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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형 대안학교인 광주의 '교육공간 오름' 학생들이 공예 시간에 만든 작품을 뽐내고 있다.
도시형 대안학교인 광주의 '교육공간 오름' 학생들이 공예 시간에 만든 작품을 뽐내고 있다. ⓒ 교육공간 오름 제공

대안학교 전성시대다. 그만큼 한국의 공교육은 문제투성이라는 것이다. 입시지옥, 청소년 자살률 1위, 학벌주의…. 한국의 공교육과 연관된 말들은 하나같이 어둡고 무섭다. 그런 문제투성이 공교육을 대신하는 방편으로 등장한 것이 이른바 '대안학교'다.

그런데 대안학교는 완벽한 대안이 되고 있을까? 교육과학기술부가 밝힌 자료에 의하면 연간 약 3만 명의 학생이 공교육을 포기하고 있다. 2013년 1월 현재 미인가 학교를 포함한 전국의 대안학교가 수용할 수 있는 정원은 약 3000여 명. 중도 탈락학생의 1/10도 포용하기 힘든 상황이다.

그뿐 아니다. 태반의 대안학교는 시골에 있다. 중도 탈락학생의 대부분은 도시학교를 다닌 학생들. 도시생활에 익숙하고, 도시문화에 친숙하다. 연간 3만 명에 이르는 중도 탈락학생들이 대부분 도시생활과 도시문화에 혐오를 느낀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런 학생들에게 시골 대안학교는 자기가 원하지 않는 한 '유배'가 되고 만다.

설령 시골에 있는 대안학교를 가고 싶어도 많은 중도 탈락학생은 갈 수가 없다. 학비가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기천만 원이 넘어가는 큰돈을 흔쾌히 낼 수 있는 '있는 집' 아이들은 많지 않다. 그래서 '대안학교는 귀족학교'라는 씁쓸한 말까지 생겨났다. 바로 이것이 '도시형 대안학교'에 주목하는 까닭이다. 과도한 입시경쟁에서 밀리고 획일적인 학습에 적응하지 못했다고 모두 큰돈을 내고 산골에 있는 대안학교를 찾아가야 할까.

"도시 삶에 익숙한 아이들, 도시에서 '다른 길' 찾게 도와줘야"

'교육공간 오름'은 광주광역시에 있는 비인가 도시형 대안학교다. 실제로 시내 한복판인 동명동에 교실이 있는 대안학교다. 지난 5년 동안 약 30명의 학생이 거쳐 간 작은 학교다. 모두 10명의 교사가 고전 강독, 영어, 철학, 수학, 문학 등을 가르치고 있다.

"도시의 삶을 영유하면서 희망은 시골에서 말한다는 것은 현실과 이상의 괴리죠. 희망은 자기가 살고 있는 삶의 터전에서부터 가꿀 수 있어야 합니다. 도시에서 좌절과 낙오를 겪은 애들을 무조건 시골로 보내야 할까요? 시골로 보낼 수 있는 애는 시골로 보내고, 도시적 삶에 익숙한 아이들은 도시에서 또 다른 길을 찾을 수 있게 도와주어야 해요."

강경필 대표의 말이다. 강 대표는 "도시형 대안학교를 함께 준비하는 이들과 최초로 합의한 것이 학비를 많이 받지 않겠다는 것이었다"며 "대안학교가 공교육에서 중도 탈락한 아이들을 위한 학교인 만큼 일반 중·고등학교 학비 수준에서 많이 벗어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교육공간 오름은 중·고등학교 통합과정이다. 하지만 모든 학생은 매일 첫 수업을 고전강독으로 시작해야 한다. 오름을 인문학 중심 대안학교로 만들고자 하는 목표도 있지만 아이들에 대한 현실적 배려도 숨어 있다.

"대개 아이들과의 첫 만남은 아이들이 상상력이 고갈된 상태에서 이뤄져요. 아이들이 자기상황에 매몰된 상태죠. 그래서 다른 삶과 다른 세계를 보여주면서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입니다."

"예술 협동작업 통해 '완성의 경험' 체험하게 하고파"

 고전 강독 시간의 교육공간 오름.
고전 강독 시간의 교육공간 오름. ⓒ 교육공간 오름

강 대표는 "지긋지긋한 학교를 이제 막 나왔는데 아무리 대안학교라지만 오자마자 재미를 느끼겠냐"며 "6개월 정도는 스스로 실컷 방황해야 여기 오는 재미를 느낀다"고 했다. 한 번의 실패를 겪은 아이를, 자신의 목표치를 가지고 조급하게 옥죄면 안 된다는 뜻이다.

강 대표는 "매해 예술 협동작업을 통해 아이들이 완성의 경험을 체험하게 하고 싶다"고 했다. 작년 교육공간 오름 아이들은 창작극 <살아 있어도 괜찮아> 발표회를 가졌다. 또 광주 금남공원에서 거리공연을 열어 자신들의 음악 실력을 뽐냈다.

도시형 대안학교인 교육공간 오름은 2011년과 2012년 연속 '호남권 대안교육시설 연수회'에서 우수사례로 선정됐다. 외형에 집착하지 않고 작고 알차게 내용을 채워온 성과를 인정받은 것이다.

한때 대안학교는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문제아들이 가는 곳'으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양한 교육수요자의 요구를 채워줄 수 있는 '대안'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이 대안 역시 앞으로 다양한 형태로 세분화되며 진화할 것이다. 대안의 본질은 한 번의 실패를 평생의 실패로 낙인찍지 않는 길을 찾는 것이니까.


#대안학교#대안교육#교육공간 오름#공교육#사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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