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이 정도면 할 말이 없다. 아무리 확신에 차 있어서도 그렇다. 뻔한 사실도 그대로 보지 않는다. 해석의 차이라고 얼버무린다. 한미자유무역협정(FTA) 효과를 둘러싼 이야기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14일 정부가 내놓은 수출입동향 보고서에 대한 분석기사를 냈다. ([단독] 한미FTA 효과로 수출 증가했다고? 오히려 줄어)

관세청은 이날 자료를 통해 대미 수출 증가 요인으로 한미FTA 효과를 꼽았다. 기자는 관세청의 자료를 보다가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었다. 관세청은 한미FTA 발효 이전 수출액까지 모두 합한 수치를 내놓았다. 게다가 발효이후 시점인 지난해 3월 15일 이후 수출 증가율은 뚜렷한 하락세를 보였다. '이게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관세청이 지난 14일 내놓은 '2012년 수출입동향'중 일부. 한미FTA 효과로 대미 수출이 증가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오마이뉴스>취재결과 한미FTA 발효이후 수출, 수입액은 모두 오히려 줄어들었다.
관세청이 지난 14일 내놓은 '2012년 수출입동향'중 일부. 한미FTA 효과로 대미 수출이 증가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오마이뉴스>취재결과 한미FTA 발효이후 수출, 수입액은 모두 오히려 줄어들었다. ⓒ 관세청

'통계수치 오류' 반성 없이, 이상한 억지와 논리 펴는 관세청

관세청에 추가 자료를 요구했다. 한미FTA 발효 전후를 구분해서 대미 수출액을 비교해달라고 했다. 쉽지 않았다. 어렵사리 얻어낸 통계는 예상대로였다. 한미FTA 발효 이후 오히려 대미 수출액이 줄어든 것이다. 관세청 관계자도 인정했다. 그는 "왜 해당 자료에 한미FTA 효과 부분이 언급됐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보도가 나간 후 관세청은 뒤늦게 입장을 바꿨다. 16일 관세청의 또 다른 관계자는 "자료를 낸 부서는 관세 통계를 담당할 뿐 FTA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는 부서가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어 "지난해에 전체적으로 대미 수출이 늘어난 요인 중 하나로 FTA를 언급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관세청은 공식적인 해명자료를 언론에 내놓았다. 기자에게 말한 내용을 문서로 옮겨놨다. '2012 수출입동향'은 연간수출입 통계자료로서 대미수출 증가요인으로 한미FTA를 언급했을 뿐이라고 했다. 이어 "통계 해석 오류가 아니다"고 했다.

 관세청이 16일 내놓은 해명자료 일부.
관세청이 16일 내놓은 해명자료 일부. ⓒ 관세청

관세청, 해명자료조차 수출증가율 줄었는데도 "수출 버팀목 역할" 억지

이어 관세청은 지난해 한미FTA 발효 이후 지난해말까지 대미수출동향 자료를 공개했다. FTA 발효 전후를 기준으로 FTA 혜택 품목과 비(非)혜택 품목의 수출증가율을 비교했다.

한미FTA 혜택 품목으로는 주로 자동차와 자동차부품, 섬유 등이다. 비혜택 품목은 이미 관세가 거의 없는 전기전자, 무선통신 등이 꼽힌다. 관세청 자료만 보더라도 한미FTA 발효 이전에는 대미 수출증가율이 16.1%(혜택품목), 19.1%(비혜택품목)으로 높았다. 하지만 발효 이후 혜택품목은 8.1%로 반토막이 났다. 비혜택 품목들은 아예 수출이 줄어들었다.

관세청이 한미FTA로 수출이 늘었다고 해명하기 위해 내놓은 자료가 오히려 FTA 효과가 없다는 것을 증명해준 꼴이 된 셈이다. 하지만 관세청의 억지 논리는 계속된다. 세계 경제 불황으로 무역여건이 어려운 상황에서 한미FTA 효과로 대미 수출을 유지했다는 것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전반적인 세계 경기침체에서 한미FTA가 작동을 했기 때문에 대미수출이 이 정도 받쳐준 것"이라고 해석했다. '해명자료가 FTA 효과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아니냐'고 되묻자, 그는 "(미국과) FTA가 없었으면 수출 증가폭이 더 하락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통상전문가들은 회의적이다. 이미 미국은 유럽 등과 달리 지난해부터 경기가 호전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FTA 효과는 크지 않다는 것이다. 관세청의 FTA 담당자도 이를 알고 있었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답은 내놓지 않았다. 오히려 또 다른 관세청 관계자의 말이 차라리 솔직했다. 이 역시 말이 안되긴 마찬가지만….

"우리가 (FTA에 대해) 트라우마가 있잖아요. 뭔가 내놔야하는… 그러니 언론에서 잘 봐줘야지."


#한미FTA#관세청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