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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일 금속노조 총파업에 동참해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파업을 벌이는 비정규직노조 조합원을 현대차 관리자들이 끌어내고 있다
 30일 금속노조 총파업에 동참해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파업을 벌이는 비정규직노조 조합원을 현대차 관리자들이 끌어내고 있다
ⓒ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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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아침 언론에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죽창 난동'이라고 나올까 겁납니다."

금속노조의 총파업 지침에 동참해 주간 7시간·야간 6시간 파업을 벌인 현대차 비정규직노조의 간부는 파업이 진행 중이던 지난 30일 오후 3시 30분쯤 이같이 말했다. 회사 측 보도자료를 받은 기자들이 '노조가 죽창을 사용한 것이 맞냐'고 물어온 데 대한 답이었다.

현대차 비정규직노조는 언론사의 질의가 이어지자 30일 오후 4시께 보도자료를 내고 "회사측의 '죽창' 주장에 반박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현대차 울산공장 정문 앞에서 정당한 출입보장을 요구하던 해고자 16명을 경비대 50여 명이 소화기를 뿌리며 뛰쳐나와 집단폭행했다"며 "이 과정에서 해고자 중 일부는 생명의 위협을 느껴 만장으로 자신을 보호했다"고 밝혔다.

비정규직노조는 이어 "그런데 현대차는 해고자들이 끝이 뽀쪽한 죽창을 휘둘렀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죽창은 없었고 끝이 뭉퉁한 일반 집회에 사용하는 만장으로 해고자들이 신변을 보호한 것이다, 동부경찰서 정보계장 등 경찰이 현장에 있었으므로 사실관계를 확인해보면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고용노동부는 해고자들의 지회 사무실 출입을 보장하라고 현대차에 지도공문을 보냈으나 현대차가 이를 어기고 해고자의 지회사무실 출입을 봉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과연 언론은 이를 어떻게 보도를 했을까.

조합원 300명과 회사 측 2000명 맞서... 그 결과는?

현대차 비정규직노조는 지난 30일 금속노조 총파업 지침에 따라 조합원 500여 명이 파업에 동참, 이중 300여 명이 1공장에 집결해 회사 측의 파업 파괴 대체인력 저지에 나섰다. 이날 울산1공장 1라인은 40여 분 동안 정지됐다. 이 과정에서 회사 측은 관리자와 용역경비 등 2000여 명을 동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파업에 대한 언론보도는 어땠을까. <중앙일보>는 31일 치 보도를 통해 '현대차 노조 또 죽창 파업'이란 제목으로 이를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현대차 울산공장 비정규직(사내 하청) 노조가 30일 파업을 했다, 이 과정에서 대체 근로자를 투입하려는 사측과 노조가 충돌해 수십 명이 찰과상 등 부상을 입었다"며 "일부 노조원은 한동안 시위 현장에서 사라졌던 죽창을 들고 나타나기도 했다, 중상자는 없었다"고 보도했다. 노조 측의 입장은 없었다.

울산지역 일간지들은 이날 파업에 대해 '하청노조 또 불법파업 죽봉 난동도' '사, 죽창 점거 시도 vs. 노, 신변보호용 만장기' '투쟁깃발 아래... 현대차 노사 모두 멍들어' '생산차질 663대에 118억 원 손실, 현대차 비정규직 불법파업 5차례 강행' 등의 제목을 달아 기사를 내보냈다.

<울산제일일보>는 "현대차는 '하청노조가 다시 죽창을 이용한 폭행을 하고 불법파업 및 생산라인 점거를 시도했다, 노조가 합법인 대체인력 투입을 막는 바람에 일부 생산 차질이 발생했다'고 밝혔고, 이에 비정규직노조는 '죽창이 아니라 끝이 뭉퉁한 일반집회에 사용하는 만장기로 조합원 신변을 보호한 것'이라고 반박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경상일보>는 "현대차 사내하청노조(비정규직지회)가 30일 또다시 불법파업을 벌인데 이어 죽봉을 이용해 생산라인 점거를 시도하다 이를 저지하던 회사 관리자들과 물리적 충돌을 벌였다"며 "또 죽봉이 시위 도구로 재등장한 것은 지난해 8월 이후 5개월만이다"라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이어 "이 과정에서 회사 관리자 및 보안요원 13명이 부상을 당했으며, 생산라인이 일시 정지돼 26대 생산차질로 3억2000만 원의 매출손실이 발생했다"며 "지금까지 5차례 불법파업에 따른 생산차질액은 118억 원(663대)에 이른다"고 회사 측의 피해를 강조했다.

한편, 30일 오전 비정규직노조 이도한 총무부장이 현대차 용역경비 등 6명에 의해 스타렉스 승합차에 실려 동부경찰로 넘겨지는 일이 발생했다. 이에 노조 측은 "납치감금"이라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관련기사: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간부, 용역경비에 납치 논란).

이에 <경상일보>는 "이날 하청노조 간부 이아무개(36)씨가 울산공장 1공장 안으로 들어가려다 사측에 붙잡혀 경찰에 넘겨졌다, 동부경찰서는 이씨를 업무방해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라며 "이씨는 지난 2010년 11월 한달여간 울산1공장 점거를 주도해 회사 측에 큰 피해를 입혀 해고된 사람"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비정규직노조의 입장과는 정반대의 내용이다.

이에 대해 현대차 비정규직노조는 "보수언론의 왜곡보도에 일일이 대응하기도 지쳤다"며 일련의 사태는 현대차가 선별적 신규채용으로 불법파견을 은폐하려고 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대차가 수천 명의 용역경비를 동원해 파업 파괴에 나선다"며 "(회사 측은) 법이 정한 정규직 전환을 피할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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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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