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티브이 뉴스에서 "숨진 지 6년 만에 백골이 된 사체 발견"이라는 소식을 접하면서 가슴이 철렁했다. 6년 만에 백골로 발견된 사람은 부산시 부민동의 주택가 한 건물 2층 보일러실에서 숨진 55살 김아무개씨였다.
김씨 방의 달력은 2006년 11월이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대구시 지산동의 한 아파트에서 숨진 64살의 김아무개씨 역시 숨진 지 한 달 만에 발견되었다. 이처럼 홀로 지내다가 숨진 사람들의 뉴스가 요즘 들어 부쩍 더 빈번하게 보도되고 있다.
식구도 없이 혼자 외롭게 지내다가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들을 요즘 한국에서는 "고독사(孤獨死)"라고 부른다. 이러한 고독사에 노출된 사람들이 반드시 1인가구를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럴 가능성은 다분히 높다. 2010년 현재 1인 가구는 414만가구로 점점 늘어가는 추세이다. 또한 1인가구가 노인만을 이야기 하는 것도 아니지만 급속한 고령화 시대로 치닫는 한국의 상황을 보면 노령인구의 1인 가구화는 빠른 속도로 늘어가고 있다.
이웃 일본의 매스컴에서도 최근 "독거사(獨居死)" 보도가 하루가 멀다 하고 보도되고 있다. 일본말로는 "자이타쿠히도리시(在宅ひとり死)"라고 하는데 이는 한국에서 말하는 "고독사(孤獨死)"보다는 "독거사(獨居死)"에 가깝지만 고독사라고 해서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한국의 고독사와는 약간 다른 뜻을 내포하고 있다.
2012년 일본 후생노동성 조사에 따르면 자택에서 삶을 마감하는 사람은 10명 중 1명에도 못 미치며 나머지는 모두 병원이나 양로원 등의 시설에서 사망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개호보험(介護保險)"이 뒷받침해주고 있기 때문이지만 실질적으로 노부모를 보살필 여력이 없는 가족이 많은 것도 한 원인이라 할 수 있다.
2012년 8월 말 도쿄 시내에서 열린 사회학자 우에노치즈코 (上野千鶴子) 씨의 '독거사' 세미나에는 무려 450명의 고령자들이 입추의 여지없이 몰렸다는 소식이다. 이날 세미나에서 우에노 씨는 '독거사'를 맞이하려면 첫째 본인의 강한 의지 둘째 경제력 셋째 가족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몇 천만 엔이나 하는 유료 양로원에 그간 모은 재산을 모두 쏟아 붓지 않고 적은 비용으로 재택개호(在宅介護)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발상의 전환만 있으면 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말한다. 평상시에는 24시간 방문간호를 받다가 죽음에 임박해서 가정부를 들인다면 1개월에 45만 엔(약 646만 원) 정도로 서비스를 받으며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고 말이다. 말하자면 복지시설 따위에서 보낼 것이 아니라 정들었던 자신의 집에서 숨을 거두자는 소리 없는 주장인 것이다. 자신이 살던 집에서 혼자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은 '고독사(孤獨死)'가 아니라 '자립사(自立死)'라고 보는 것이다.
미국 로스앤젤레스타임즈 도쿄지국기자 출신인 야베타케시(矢部武) 씨는 <혼자 죽어도 고독하지 않은 자립사 선진국 미국>이라는 책을 통해 "독거사(獨居死)"를 넘어 "자립사(自立死"로 까지 죽음의 문제를 확대하고 있다. 야베 씨는 이 책에서 캘리포니아에 사는 70살의 남성은 자기보다 더 나이든 사람들을 돌보는 일에 자원 봉사를 하고 있는데 자신이 더 늙으면 베풀었던 봉사를 받을 수 있을 것이란 희망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의 '독거사(獨居死)'는 생활고를 비관하거나 고독하여 자살하는 한국의 "고독사"와는 약간 성질이 다른 죽음으로 '명대로 살다 죽음을 집에서 맞이하자'는 뉘앙스가 짙다. 그래서 '자립사(自立死)'라는 말까지 등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도 저 자녀 가족인데다가 유학이다 뭐다 해서 식구들이 함께 살 수 없는 환경에서 자신의 노후를 염려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복지시설이 잘된 선진국의 경우 10명 가운데 9명은 노인시설로 들어가서 죽을 때까지 보호 받는 "의존사(依存死)"를 하고 있지만 이제 그것 보다는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 자신의 집에서 살면서 죽음을 맞이하자는 "자립사(自立死)" 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어떠한 죽음을 맞이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화두가 이미 일찍부터 나돌고 있다. 나이 들어 풍요로운 경제적 여유를 위해 뛰는 것도 좋지만 평소 고독한 이웃을 챙기고 보살피는 자원봉사가 많이 확산 된다면 홀로 외롭게 숨져가는 사람들은 줄어들 것이라는 이야기다.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무연사회(無緣社會) 속에서 "품위 있고 아름다운 죽음"을 맞이하기 위한 길이 무엇인가 하는 사회적 담론이 시끌벅적한데 우리는 이제 겨우 홀로 죽어간 사람들을 보도하는 단계에 있다. 6개월 전에 죽어 백골이 된 이웃을 누가, 어떻게 챙기고 살펴야 하는지 이제 슬슬 우리사회도 이 문제에 천착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