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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의 대선후보 사퇴는 안철수 지지자들에게는 너무나도 큰 실망을 주었을 것이다. 문재인 후보를 뽑느니 차라리 박근혜 후보에게 투표하겠다는 소리도 나오는 지금, 안철수 지지자들은 안철수의 실제 의도를 전혀 모르고 있다. 안철수의 숨겨진 의도를 알려면 지난 서울시장 선거와 새누리당의 대선후보 드라마를 잘 이해해야 한다.

지난 서울시장 선거 당시, 안철수는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할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기며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에게 거대한 위기감을 주었다. 하지만 결국 박원순 후보를 지지하면서 '야권 단일화'를 이루어냈다. 사실, 이때만 해도 사람들은 박원순이라는 사람의 존재를 잘 알지 못하였다. 지지율도 한 자릿수로 없는 후보나 다름없었다. 안철수의 양보로 야권 단일후보가 된 박원순 후보는 단숨에 40%에 근접하는 지지율을 얻었다.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빨갱이', '병역의혹', '학력의혹', '아들 병역비리' 등으로 지지율이 서서히 떨어질 때쯤, 안철수는 다시 한 번 박원순 후보를 지지하는 태도를 보여준다. 그렇게 사상 처음 진보계열 인사가 서울시장이 되었다.

새누리당의 후보선출 방식에도 숨겨진 꼼수가 있다. 지난 8월 20일 새누리당 경선에서 박근혜 후보가 80%를 넘는 지지율로 4명의 후보를 누르고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되었다. 이렇게 지지율이 압도적인데, 다른 후보들은 어떤 생각으로 경선에 참여했을까? 이 부분이 바로 새누리당의 꼼수다. 박근혜 혼자서는 '승리자'가 될 수 없다. 누군가 경쟁 후보가 있어야 싸워 이기는 이미지가 생기게 된다. 다른 후보들은 그저 박근혜 후보가 경선에서 승리하게 되면서, 새누리당의 대선 후보가 되는 '정당성'을 부여하는 역할을 할 뿐이다.

야권 단일후보가 나오면 박근혜 후보가 선거에서 이길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한다는 것은, 이미 지난 서울시장 선거에서 겪었다. 그런 이유로 지금 이 시점에서, 새누리당과 그 당을 따르는 언론들에 가장 두려운 것은 '야권 단일화'이다. 그런 이유로 안철수 후보와 문재인 후보가 조금이라도 엇나간다면 마치 야권 단일화가 완전히 깨진 듯이 기사를 쏟아냈다. 이 부분이 바로 안철수 후보의 숨은 의도였다. 야권 단일화에 관한 부정적인 언론기사가 계속해서 보도되면서, 어느새 대선 경쟁 구도는 '안철수 vs 문재인'으로 바뀌게 되었다. 언론에 노출되는 양도 박근혜의 대선 행보보다는 '안철수 vs 문재인' 구도의 '야권단일화'가 많아졌다.

지난 대선에서는 많은 진보진영 후보들의 난립으로 한나라당의 이명박 후보가 압도적인 득표율로 당선되었다. 사실, 언론들은 '이명박 vs 박근혜' 구도의 한나라당 경선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관련 기사가 지속해서 나올수록, 사람들은 진보진영후보들보다는 한나라당에서 어떤 후보가 나올지에 관심을 두었다. 사실상 당시 대선은 이명박과 박근혜의 싸움이 되었고, 경선에서 이명박이 최종 후보로 결정되면서 '승리자'의 이미지를 가지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 이미지는 결국 이명박 후보의 당선을 가져오게 되었다.

지금의 '안철수 vs 문재인' 후보의 '야권단일화'도 과거 한나라당-새누리당의 '대선후보 만들기 드라마'를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언론의 관심은 '여당 vs 야당'이나 '단일화후보 vs 박근혜' 가 아닌 '안철수 vs 문재인'이었다.

언론의 관심은 그대로 사람들의 관심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안철수 후보는 문재인 후보에게 '승리자'라는 이미지를 안겨 주었다. 여기까지가 안철수 후보가 의도한 방향이었지만,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안철수 후보의 지지자 중 일부가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새누리당과 새누리당을 따르는 언론, 지지자들이 안철수 후보와 문재인 후보 지지자들을 이간질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이유에서 안철수 후보는 과거 서울시장 선거 때와 같이, 선거일 직전에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는 태도를 보여줄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가 당선되지 못한다면, 앞으로 새누리당에서는 대선 후보로 나올만한 인물이 없기 때문이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지난 새누리당 경선은 박근혜 후보가 80%를 넘는 지지율을 가져갔고, 나머지 후보들은 평균 5% 대에 그쳤다. 이런 경선 지지율이나 나이, 출신이나 경력 등을 고려해 볼 때, 새누리당에서 다음 대선은 기약할만한 인물이 없다. '박근혜 후보 드라마 만들기'가 독이 된 것이다. 이 때문에 새누리당은 이번 대선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안철수 후보 지지자들과 문재인 후보 지지자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서로 헐뜯기가 아니다. 안철수 후보와 문재인 후보의 모습처럼, 서로 대화하고 타협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실망한 안철수 후보 지지자들이 꼭 알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안철수 후보는 대선 후보를 '포기'한 것이 아니라 '양보'한 것이다. 기자회견에서 안철수 후보는 분명 '단일화 후보는 문재인 후보'라고 말을 하였다. 일부 사람들은 안철수 후보가 '새 정치를 잠시 미룬다'고 말한 것을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받아들였다. 하지만 안철수 후보가 말 한 '새 정치'는 '정당정치가 아닌 후보/사람 중심의 정치-무소속 후보의 당선'을 말 한 것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안철수 후보는 '포기'가 아니라 '양보'이다. 이 '양보'는 처음부터 의도된 것이었고, 처음부터 지금까지도 안철수 후보는 박근혜 후보보다는 문재인 후보를 지지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대선#안철수#문재인#야권단일화#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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