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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가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신규채용 지원을 마감한 1월 9일, 부분파업을 벌인 비정규직노조 조합원 500여명이 현대차 울산공장 본관앞에서 신규채용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현대차가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신규채용 지원을 마감한 1월 9일, 부분파업을 벌인 비정규직노조 조합원 500여명이 현대차 울산공장 본관앞에서 신규채용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현대차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고 전 세계 무대에서 경쟁을 해야 하는 만큼 파견근로자 가운데 3500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대승적 결단을 내렸다. 취업 문제가 심각하고 아예 직장을 못 구한 사람들이 넘쳐나지만 파견근로자들은 하도급업체에 취업된 사람들인데, 이들 3500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할 돈으로 무직자들을 구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수도 없이 듣고 있다."


김억조 현대차 노무총괄 부회장이 지난 9일 <매일경제신문>과 인터뷰하면서 한 말이다. 이 내용이 담긴 기사의 제목은 '비정규직 논란...현대차 노무담당 부회장의 절규'다.

9일은 현대차가 비정규직을 대상으로 하는 신규채용 지원 접수를 마감한 날이다. 그리고 10일, 현대차는 보도자료를 내고 "12월 31일부터 재개한 신규채용에 10일까지 5394명이 지원했다"며 "이는 현대차 사내하도급 근로자 6800명의 80%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더 절실한 절규는 듣지 못하는 듯하다.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조합원 두 명이 혹한 속에서 "대법 판결에 따른 정규직화와 신규채용을 중단하라"며 86일째 철탑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데도 현대차는 이들을 외면한 채 신규채용을 강행하고 있다.

비정규직노조 "자체 조사하니 조합원 소수만이 신규채용 지원"

현대차 비정규직노조는 10일 신규채용 지원 소식이 언론에 보도되자 격앙하고 있다. 노조는 "현대차가 비정규직 조합원 수백 명이 지원했다고 보도자료를 냈는데, 그 수를 밝히지 않고 있다"며 "실제로 비정규직노조 자체 조사 결과 신규채용에 지원한 조합원은 소수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어 "현대차가 주장하는 6800명은 공정TO일 뿐 실제 현대차에서 일하고 있는 1차 사내하청 규모는 7500명, 2차 업체와 해고자 등을 포함하면 모두 8500여명이 대법 판결에 적용되는 생산하도급 인원"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신규채용은 대법 판결에 따른 근속, 임금, 단협적용을 다 포기하는 것"이라며 "신규채용을 거부하고 정규직 전환 법적 권리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지원 비정규직에 호소했다.

또한 "정규직 전환을 다루는 불법파견 특별교섭이 현재 진행되고 있는데도 회사 측은 일방적으로 신규채용을 강행하고 있다"며 "이는 날강도 같은 짓으로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 법적 권리를 빼앗고 지회 내부를 흔들려는 야비한 꼼수며, 교섭을 파국으로 내모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179억원 손배소, 해고, 폭행... 비정규직의 절규

현대차가 비정규직노조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국 신규채용을 강행함으로써 최근 정치권에서 요구한 정규직화 요구도 유명무실하게 됐다. 18대 대선을 앞두고 문재인, 안철수, 이정희, 심상정 등 야권 후보들은 일제히 "법에 따라 현대차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할 것"을 요구했었다.

특히 현대차가 10일 지원 규모 발표에 이어 신규채용자를 발령한다면 지난 10년간 불법파견에 따른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버텨온 비정규직노조는 큰 어려움에 봉착할 것으로 전망된다.

비정규직노조는 지난 2012년 2월 23일 대법원이 현대차 불법파견 확정판결을 내린 후 정규직노조와 함께 특별교섭단을 구성하면서 ▲ (불법파견이 인정된) 모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 고소·고발·손배 가압류 철회 및 명예회복 ▲ 대국민 공개사과 ▲ 비정규직 노동자 추가 사용 금지 ▲ 구조조정 중단 ▲ 노동조합 활동 보장 등 6대 요구안을 만들어 최근까지도 특별교섭을 진행해 왔다.

하지만 현대차 회사 측이 특별교섭이 중단된 상태에서 신규채용을 밀어붙이면서 노조의 이같은 6대 요구안 관철도 상당히 힘들어지게 됐다. 신규채용은 이 요구안과 모두 배치되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정규직화 요구로 수백 명의 조합원이 해고되고 파업 과정에서 폭행을 당하면서도 179억 원의 손배소송까지 당하고 있는 현대차 비정규직노조는 그야말로 절규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김상록 정책부장은 "언론 기사에서 '현대차 부회장의 절규'라고 했는데, 과연 절규의 뜻이 무엇이냐"며 "절규는 법 판결을 이행하라고 요구하다 해고 당하고 폭행당하며 179억 원의 손배소로 가정까지 파괴되고 있는 비정규직들이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현대차 신규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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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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