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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 여성 최초로 하버드 법대 종신교수가 된 석지영 하버드 법대 교수가 지난 18일 서울 동작구 상도동에 있는 숭실대학교 한경직기념관에서 ‘석지영의 예술, 인생, 법’이란 주제로 강연과 함께 토크콘서트 시간을 가졌다.
 아시아 여성 최초로 하버드 법대 종신교수가 된 석지영 하버드 법대 교수가 지난 18일 서울 동작구 상도동에 있는 숭실대학교 한경직기념관에서 ‘석지영의 예술, 인생, 법’이란 주제로 강연과 함께 토크콘서트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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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것(존재)은 없다. 불완전함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한 개념이다. 나 역시 불완전한 인간이다. … (나는) 학생들이 완벽함을 위해 몸부림치는 것을 원치 않는다. 나는 (하버드에서) 삶을 선택하도록 가르치고 있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매진해야 성공할 수 있다. 우리는 모두 김연아가 될 수 없다."


지난 2006년 서른두 살의 나이로 하버드 법대 조교수에 임용됐으며, 4년 만인 2010년 교수단 심사 만장일치로 아시아 여성 최초의 하버드 법대 종신교수가 된 석지영(40·미국명 Jeanie Suk) 교수가 모국을 찾아와 가진 강연에서 한 말이다.

 책 <내가 보고 싶었던 세계>(석지영 글/송연수 옮김, 북하우스 펴냄) 겉그림.
 책 <내가 보고 싶었던 세계>(석지영 글/송연수 옮김, 북하우스 펴냄) 겉그림.
ⓒ 북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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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 교수는 지난 18일 서울 동작구 상도동에 있는 숭실대학교 한경직기념관에서 '석지영의 예술, 인생, 법'이란 주제로 강연과 함께 토크콘서트 시간을 가졌다.

그는 이날 강연에서 지난 1월 초 발간한 자전적 에세이집 <내가 보고 싶었던 세계> 내용을 중심으로 자신의 마음에 담고 있는 '내면의 소리'를 청중에게 전했다.

이어 석 교수는 "'불완전한 것을 행하라'는 것은 나 자신의 삶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아야 한다"면서 "청소년기에 불완전함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공부'로 성공신화를 이룬 석 교수를 직접 보기 위해 이날 강연장을 찾은 많은 젊은 학생들을 위한 메시지였다.

덧붙여 석 교수는 "경험과 실수로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갈등을 통해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고 자아를 발견해야 한다"면서 "성공으로 가는 길은 많다"고 말했다.

동갑내기 '석지영'에게 느낀 배움의 열정

 ‘석지영의 예술, 인생, 법’이란 주제로 강연 중인 아시아 여성 최초의 하버드 법대 종신교수인 석지영 교수.
 ‘석지영의 예술, 인생, 법’이란 주제로 강연 중인 아시아 여성 최초의 하버드 법대 종신교수인 석지영 교수.
ⓒ 유창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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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강연장에 자리한 많은 젊은이들에게 던져진 '존재의 불완전함'에 대한 석 교수의 메시지가 그 자리에 함께한 나에게도 화두(話頭)로 던져졌다. 그래서 그 화두를 붙잡고 강연을 들은 지 며칠 동안 고민한 끝에 이제야 조금이나마 풀어내게 됐다.

사실, 난 석 교수와 동갑내기다. 그래서 더욱 '석지영'이란 사람이 궁금했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어떻게 살아왔고,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직접 듣고 싶었다. 비록 나는 짧은 영어 실력을 지녔고, 번역기에 의존해야 하는 처지임에도 많은 학생들 틈에 끼어서 그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다.

강연에 참석하기에 앞서 읽은 그의 책 <내가 보고 싶었던 세계>를 읽었는데, 거기에는 '불완전함'을 받아들인 석 교수 자신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내 이야기에서 뭔가 전해진 것이 있기를 바란다, 그것은 성장이 요구하는 불완전함을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내 생의 여정에서 가장 소중한 부분은 점차 커졌던 자유였다. 즉, 생각하고, 일하고, 사랑하고, 놀 자유. 완벽하려고 애쓰는 이가 자유를 느끼는 것은 불가능하다. 아프기만 할 뿐이다! 내가 사랑하는 것을 발전시키는 단련은 매우 보람차다. 하지만 완벽해서가 아니다. 나는 완벽할 수 없다. 내 아이들에게도 바라지 않는다. - <내가 보고 싶었던 세계>(아래 '그의 책') 254p

석지영 교수는...
영재학교인 헌터스쿨 입학부터 시작해 아메리칸발레학교(SAB, School of American Ballet), 줄리아드 예비학교를 거쳐 예일대 합격.

그리고 마셜 장학생으로 옥스퍼드 대학원 현대언어학과에서 공부하고, 3년 만에 논문을 완성하고 스물여섯에 박사학위를 받는다.

이어 1999년 하버드 법대에 입학하고, <하버드법률평론지> 편집자에도 뽑힌다. 또 워싱턴 D.C. 연방순회항소법원 해리 T. 에드워즈 판사의 법률서기, 2004년 미국연방대법원 데이비드 수터 대법관의 법률서기로 일하다가 자원해서 맨해튼검찰청 신임검사로 간다.

2006년 7월 하버드 법대 조교수에 지명된 후 4년 뒤 그동안의 성과를 인정받아 종신교수로 승진한다.
석 교수는 자신을 '불완전하다'고 말하지만, 그의 이력만을 놓고 보면 '능력자'이자 선망의 대상임은 분명하다.

이런 화려한 근본에 깔릴 '불완전함'은 여섯 살 때 낯선 땅인 미국에 이민 가서 어린 마음에 느꼈을 고독감, 좌절, 고통, 절망, 특히 언어가 통하지 않는 상태에서 시작됐으리라 생각된다.

어떤 길을 가든지, 갈등과 실패는 세상의 끝이 아니다. 갈등과 실패의 공포가 슬며시 찾아들 때도 기꺼이 모험하고자 하는 마음이 남아 있기를 바란다. 무엇에 실패한다고 해도, 도망가지는 말자. 그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너무 힘들다면, 한 발짝 살짝 내딛어 보고. 또 한 발짝 내밀어라. 위험을 감수한다는 것은 타인의 기대를 거스르는 일이 될 수 있다. 두려움이나 수치심에 휘둘리게 된다면 성공은 불가능하다. - 그의 책 중에서

주목할 것은, 불완전한 '학생 석지영' 주변에는 그를 인정해주고 품어주었던 좋은 선생님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특히 어머니의 헌신적인 지원이 없었다면 지금이 없었을 거다. 물론, 그에 따르는 노력도 충분했다. 목표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었기에 열정을 다해 도전했고, 성취할 수 있었다. 그는 이를 '운 좋은 인생'이라고 표현한다.

나는 운 좋은 인생을 살아왔다. 한국인들이 '운'이라고 부르는 것의 축복을 받았던 것이다. 나쁜 일이 일어난 적은 별로 없다. 선생으로서, 학자로서, 그리고 어머니로서 머물 수 있는 진정 좋은 자리를 찾는 과정에서 두 아이를 낳고, 경력을 쌓고, 글을 좀 더 쉽게 쓰는 법을 배우고, 종신교수직을 받는 등 너무나 많은 일들을 노력했다. - 그의 책, 225p

외면에 있는 불빛과 내면에 있는 불빛의 만남

 아시아 여성 최초로 하버드 법대 종신교수가 된 석지영 교수.
 아시아 여성 최초로 하버드 법대 종신교수가 된 석지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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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 피아노, 문학, 법학… '인간 석지영'은 꿈이 좌절되기도 했으나, 다른 꿈을 이뤘다. 그리고 새로운 꿈을 꾼다. 무엇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학교가 우선이다'라는 말을 신념으로 삼아 교수의 길을 간다. 우리 식으로 표현하자면 능력도 인정받고 존경받는 '선생(先生)'의 삶을 말이다. 바로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런 자신이 '엄친딸'로 불리는 것에 "(한국에서) 내가 엄친딸이란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썩 달갑지 않았다"면서 "그 이유는 나를 놓고 (한국) 엄마들이 자신들의 아이들에게 비교하는 대상이 되는 것이 좋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신의 어머니의 교육법에 대해 "어머니가 (내게) 자유와 해방감을 줬고, 자유롭게 사고하고 생활하도록 해주셨다"라면서 "자유를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조언했다.

"저는 한 번도 1등을 한 적도 없다. 또한 1등을 바란 적도 없다. 암기도 거의 못했다. 산만하고, 나는 질문을 많이 하는 편이었다. 우리 부모님은 제가 한국 교육 시스템에서는 성공 못 했을 거라고 말씀하신다. '어릴 때 한국에 살았다면 좋은 학생이 아니었을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자신과 세상을 이어주는 끈인 '언어'를 잃어버린 탓에 겪게 된 혼란, 이를 극복하고 생존하기 위한 '책 읽기'를 통해 어린 시절 석 교수는 안도감을 찾는다. 하지만 고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겪게 된 좌절(발레를 그만둔 일)로 고등학교 시절을 '좀비'같이 보내게 되고…. 그러던 중 학교의 도피처로 간 도서관에서 맛본 해방감이 결국 '내면에 있는 불빛(A Light Inside)'을 보게 되는 시작이 됐다.

석 교수는 이 같은 내용과 함께 성인이 되어 발견한 내면에 있는 열정을 올해 2월 영문본 책으로 묶을 예정이라고 강연에서 밝혔다. 여기에 '외면에 있는 불빛(A Light Outside)'을 담은 한국어 버전 책 <내가 보고 싶었던 세계>를 합쳤을 때 "하나의 저를 볼 수 있다"면서 "내부의 등불 없이 외부의 세계로 갈 수 없다, 불완전함을 상당히 좋아하는 제 삶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석 교수는 한국 학생들에게 "종종 '선생님처럼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란 질문을 받는데, 내 답은 '여러분 자신이 되라'고 답한다"고 말하고는 한국 부모들을 향해 "부모는 기회를 마련해줄 수 있지만 강요는 할 수 없다, 우리 부모가 내게 준 것은 날 자유롭게 해주려는 노력이었다"고 강조했다.

1부 강연의 맺음말로 석 교수는 "가능한 한 많이 웃으며 생활하라"면서 "무엇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을 찾기 바란다, 여러분이 원하는 것을 하라"고 메시지를 전했다.

 석지영 하버드 법대 교수가 지난 18일 서울 동작구 상도동에 있는 숭실대학교 한경직기념관에서 ‘석지영의 예술, 인생, 법’이란 주제로 강연과 함께 토크콘서트 시간을 가졌다. 2부 토크콘서트 모습.
 석지영 하버드 법대 교수가 지난 18일 서울 동작구 상도동에 있는 숭실대학교 한경직기념관에서 ‘석지영의 예술, 인생, 법’이란 주제로 강연과 함께 토크콘서트 시간을 가졌다. 2부 토크콘서트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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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석 교수는 자신의 책 내용을 중심으로 소개하면서 토크콘서트까지 이어갔다. 너무도 다양한 이야기를 했기에 다 소개할 수 없음이 아쉽다. 또한 내가 과연 석지영 교수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잘 이해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나 역시 불완전한 존재란 점에서, 다른 방법을 통해 그의 뜻을 다시 정리할 기회를 모색하며, 끝으로 석 교수가 강연장을 떠나면서 남긴 말을 전한다.

"젊은 세대가 자기 혼자 있는 시간이 어렵다면…. 그건 아마도 더 많은 정보, 자극이 있어서 혼자 보내는 시간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나는 혼자 있고 하는 시간이 많았다. 홀로 책을 읽고 음악을 들었다. 나 자신과 함께하는 시간은 중요했고, 그 시간도 많았다. 인간 존재의 핵심이 다른 사람과 공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내면이란 자기 혼자만의 시간이 중요하다. 그게 없다면 공허함이 찾아올 것이다. 기계, 기술을 사용하면서 혼자 있는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 인터넷과 휴대폰을 사용하지 못하는 시간을 갖는 규칙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내면의 불빛을 찾아라."


#석지영#JEANNIE SUK#내가 보고 싶었던 세게#A LIGHT INSIDE#하법드 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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