하면 '얼치기완두'는 듣는 이들이 절로 흥이 날 경쾌함과 발랄함이 살아 넘치는군요.
먼저 선생님께서 보내신 편지부터 소개합니다. 글 읽기 불편하다 하실 분들을 위해 여기 쓰신 내용 다시 한 번 옮겨 적습니다.
한사 정덕수 선생님께반갑습니다.많이 바쁘실텐데지극한 관심으로 도와주셔서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또한 선생님께서 쓰신 글"피앗고로 강남스타일을"읽었습니다.선생님의 따뜻한 가슴과뛰어난 통찰력을 엿볼 수 있어서마치 오랜 지기를 만난 듯기뻤습니다.
언젠가
형편이 되거든뵙기를 원합니다.다시 한 번 감사드리며건강하시고좋은 글 많이많이 써서사람들의 가슴을 훈훈하게이어 주세요.그냥 임동창 올림어떠신지요? 요즘 이렇게 손 글씨 정성스럽게 쓴 편지를 받는 일이 없는 세상인데, 여전히 손으로 쓰신 편지를 보내시는 그 마음이 진정 음악인이 아닌가요.
더러 초면임에도 나이 몇 살 더 들었다는 걸 내세워 "자네보다 내가 위니 말 놓을게!"라 하는 세상 아니던가요. 그런데 선생님께서는 편지 말미에, 나이도 어리고 세상 물정도 더 어두운 미천한 제게 '올림'이란 말씀을 하시니, 새삼 살며 겸손하지 못했던 모습을 들키기라도 한 모양 부끄럽습니다.
더구나 흔하게 볼 수 있는 볼펜이나 사인펜이 아닌 연필로 쓴 편지 고이 전달되길 바라신 마음이 따뜻합니다. 요즘 이런 정성과 인정 만나기 어려운 세상 아닌가 싶었는데 말입니다.
편지와 함께 보내신 '우리 풀꽃 이야기'엔 송도혜 작가가 그린 손 그림엽서도 보기 좋습니다.
우리의 가락에 대한 지극한 정성 아니고야 어려운 작업을 하시고 들려주시는 것도 고마운 일인데, 이리 정성 깊은 편지와 음악을 받으니 마치 제가 대단한 일이라도 한 모양 괜히 우쭐해집니다.
아마도 선생님께서 "피앗고로 강남스타일을"이라고 글의 제목을 기억하신 이유가 조만간 많은 분들에게 피앗고로 강남스타일을 들려주실 마음이신 듯 싶습니다.
무엇을 바라고 한 일 아니었고, 선생님의 이야기도 싸이의 <강남스타일>과 얼버무려 써 죄송스러운데, 그런 내용 하나 탓하지 않으시고 고맙다 하시니….
조만간 서울 쯤에서 공연하신다면 기필코 찾아뵙고 연주도 들을 작정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 뷰 ‘한사의 문화마을’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