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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가 8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서울지역 대규모 합동유세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가 8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서울지역 대규모 합동유세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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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8일 토요일은 여야 후보가 모두 광화문에서 '맞짱'을 뜬 날이었다. 그런데 이날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진영의 김중태 국민대통합위 부위원장은 연단에 올라 다음과 같이 내뱉었다.

박 후보가 당선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단 한가지 걱정스런 점이 있다면 낙선한 문재인 후보가 봉하마을 부엉이 바위 위로 찾아가 '산산히 부서진 이름이여 내가 부르다 죽을 이름이여'를 외치다 부엉이 귀신따라 저 세상에 갈까 걱정"이다.

또 그는 그러면서 야당 진영에 대해 "대한민국의 정통성 부정하는 종북주의자, 친북 주의자의 대명사인 문재인 세력"이라 지칭했다.

공세의 수준 뛰어넘는 광기에 가까운 저주, 폭언

사실상 광기에 가까운 저주이자 폭언이었다. 아니, 광기를 넘어 살기마저 느껴진다. 아마 민주당 후보 진영에서 상대인 새누리당 측을 향해 이런 언급이 나왔다면, 지금쯤 새누리당 측에선 즉각 고소, 고발조치를 취했을지도 모르겠다. 이런 상상이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이 아니다.

예컨대 지난 1차 TV토론에서 통합진보당의 이정희 후보는 박근혜 후보를 향해 날카로운 공세를 폈다. 그러자 새누리당과 조중동을 비롯한 수구언론들은 당장 이정희 후보가 막말토론을 만들었다며 비난을 퍼붓고 즉각적인 조치에 들어갔다.

즉, 여론조사 결과 15퍼센트 이하의 지지를 받는 후보는 TV토론에 나오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더니 신속하게 법안까지 만들어 법안발의까지 마쳤다. 대다수 국민의 지지를 받은 투표시간 연장안에는 결사적으로 반대하며 막던 사람들이, 또 문재인 후보와의 양자 토론은 극구 회피해오던 사람들이, 정작 '다수의 논리'를 내세우며 화풀이를 한 꼴이었다.

하지만 이정희 후보의 공세는 충분히 사실에 근거한 것이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다카키 마사오라는 일본식 이름으로 창씨개명을 한 적극적 친일분자였다는 점, 박근혜 후보가 전두환으로부터 받은 6억 원의 실체가 박 정권 당시 정경유착의 산물로 박 후보가 수령할 도덕적 근거가 없었다는 점, 정수장학회는 박정희가 강탈한 장물이라는 점은 모두 역사적 진실이었다. 오늘날 이를 부정하는 역사학자는 아무도 없다. 그럼에도 수구세력들은 이정희 후보의 공세에 길길이 날뛰며 즉각 조치에 들어갔던 것이다.

그런데 김중태 부위원장의 위와 같은 폭언은 이미 비난 공세의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저 발언 속에는 그 어떤 진실도, 논리도, 예의도 담겨있지 않다. 완전히 인간의 영역을 넘어서버렸다. 그저 상대를 죽이고 싶어 안달난 이의 광기 어린 저주와 함께, 상대 세력을 자신들과 동등한 세력으로 취급하지 않는 정서만이 엿보인다.

노무현 대통령을 두고 부엉이 귀신이라 지칭한 것이나 문재인 세력을 종북주의자로 지칭한 점, 또 안철수 전 후보를 두고 "철이 안 든 사람"(역시 김중태 후보가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한 말이다)이라 한 점들은 지금 박근혜 후보 진영의 상대를 향한 시선을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박근혜 후보 측에서 아무리 저주를 퍼붓고 동등한 상대로 인정하고 싶지 않아도, 엄연히 문재인 후보 진영 역시 국민 다수의 지지를 받는 정정당당한 대통령 후보이다. 또 만일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그는 대한민국 국민의 손으로 선출되었기에 충분한 정통성을 갖게 된다. 그런 점에서 문재인 후보 측의 정통성을 종북주의로 몰아붙이며 일방적으로 부정해버리는 것은 오히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적 정통성을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 없는 행위다. 쉽게 말해 이번 대통령 선거 자체를 아애 부정해버리는 것이다.

한 번 생각해보자. 국가보안법이 엄연히 살아 있는 나라에서 상대진영을 종북주의자로 몰아붙인다면, 이게 상대진영과 대통령 선거를 치르기 싫다는 소리와 무엇이 다르겠는가? 또한 그것은 선거라는 민주주의적 제도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그리고 사실 김중태식의 논리로 따지자면, 친일분자이자 독재자 다카키 마사오(박정희)의 후예인 박근혜 후보야말로 진정 역사적 정통성이 결여되어 있다고 보아야 한다.

김무성 총괄선대본부장부터 이인제, 이상일...막말 퍼레이드

김영삼 전 대통령계인 '민주동지회' 회원들이 3일 오전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박근혜 대선후보 지지 결의대회'를 개최한 가운데 김무성 중앙선대위 총괄본부장이 한 참석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계인 '민주동지회' 회원들이 3일 오전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박근혜 대선후보 지지 결의대회'를 개최한 가운데 김무성 중앙선대위 총괄본부장이 한 참석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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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사실은, 현재 대선국면에서 박근혜 후보 진영의 상대를 향한 '폭언'이 한두 번에 그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박 후보 진영 소속 사람들의 '폭언 퍼레이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김무성 새누리당 총괄선대본부장의 입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지난 9월, 노무현 전 대통령이 6월항쟁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둥 역사의 진실을 왜곡해가며 횡설수설하더니, 급기야 지난 11월 21일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스스로 부정해 그걸 감추기 위해 자살하지 않았나"라는 폭언을 터뜨렸다. 우리네 표현 중에 "산 입이라고 함부로 나불거린다"는 표현이 있는데, 정말이지 그런 표현을 절로 떠올리게 하는 폭언이었다.

이에 대해 문재인 후보 측에선 즉각 "자신들에 의해 죽음을 당한 전직 대통령을 정략적인 목적으로 부관참시하는 새누리당의 행태는 패륜적 범죄"이자 "노 전 대통령과 관련해 이인제 의원에 이은 두 번째 망언으로 (이는) 이번 대선을 박정희 대 노무현의 대결구도로 끌고 가려는 정략적 타산에서 나온 발언"으로 규정지었다. 적절한 지적이었다.

과연 노무현 전대통령이 자신의 부정을 감추고자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했는가? 오히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극단적 선택은 검찰권력, 언론권력 그리고 이명박 정치권력의 합작품이 아니었던가? 아무튼 그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결코 진실이라 할 수도 없고, 또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도저히 '내뱉고자 상상할 수조차 없는' 발언을 김무성 본부장이 한 것이었다.

더구나 김무성은 그야말로 '새누리당 총괄선대본부장'이 아닌가? 대선후보의 한 축을 짊어진, 그런 직책에 있는 인물이 어떻게 이런 폭탄발언을 하겠다고 마음먹을 수 있었을까. 또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이미 고인이 되신 분을 향해, 더구나 비극적으로 삶을 마감한 분을 향해 저런 식의 말을 할 수 있는 것일까. 만일 야당 진영에서 박근혜 후보를 향해 "그 아버지가 독재권력을 휘두르다 자기 부하에게 총 맞아 암살당했다"는 식의 발언이 튀어나왔다면, 새누리당과 수구언론들은 어떻게 대응했을까. 그나마 이건 일면 진실이라도 담고 있는 언급이지만, 아마 그들은 히스테리컬한 반응을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을 향한 폭언은 이게 다가 아니었다. 사실 김무성 본부장의 노무현 대통령을 향한 폭언에는 이미 예고편이 준비되어 있었다. 바로 김무성 본부장에 앞서 지난 11월 13일. 새누리당과 합당한 선진통일당의 이인제가 세종시에서 열린 새누리당 선대위 발대식에서 "야당의 한 사람은 오직 정치적 경험이 대통령 비서라는 것밖에 없다. 자기가 모시던 대통령이 부패혐의에 쫓겨 자살했다. 정치적으로 영원히 죄인일 수밖에 없는 사람이 나와서 대통령을 하겠다고 큰소리 치고 있다"고 말했던 것이다.

역시 철새 정치인다운 눈치 빠른 폭언이었다. 이게 무슨 의미냐면, 이인제 후보의 폭언은 새누리당이 이번 대선을 노무현 프레임에 가두어둠으로써 이명박 정권 심판론을 무마하려는 전략에 영합한 것으로 보여진다는 뜻이다. 그로부터 얼마지나지 않아 김무성의 입에서 같은 맥락의 폭언이 나온 것은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한 마디 말이라도 전략적으로 해야 하는 대선판에서, 같은 성격의 폭언이 연속적으로 나온 것은, 우연으로 보기 어렵다.

한편, 박근혜 후보 측은 안철수 후보와 문재인 후보를 직접 겨냥해서도 이성을 잃은 비난 공세를 펴고 있다. 몇 가지 사례를 들어보자.

지난 12월 6일, 안철수 전 후보가 공식적으로 문재인 후보 지지를 표명하자 박근혜 진영에선 그를 '안철수씨'로 지칭하며 "정치권력을 위해 영혼을 팔았다"고 비난했다. 또 이상일 대변인은 "문재인 후보는 안철수 전 후보에게 '구걸'하기 위해 신념과 소신을 버렸다"고 말했고, 이정현 공보단장은 "안 전 후보가 단일화가 아닌 후보 사퇴를 했고 여기서 상당한 시간이 흐른 뒤에 마지못해 '적선'하듯 했다"고 말했다.

'구걸'이니, '적선'이니, 온갖 폄하하는 언어가 다 동원되었던 것이다. '안철수씨'로 지칭한 것도 마찬가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는 상대를 깔아뭉개고, 상대를 동등하게 취급하지 않는 의도가 깔려 있다. 그러니 '예의 상실'은 기본이고, 무조건 '비난만 하고 보자'는 식의 사고가 깔려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새누리당은 안철수 후보가 사퇴했을 당시 "안 전 후보가 희망하는 국민대통합, 정치쇄신, 경제위기 대비 등은 새누리당과 박 후보가 일관되게 추구해왔던 어젠다로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정진, 또 정진할 것"이라고 말했다(이상일 대변인의 언급). 이 발언 속에선 안철수 후보를 적어도 정치쇄신, 경제위기 대비 등의 가치를 추구해온 정치인으로 인정하고 그의 가치를 계승하겠다고 천명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안 후보가 문 후보의 지원을 선언하자 '정치권력을 위해 영혼을 판 권력동물' 정도로 몰아붙였던 것이다. 자기네들도 그간 정치쇄신을 추구해 온 정치인으로 인정한 안철수 전 후보가 왜 박근혜 후보가 아닌 문재인 후보 지지를 선언했는지에 대한 성찰적 자세는커녕, 일단 비난 공세부터 퍼붓고 보자는 식이었다.

무능프레임, 밀약설에 가두려는 전략, 근거는 없었다

그런 견지에서 박근혜 후보 측에선 계속 비난 공세를 이어갔다. 심지어 야권 단일화 이후 박 후보 진영의 사람들이 내뱉은 언급들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이정현 공보단장 : "상대는 오로지 선거에 이기기 위한 하나부터 열까지 불안한 좌파대연합을 형성했다. 이제는 불안세력과 안심세력의 대결이다"
안형환 대변인 : "문 후보는 친노 세력에 의해 불려 나왔고 지금도 친노에 의해 조종당하고 선거운동도 안철수에 기대는 무능 후보다. 안철수와의 결합도 친노 조종에 의한 정치공학적 결합이다."
박선규 대변인 : "선거 후 국무총리를 비롯한 장관 등 인사권 문제, 민주당 당권 문제, 이해찬 대표와 친노그룹 퇴진 문제 등에 대한 두 사람의 밀약설이 넓게 퍼지고 있다. 자리를 매개로 한 부도덕한 거래행위가 다시 언급되는 것을 어떻게 새 정치라고 할 수 있느냐"
조혜진 대변인 : "국민연대라는 실체는 '노빠부대'고 국민후보라는 사람의 실체는 '노빠부대의 대장'이라는 것을 감출 수가 없다. 실패한 친노세력의 복귀를 포장해서 감추고 국민들을 속이려고 하는 조잡한 화장술에 불과하다."
박재갑 부대변인 : "문 후보는 '마마보이 정치인', '폐족(廢族) 탈출 프로젝트의 꼭두각시 연 기자다. 문 후보의 자연인 안철수씨에 대한 끝없는 '안심(安心) 구걸행각'은 문 후보가 홀로서기가 불가능한 '마마보이 정치인'임을 증명한 것이다."

위의 발언들을 보고 있노라면, 사람이 사람을 저렇게까지도 비하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스친다. 이건 논리나 이성에 입각한 '비판'이 아니다. 그야말로 저질스런 정치적 비난이다. 상대를 향한 존중의 자세라고는 전혀 없는, 막말 수준이다. 문재인 후보 진영을 '노빠' 프레임으로 가두고,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를 '무능' 프레임으로 가두려는 술수에 불과하다. 그래서 이명박 정권 심판을 피해가고, 보수대연합에서 보여준 구태를 감추려는 것이다. 또 이른바 '밀약설'에 대해서도 그 근거를 전혀 제시하고 있지 못하다.

객관적으로도, 야권의 단일화 그 자체는 정권교체를 향한 열망의 정도로 판단할 문제지, 후보 개인의 무능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 후보 개인이 무능한지의 여부는, 후보의 식견이나 위기대처능력으로 판단해야 할 문제다. 그렇기에 이는 유권자가 TV토론 등을 통해 판단할 문제인 것이다. 오히려 후보의 '허술함'이 노출되는 것을 피하고자 그동안 TV토론을 회피해온 박근혜 후보 측이야말로 후보 개인의 '무능'에서 자유롭지 않다. 또한 야권의 단일화에 맞서 박근혜 후보 진영에서 꾀한 보수대연합이 겨우 '늙은 정치인들의 욕망'을 한 데 모아둔 '노추(老醜)의 짬뽕' 수준이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위와 같은 식의 공세는 그야말로 '파렴치'를 넘어 '자기망각'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아무튼 새누리당의 비난 공세와 폭언 퍼레이드에 저류하고 있는 일관된 경향은 한 마디로 '내멋대로'라고 말할 수 있다. 즉, 상대가 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무조건 내가 퍼붓고 싶은대로 퍼붓고 보자는 식의 사고다. 또 있다. 상대를 죽이고도 죄책감 한 번 느끼지 못하는 무감증, 거기에 더해 피해자의 상처를 치유해주기는커녕 칼로 난도질하는 비인간성이다.

흔히 말은 그 사람의 교양과 식견을 반영한다고 한다. 하지만 21세기 한국의 수구세력들이 정치판에서 내뱉는 '말'들에선, 교양과 식견은커녕 아애 '인간'의 가치 자체가 결여되어 있다. 그것은 태도의 측면에선, 상대를 동등한 인간적 입장에서 존중해주는 태도가 결여되어 있고, 내용의 측면에선, 너무나 반인간적이다. 현재 박근혜 후보 진영이 단일화된 야권 진영을 향해 퍼붓는 말들은 전자에 해당되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관련해 내뱉은 폭언들은 후자에 해당한다. 우리 유권자들은 언제쯤 정직한 '언어의 정치'를 볼 수 있을까. 정말 궁금하다.


태그:#박근혜 진영, #김무성 폭언, #김중태 폭언, #박근혜 진영 비난 공세, #이명박 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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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공부하고 있는 시민. 사실에 충실하되, 반역적인 글쓰기. 불여세합(不與世合)을 두려워하지 않기. 부단히 읽고 쓰고 생각하기. 내 삶 속에 있는 우리 시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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