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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21일 국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답변자료를 살피고 있다.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21일 국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답변자료를 살피고 있다. ⓒ 남소연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장남이 군 복무시절 특별 관리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최근 특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수 비 등 연예사병보다 더 잦은 휴가를 사용한 것은 물론 '테니스병 위로' 등의 명목으로 휴가를 다녀오는 등 부적절한 특혜 의혹이 새롭게 드러났다.

이 후보자의 장남인 이아무개씨(26, 대학생)는 군 복무 시절이던 지난 2009년 두 차례에 걸쳐 10일 동안 '테니스병 위로'라는 명목으로 특별 휴가를 받았다. '테니스병'은 군대 보직에 존재하지 않는다. 이씨의 보직 변경도 특혜 의혹이 제기됐다. 2008년 10월 '소총수' 보직으로 일반 전투 소대에 배치를 받은 뒤 두 달 만에 연대장 CP병(당번병, 비서 역할)으로 선발됐다.

이씨는 9개월 뒤, 다시 무선장비운용병으로 보직이 변경됐다. 대학에서 언론정보학을 전공한 이씨와 아무 연관이 없는 이른바 '편한 보직'으로만 옮겨다닌 셈이다.

앞서 이씨는 2008년 8월부터 2010년 7월까지 육군사병으로 복무하면서 외박·외출을 제외하고도, 일반병사 평균 휴가일수(43일, 2009~2012년 국방부 집계)의 2배가 넘는 97일의 휴가를 받은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이는 최근 특혜의혹이 일고 있는 연예사병의 평균 휴가일수(75일)보다도 많은 수치다.

"편한 보직에 무더기 '휴가 쿠폰'까지... 부대에서 특별 관리"

이동흡 후보자는 지난 21일 인사청문회에서 장남의 휴가 특혜 의혹에 대해 "조기복귀 마일리지 제도와 휴가쿠폰 제도를 활용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실제 민주통합당 소속 국회 인사청문특위 위원인 최재천 의원이 21일 헌법재판소로부터 제출 받은 인사청문회 자료에 따르면, 이씨는 총 97일의 휴가 중 정기휴가 26일, 청원휴가 2일, 포상휴가 55일, 위로휴가 14일을 다녀왔다. 포상휴가에는 지휘관 포상 18일, 마일리지 23일, 상점(휴가)쿠폰 14일이 포함돼 있다.

'조기 복귀 마일리지 제도'는 휴가복귀 시 기준시간(20시)보다 빨리 복귀하는 경우 시간을 누적해 누적시간이 6시간이 되면 휴가일수를 1일 추가해주는 제도다. 군 복무기간동안 계속 누적 적용을 받을 수 있다. 상점(휴가)쿠폰 제도는 대대장 및 선임분대장급이 훈련이나 내무 생활에 모범을 보이는 병사에게 시간별 쿠폰을 지급하는 제도로 한달동안 쿠폰 24시간을 모으면 휴가일수가 1일 추가된다.

이에 대해 박홍근 민주통합당 의원은 "조기복귀 마일리지 제도와 휴가 쿠폰제도를 최대한 활용하더라도 (사용가능한 휴가일수는) 82일 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이씨와 동일부대에서 근무한 타사병(2008년 7~9월 입대 사병)의 경우 평균 휴가 일수는 66일이다. 이씨는 동료 사병들보다도 30일이나 더 많은 휴가를 받은 셈이다.

박홍근 의원은 "이 후보자의 거짓해명으로 장남의 휴가 병역 특혜의혹은 더 커져버렸다"며 "97일의 휴가는 신의 아들이 아니면 불가능한 특혜인 만큼 후보자의 권력과 특권의식이 어떻게 작용했는지 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씨가 받은 위로휴가에는 '테니스병 위로' 10일, '분교대 위로' 4일 등이 포함돼 있다. '테니스병'은 부대 내에서 간부들을 상대로 테니스 경기를 해주거나 테니스장을 관리하는 병사를 말한다. 테니스병으로 있는 사병은 보초근무 등에서 제외되는 특혜도 누린다. 이씨는 연대장 CP병으로 근무했던 지난 2009년 5월과 같은 해 12월 두 차례에 걸쳐 각각 5일씩 모두 10일 동안 '테니스병 위로' 휴가를 다녀왔다.

이씨는 또 2009년 12월 '테니스병 위로' 휴가 당시 마일리지 휴가와 상점쿠폰 휴가도 함께 쓰면서 총 11일간의 휴가를 받았다. 이는 군대 휴가관련 규정(육규 120 병영생활 규정 제 6장 휴가)의 '10일 이내 승인 가능' 조항을 어긴 것이다.

이동흡 후보자는 장남에 대한 군 휴가 관련 인사청문회 자료를 허위로 제출한 의혹도 받고 있다. 당초 이 후보자가 지난 20일경 국회 인사청문특위에 제출한 서면질의서 답변서에서는 "청원휴가 2일을 사랑니 제거에, 위로휴가 10일을 조모상에 사용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중 답변자료에서 이를 번복했다. 이 후보자는 추가로 제출한 자료에서 청원휴가 2일을 조모상으로 사용했다고 수정하면서도 사랑니 제거에 관한 내용은 삭제했다. 이 후보자는 허위사실을 기재한 자료를 제출하면서 국회 인사청문회법을 위반한 셈이다.

최재천 의원 측은 22일 "전투소대로 보직을 받아서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연대장 CP병으로 선발되는 등 편한 보직만 골라서 받은 것은 명백한 특혜"라며 "이 후보자의 장남은 일반 사병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엄청난 포상과 '휴가쿠폰'을 받으면서 부대 내에서 특별 관리를 받았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0년 입대해 경기도 포천에서 군 복무를 마친 허진무(26, 대학생)씨는 "연예사병보다 더 많은 휴가를 보내기 위해 없는 휴가까지 만들어서 나온 것은 모두 '좋은 아버지'를 둔 덕이 아니겠냐"고 씁쓸하게 웃었다. 군 복무시절 모두 50여 일의 휴가를 받았던 허씨는 "공직자가 되겠다는 사람들은 스스로에게 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야 하는데, 이동흡 후보자 같은 사람을 보면 정말 화가 난다"고 말했다.

한편 여야는 22일 이틀째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진행했다. 당초 예정대로면 23일 인사청문 심사경과보고서를 채택해, 24일 본회의에서 임명동의안을 처리해야 하지만, 난항이 예상된다.

민주당은 이 후보자에 대해 '부적격' 청문보고서 채택을 추진하기로 이미 입장을 정했고, 새누리당의 반대로 부적격 채택이 여의치 않으면 보고서 채택 자체를 거부할 방침이다. 반면 새누리당은 민주당이 공직 후보자를 마치 범죄 피의자처럼 다루고 있다며 야당의 공세에 비판적인 뜻을 밝히고 있어, 청문회 보고서 채택 과정에서 진통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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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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