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의 시작 하루 만에 잠정 중단되어 수많은 국민들을 애타게 했던 야권 후보 단일화 협의가 18일 재개되었다. 지난 14일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 측이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측에 '안철수 양보론' 등을 이유로 협상중단을 선언한 뒤 닷새만이다. 18일 밤, 문 후보와 안 후보는 긴급 회동을 갖고 정권교체와 대선승리를 위해 힘을 모아가자며 협상 재개에 합의했다.
시간이 지체된 만큼 앞으로 어떤 형태로 온전하게 단일화 합의를 이뤄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후보등록 마감일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양측은 단일화 절차와 방식을 놓고 포괄적인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아이튠즈에서 <이털남> 듣기☞ 오마이TV에서 <이털남> 듣기<오마이뉴스> 팟캐스트 방송 <이슈 털어주는 남자>는 19일 '전방위 토크' 코너에서 우여곡절 끝에 재개된 야권 후보 단일화를 주제로 대담을 진행했다. 대담에 참여한 고진화 전 의원은 "협력적 경쟁이라는 게임의 룰을 습득하지 못한 것에서 발생한 문제라고 본다"며 "서로가 협력해야 한다는 전제를 인식하고 가야하는데 양자가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또 다른 대담자인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안 후보 측에서 조금 빠진 지지율을 만회한다는 실리와 민주당을 자신이 개혁한다는 느낌을 주는 일종의 명분을 동시에 쫓으면서 문제가 생긴 것 같다"며 "다만 이러한 2인 3각 경기에선 둘이 다리를 묶고 달리니 당연히 삐걱거리는 건 어쩔 수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18일 이뤄진 협상 재개는 같은 날 이해찬 민주통합당 대표를 비롯한 민주통합당 지도부 사퇴의 영향이 컸다. 문 후보는 지도부 사퇴 직후 안 후보에게 모든 단일화 방식 결정을 위임하겠다며 협상 재개를 촉구 했고 안 후보는 이후 기자회견을 열어 "인적쇄신을 요구한 것은 아니었지만 이 대표의 살신성인을 존중한다"는 뜻을 밝히면서 긴급 회동을 제안, 두 후보의 만남이 재성사되었다.
고 전 의원은 "문 후보에게는 사실 그간 정치력에 대한 의구심이 많이 있었는데 이번 몇 차례의 사건으로 불완전한 이미지를 많이 극복했다고 본다"며 "진정성, 자기를 비우는 모습을 보이면서 기존에 의문을 가졌던 지지자들에게 믿음을 준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진 교수 역시 "문 후보는 원래 저쪽에서 요구한다고 사퇴하는 게 원칙적인 것인지 모르겠다며 처음에는 굉장히 분노했다가 이내 바로 받아버렸다"며 "한 마디로 원래는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지만 단일화라는 국민적 요구에 의해 자기가 제안을 받겠다는 대인배적 풍모를 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5일간의 알력에서 문 후보가 가장 큰 정치적 수혜자라는 것.
지지부진했던 새정치 공동선언 역시 안 후보가 제시한 세 가지 개혁안이 일정하게 담기면서 드디어 합의가 이뤄졌다. 특히 국회의원 정수 축소 문제가 정수 조정이라는 표현으로 바뀌면서 두 후보가 일종의 타협을 이룬 셈이라는 분석이 일반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고 전 의원은 "제가 볼 때 국회의원 수 조정 문제, 지역구와 비례대표의 비율을 조정하는 문제는 앞으로 정치개혁의 사활적 이해관계를 걸고 세력 간에 쟁투를 벌일 사항"이라며 "그런데 사실 불행히도 안 후보가 내놓은 세 가지 아이템은 한국사회가 여태까지 겪어왔던 본질적인 문제에 대한 해답이나 리더십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안 후보가 내놓은 국회의원 정수 축소 방안 등이 민주 진보 진영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못한 채로 제기되어 논란을 빚었고 그에 따라 앞으로도 협의 과정에서 커다란 잡음이 예상된다는 것.
진 교수 역시 "정당과 관련하여서는 제일 중요한 지역주의 문제가 있고 또 거대 양당제 문제가 있는데 안 후보의 방안은 좀 생뚱맞은 구석이 있다"며 "정당명부 비례대표제와 같은 이미 나와 있는 답을 치고 나왔으면 오히려 신선할 뻔 했는데 왜 그러지 않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민주 진보 진영이 오랜 시간 고민해오고 나름의 답을 내렸던 방안에 대해 안 후보가 색다른 이야기를 한 게 된 것은 충분한 내부적 논의를 거친 해답이 아니라는 방증이라는 것.
덧붙여 고 전 의원은 "그러한 문제 제기에 대해서 많은 응답이 왔으면 거기에 대해서 본질적으로 점검을 해봐야 하는데, 안 후보 측은 그 문제제기를 개혁에 대한 반대로 몰아버렸다"며 "앞으로 하루 이틀 논의해서 해결될 사안이 아니고 근본적으로 개혁을 해내려면 기득권의 엄청난 저항을 극복할 수 있는 로드맵을 정교하게 짜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새정치 공동선언문에 '우리는 대선 승리 이후에도 신뢰의 원칙하에 연대의 책임을 다한다'는 구절이 들어가면서 결국 이것이 공동정부 구성을 의미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이슈가 되고 있다.
고 전 의원은 "국정운영의 큰 방향도 합의했고 그것을 해 나갈 주체는 당연히 선거에 일시적으로 임하는 연대기구가 아니라 정책적으로 광범위한 합의가 이뤄진 연합체"라며 "그게 정권 이후에도 활동한다면 당연히 이건 공동정부 구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진 교수는 "새누리당에게 야합, 담합이라고 비판받는 상황에서 그런 이야기를 지금 꺼내어 놓고 하기는 어렵다"며 "분명한 것은 선거만 같이 치르는 게 아니라 이후의 집권과정에도 같이 한다는 것이고 그 내부에서 누가 무엇을 할 것인지까지 지금 이야기 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