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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2월 1일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비정규직지회 소속 황호인씨가 오전 6시 10분께 지엠대우(현 한국지엠) 부평공장 정문 아치에 오르고 있다. 이들은 이곳 아치 위에서 64일 동안 농성을 진행했다.<부평신문 자료사진>
 2010년 12월 1일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비정규직지회 소속 황호인씨가 오전 6시 10분께 지엠대우(현 한국지엠) 부평공장 정문 아치에 오르고 있다. 이들은 이곳 아치 위에서 64일 동안 농성을 진행했다.<부평신문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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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영하 10도 이하의 혹한이 이어지고 있다. 새벽 체감 기온은 영하 20도 안팎까지 떨어지기도 한다. 노동자들의 몸을 녹일 작은 불씨 하나 없는 '고공 농성'은 친(親)재벌 정책을 추진한 이명박 정부에서 끊이지 않고 있다.

4대강 사업비 20조 원, 부자 감세 100조 원으로 상징되기도 하는 현 정부에서 힘없는 노동자가 목소리를 내기 위해선 사투를 벌일 수밖에 없는 걸까?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문제로 여성의 몸으로 부산 영도 조선소 크레인 위를 올라간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을 시작으로 정리해고 철회와 비정규직 철폐를 요구하는 노동자들이 목숨을 내놓고 투쟁하고 있다.

한상균 전 전국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장과 문기지 정비지회장, 복기성 비정규지회 수석 부지회장은 지난달 20일부터 평택 쌍용차 인근의 고압 송전탑(높이 30m)에 올라가 농성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 최병승·천의봉씨도 지난 10월 17일부터 사내하청 노동자 전원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철탑에 올라가 농성하고 있다. 이밖에도 노조 파괴 전문 업체라는 비난을 받은 '창조컨설팅'의 문건이 공개된 유성기업의 홍종인 지회장도 사태 해결을 촉구하며 아산공장 앞 굴다리 위에서 11일 현재 52일째 농성하고 있다.

이들에 앞서 지난 2010년 12월 1일부터 2011년 2월 3일까지 64일 동안, 한국지엠 비정규직지회 소속 조합원 황호인·이준삼씨는 부평공장 정문 아치 위에서 농성했다. 당시 그 아래에서는 신현창 비정규지회장이 45일 동안 단식하며 농성했다. 그것이 벌써 2년 전 일이 됐다.

한국지엠 비정규직 고공농성 2주년을 맞아 지난 11일 신현창(맨 아래 사진) 전 지회장을 만나 복직 계획과 이번 18대 대통령선거를 바라보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심정을 들어보았다. 아치 위 고공농성을 벌인 황호인·이준삼씨는 인터뷰를 사양했다.

한국지엠 사내 하청기업에 다니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2007년 9월 2일에 전국금속노조 한국지엠 비정규직지회를 설립했고, 바로 조합원 35명이 해고됐다. 이에 지회는 한국지엠 부평공장 서문에서 1190일 동안 철야농성을 진행했으며, 사태가 해결되지 않자, 2010년 12월 1일 부평공장 정문 아치를 기습 점거해 농성을 벌였다. 당시 날씨는 올해와 비슷해 12월 초인데도 영하 10도 안팎의 혹한이 이어졌다.

한국지엠 해고 비정규직 노동자 2명이 부평 공장 정문 아치 위에서 농성을 벌인지 35일차(2011년 1월 4일)때의 모습.<부평신문 자료사진>
 한국지엠 해고 비정규직 노동자 2명이 부평 공장 정문 아치 위에서 농성을 벌인지 35일차(2011년 1월 4일)때의 모습.<부평신문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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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신현창 전 지회장과 한 인터뷰를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한 것이다.

- 한국지엠 부평공장 정문 아치에서 농성한 지 어느덧 2년이 지났다. 소회는?
"황호인·이준삼 조합원이 64일 동안 아치에서 농성했고, 저는 그 아래서 45일 동안 단식하며 철야농성을 했다. 당시 부평공장 서문 앞 천막농성도 1000일이 넘었다. 지금은 현대차와 쌍용차, 유성기업 등 오랫동안 농성하는 분들이 많아 명함도 못 내밀 상황이다. 하지만 당시는 기륭전자 다음으로 길게 농성한 사업장이었다.

지금도 마찬가진데, 비정규직이 노동자 권리를 보장 받기 위해서 힘겹게 (투쟁)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우리가 투쟁하는 것은 시민권을 획득하기 위함이었다. 해고를 당하고, 비정규직으로 사는 것은 시민권이 박탈된 것이다. 시민권을 박탈당한 사람이 (시민권이 보장되는 곳으로) 다시 진입하는 것이 사실상 봉쇄돼있고, (그래서 농성이) 점점 장기화되는 것이 아닌가."

- 현대차를 비롯해 여러 곳에서 정리해고 반대와 비정규직 철폐 등을 위해 혹한에도 고공 농성 중이다.
"폭염과 혹한에서 고공농성을 벌였던 한진중공업 김진숙 지도위원을 비롯해 현대차 최병승 동지나 쌍용차 한상균 전 지회장이 고공에 올라간 심정을 이해한다. 낮에도 영상을 회복하지 못하는 혹한에 그들이 고공에 올라간 것은 사회가 그들을 절벽으로 몰아붙였기 때문이다. 선택권을 가지지 못한 상황에서 그들이 취할 수 있는 길은 타협해 비굴하게 살거나 거부하는 것이다. 거부는, 목숨을 건 극단적 투쟁밖에 없다. 그런 방법 외에는, 시민권을 가지고 있지 못한 자가 사회제도와 법으로부터 시민권을 획득하고 요구할 방법이 없다."

- 2년 전 투쟁을 마무리할 때 노사가 타결한 내용은 무엇이었나?
"핵심적인 것은 올해부터 내년 1월 말까지 해고 비정규직 15명을 복직시키는 것이다. 현재까지는 복직된 조합원이 없다. 비정규직지회는 빠른 복직을 희망하지만. 회사는 답을 내 놓지 않고 있다."

- 지금 생계를 어떻게 유지하고 있나?
"아르바이트하면서 버티고 있다. 파견직으로 자동차 부품업체 들어가서 일하는 분도 있고, 전국금속노조 인천지부 등에서 상근도 한다. 복직과 관련해 15명 모두 의견을 같이 한다. 복직 투쟁과 활동은 논의 중이다. 내년 1월까지 마지노선이다. 내년 초에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한국지엠 부평공장 정문 아치 위에서 64일 동안 철야 고공 농성을 벌인 이준삼씨.<부평신문 자료사진> 해고된 비정규직들은 공장으로 복직을 희망하고 있다.
 한국지엠 부평공장 정문 아치 위에서 64일 동안 철야 고공 농성을 벌인 이준삼씨.<부평신문 자료사진> 해고된 비정규직들은 공장으로 복직을 희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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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정규직 처우는 변한 게 없다. 왜 굳이 비정규직으로 복직하려는가.
"첫 번째는 잃어버린 시민권을 회복하는 단초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자존심의 문제다.
현대차는 비정규직 3000여 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 한국지엠은 올해 임·단협(임금 단체협약) 협상에서 비정규직 문제를 이슈화했지만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못했다. 씁쓸하고 안타깝다. 먼저 한국지엠 비정규직이 제대로 조직되지 못했다. 반면 현대차 비정규직은 조직돼 있었다. 두 번째는 '우는 아이 떡 하나 더 준다'고 했는데, 투쟁을 활발하게 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다른 측면으론 정규직 지부에서 자기 문제로 절실하게 받아 안지 못한 것도 있다."

- 한국지엠이 현대차에 비해 비정규직 문제에 불을 못 붙인 이유는 뭔가?
"현대차의 경우 2003년 비정규직지회를 만들 때 정규직이 지지하고 엄호했다. 업체(사내하청) 폐업이나 집단 해고는 없었다. 이에 반해 2007년 한국지엠에서 비정규직지회 설립할 때 대규모 집단 해고가 있었다. 조합원 100명 중 40명이 해고됐고, 현대차도 마찬가지겠으나 물리적 폭력도 당했다. 또한 회유와 공갈, 협박으로 조합원을 조합에서 탈퇴시킨 역사가 있었다.

현대는 (비정규직)노조가 건재했고, 우리는 노조 활동가들이 쫓겨나가면서 부당노동행위에 적극적으로 대응 못했다. 여기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공장 가동률이 감소한 상태에서 2009년 4월 1000여명이 넘는 비정규직이 희망퇴직이라는 이름으로 해고됐다."

- 한국지엠 비정규직의 현실은 어떠한가?
"1차 하청 업체보다 2~3차 하청업체에서 일하는 비정규직이 불만이 많다. 1차 업체 임금 수준이 2차보다는 높다.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전체 노동자 삶의 평균 질이 하락해 상대적으로 1차 사내하청업체 노동자들이 좋아 보인다. 1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월 200만 원 넘게 받는 것으로 안다. 2차는 150만 원 정도 받는다. 그밖에 성과급이나 휴가 제도를 보면 차이가 더 난다. 2~3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대부분 조직되지 않았다. 하지만 2004년 잔업·특근해서 하루 10시간 일하면 한 달에 150만원 받았는데, 10년이 지났음에도 지금 2차 업체 비정규직은 철야로 하루 10시간 일해야 150만원 받는다."

- 그렇다면 비정규직지회 설립과 활동 이유에 대한 평가가 있어야할 것 같다.
"내부적으로 중간 평가는 없었다. 개인 생각을 이야기하면, 현장에서 유의미한 비정규직을 대변하는 노동조합으로 성장하는 데 실패했다. 앞으로 목표는 유의미한 세력이 돼 비정규직을 실질적으로 대변하는 것이다."

신현창 한국지엠 비정규직지회 전 지회장이 2년 전 혹한의 날씨에 농성을 벌였던 한국지엠 부평공장 정문을 찾았다.
 신현창 한국지엠 비정규직지회 전 지회장이 2년 전 혹한의 날씨에 농성을 벌였던 한국지엠 부평공장 정문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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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직을 한다면,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나?
"부평공장에는 1차 하청업체에만 700여명의 비정규직이 있고, 2~3차까지 포함하면 1500여명이 일하고 있다. 과거 사례처럼 사측이 조직적이고 폭력적인 방식으로 탄압하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저항하는 것으로 조직화하기는 어렵다. 비정규직 문제를 공감하는 세력을 만들어 울타리를 치고 힘을 키워내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 한국지엠지부에서 '1사 1노조'를 부결한 게 안타깝다."

- '1사 1노조'가 지부 대의원대회에서 부결됐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여러 의견이 있었다. 조직을 갖추고 '1사 1노조'를 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1사 1노조'가 무조건 옳은 것은 아니라고 본다. 현실론을 이야기하는 분이 꽤 있다. 저는 반대로 생각한다. 왜 1사 1노조가 좋은지, 왜 하는지가 중요하다고 본다. 1사 1노조의 옳고 그름이 아닌, 당위가 되는 순간에 1사 1노조는 하나의 전술이 된다. 이렇게 접근하지 않은 것이 문제다. 개인 생각이지만 내년 대의원대회에 붙일 생각이다. 다만 거기에 목 매달 생각은 없다."

- 대선에서 경제민주화가 주요 공약으로 등장했지만, 유력 후보의 경제민주화 공약이 추상적이다. 서민의 삶에 실질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비정규직 문제가 다뤄지지 않고 있다.
"금융자본주의를 인정하는 상황에서 비정규직 문제는 해결 못한다. 당연히 비정규직 문제 해결하기 위해서는 증세 문제가 거론되고, 증세하기 위해서는 무분별한 투기자본에 대한 규제와 과세가 필요하다. 그렇게 생긴 세금으로 노동시간을 줄이고, 노동자들이 살아갈 수 있는 실질 임금을 지급하는 것이 경제민주화라고 생각한다.

비정규직에게 정권교체는 큰 의미가 없다. 백만원 빼앗는 정부가 있다가 80만원 빼앗는 정부가 들어선다고 좋아질 것은 없어 보인다.

특히 새누리당은 비정규직 관련 거짓말을 많이 한다. 제도적으로 파견 금지 업종에 대해 사내 하청을 무분별하게 만들어 놓은 것이 사내 하도급법인데, 하도급법 입안해놓고 비정규직 문제 해결한다고 한다. 실효가 전혀 없다. 이명박 정부에서 비정규직 대란 이야기했지만, 일어나지도 않았다. 고용 대란이 일어나지 않은 것은 고용형태에서 기간제가 줄고 특수고용이나 간접고용이 늘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기간제 고용을 찾아볼 수 없다. 이로 인한 중간착취가 비일비재하다.

현재 양당 체제에서는 경제민주화가 절대 될 수 없다. 당장 시급한 것은 말로만 비정규직 위한다고 하지 말고, 당장 국회에서 관련법을 처리하면 된다. 대통령이 돼 무엇을 할지 이야기하는 것은 거짓말이다. 새누리당이 국회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다. 의지가 있다면 최소한 성의를 보이는 것이 맞다. 비정규직 이야기하는 것은 기만이다. 새누리당이 골목 상권을 지킨다고 하면서 유통산업법 개정안 처리를 반대하는 것과 궤를 같이 한다고 본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한국지엠, #비정규직, #현대자동차, #쌍용자동차, #기륭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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