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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지난 12일 오후 광주역에 도착해 경호원들에 둘러 싸여 지지자들과 시민들 사이를 지나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지난 12일 오후 광주역에 도착해 경호원들에 둘러 싸여 지지자들과 시민들 사이를 지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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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이 유턴 중이다.

새누리당은 4·11 총선 때만 하더라도 '경제민주화'와 '정치쇄신'을 장착하고 변화를 주도했다. 총선 전후 불거진 각종 악재들도 한 발짝 빠른 새누리당의 대응에 사그라졌다. 박근혜 대선후보 역시 경선 직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참배·전태일 재단 방문 등 거침없는 광폭행보를 보였다.

그런데 대선을 37일 앞두고 새누리당이 '보수표 결집'으로 방향을 틀었다. 경제민주화의 상징적 인물인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 마련한 '기존 순환출자 의결권 제한' 등 경제민주화 공약 상당수를 박근혜 후보가 거부한 것이 대표적이다. 김종인 위원장이 지난 12일 국민행복추진위원 임명장 수여식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나, "결별이 그리 간단하겠느냐"며 박 후보와의 '결별설'을 부인했지만 캠프 안팎의 분위기는 김 위원장이 사실상 2선 후퇴된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 캠프 관계자는 12일 당일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김 위원장은 사실상 캠프 나가신 거나 다름 없다"며 당의 유턴 상황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그는 "그동안 후보가 얼마나 경제민주화를 강조했나, 총선 때도 그랬고 출마선언 때도 그랬다"며 "그런데 경제민주화의 상징성 있는 인물을 이렇게 내치고 나면 앞으로 TV 토론회에서 어떻게 대응하려고 하냐"고 말했다.

경제민주화 '반전'에 당내 개혁파 '부글부글' 끓지만

그러나 대선이 한 달 남짓 남은 상황에서 쓴 소리도 쉽게 할 수 없다. 당내 경제민주화 여론을 선도해온 '경제민주화실천모임(경실모)'은 13일 오전 조찬모임을 하기로 했다가 취소했다. 경제민주화를 둘러싼 당내 갈등이 공식 구도화 되는 것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다만, 경실모는 이날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에서 운영위를 열어 "경실모는 대선 국면에서 합리적인 경제민주화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최선을 다 했고 대선 이후에도 경제민주화 실천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나갈 것"이라고 입장을 정리했다.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가 물거품이 될 수 있다", "박 후보가 최소한 대기업집단법 등은 받아들여야 한다" 등의 지적들이 비공개 회의에서 쏟아졌지만 일단, '봉합'하기로 정리한 셈이다.

경실모 대표인 남경필 의원도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할 말은 많지만 지금은 안 하겠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대선 상황을 고려한 것이냐"는 질문에 "중요한 고려 사항"이라며 "대선 이후에도 국회는 열리니깐, 대선이 끝난 이후에도 실천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에 모든 의미가 녹아있다"고 설명했다.

경실모 소속 김성태 의원도 이날 YTN라디오 <출발 새아침>과 한 인터뷰에서 "오늘 아침 모임은 원래 스터디 모임인데 여차 잘못하면 경제민주화 공약에 대해 우리 박근혜 후보와 큰 의견의 차이를 보이는 것처럼 갈등으로 비춰질 수 있는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고 모임 취소 사유를 밝혔다.

다만, 그는 "(박 후보와 김 위원장이) 기존 순환출자 부분에 대한 의결권 제한에 대해서만 이견이 있는 것인데 이것을 지나치게 확대해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본다"며 "경제민주화 실천의지는 저희 새누리당이 당운을 걸 정도로 확고하다고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즉, 이번 갈등이 곧 새누리당의 '중도 확장 전략' 폐기를 의미하는 건 아니란 얘기다.

"새누리당만의 장점 보여라" 주문에 '집토끼 단속'으로 유턴?

하지만 새누리당의 대선 전략 변화는 이미 몇 주 전부터 조짐을 보여 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서해 북방한계선) 폐기 발언 의혹을 대선 이슈로 점화시킨 것이나 선진통일당과 합당을 통한 '보수대연합' 판을 짠 것이 대표적이다.

김무성 총괄선대본부장이 이같은 캠프 전략 변화를 드러내는 대표적 인물이다. '정신 재무장'을 주문하며 24시간 비상체제 근무를 명한 김 본부장은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를 향해 '색깔론'을 제기하는가 하면, 야권 후보 단일화를 '국민속임수 선거전략'으로 매도하며 보수층 결집을 주도해왔다.

이에 대해 한 재선의원은 지난 7일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정치에 감동이나 감흥이 있어야 하는데 요새 그런 게 보이지 않는다"며 '김무성 스타일'에 대한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그는 "체육관에 모여서 손들고 선서하는 필승결의대회 같은 건 아니라고 보는데, 1번에서 4번으로 늘었다"며 "김무성 총괄선대본부장이 회의에서 '새누리당은 새누리당만의 장점이 있는데 왜 못 살리냐'고 질책한 이후였다"고 말했다.

당의 취약 지지층으로 꼽히는 중도층·젊은층으로의 확장 대신, 전통적인 조직력 복원 및 세 과시로 대선 캠페인이 흐르고 있다는 우려였다. 그러나 당 일각에서는 야권 후보 단일화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중도 확장 전략보다 보수층 결집이 보다 효과적인 전략이란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윤희웅 KSOI 조사분석실장은 13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박 후보가 중도확장전략을 펴왔는데 (인혁당·정수장학회 등) 과거사 논란이 점화되면서 위기 국면을 맞았기 때문에 이를 모면하기 위한 보수층 결집 전략이 필요했다고 본다"며 "단일화가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서 본선에 가면 여야 양자구도로 보수 대 진보 구도가 더 부각되기 때문에 선택한 것일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기존 전략이 100% 대한민국·국민대통합에 의한 '최대 승리' 전략이었다면 최근에는 보수연대를 통한 '최소 승리' 전략으로, 51 대 49의 현실적 승리를 위한 전략"이라며 이같이 평했다. 

다만, 윤 실장은 "1997년, 2002년 대선 당시 세대별 투표율을 종합해 보수표 결집으로만 승리가 가능하다는 분석도 일리 있지만 당시 대선에서도 마지막 여론조사는 박빙으로 나왔고 결국 야권 후보가 승리했다"면서 "야권 후보 단일화 이후 박 후보 측이 중도 확장 전략을 다시 구사하더라도 진정성을 얻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짚었다.


태그:#박근혜, #경제민주화, #보수층 결집, #김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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