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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토 다카노부 혼다자동차 사장은 자동차 전 엔진 쇄신, 국내외를 포함한 신차개발, 젊은 층을 겨냥한 마케팅 등 강한 혼다를 만들기 위한 개혁정책을 제시했다.
 이토 다카노부 혼다자동차 사장은 자동차 전 엔진 쇄신, 국내외를 포함한 신차개발, 젊은 층을 겨냥한 마케팅 등 강한 혼다를 만들기 위한 개혁정책을 제시했다.
ⓒ 정영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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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봄 혼다는 풀 체인지한 2012년형 시빅 모델을 미국에 투입했다. 그러나 미국의 영향력 있는 소비자 정보지 <컨슈머리포트>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는 데 실패했다. 자동차 내장의 질감, 승차감, 브레이크 분야에서 혹평을 받아 추천 차 대상에서 누락됐다. 앞을 내다보지 못한 판단미스가 원인이었다.

리먼 쇼크로 시장이 악화된 상태에서 개발을 진행하면서 가격을 우선사항에 두었다. 그때 미국시장에는 시빅에 한 발 앞서 디자인을 혁신시킨 현대자동차의 엘란트라가 높은 평가를 받고 있었다. 가격지향성을 고집한 시빅의 패착이었다,

시빅의 오산과 교훈

이토 다카노부 혼다 사장은 서둘러 긴급 대응 전략을 마련, 지난해 11월에 2013년형 모델 시빅을 탄생시켰다. 차체 디자인에 변화를 주고, 내장 소재, 서스펜션도 바꾸고, 리어뷰 카메라를 기본 장착하는 등 상품력을 극대화시켰다.

통상 자동차의 마이너체인지는 신형차의 경우 발매 후 3년을 기준으로 하는데 시빅은 약 1년 반 만에 부분적으로 모델을 변경시킨 케이스다. 상품평가보다 우선하는 것은 없다. 혹독한 평가를 받고 주저하지 않고 바로 긴급수술을 단행해야 했다.

혹평에도 불구하고 2012년 시빅 판매는 순풍이었다. 지난해 판매는 전년보다 17% 늘어난 31만7000대를 기록, 소형차 분야에서 토요타 카롤라를 누르고 1위에 올라섰다.

혼다 미국법인 부사장 존 멘델은 "신형차가 전 모델보다 좋다고 혼다 스스로 평가를 내린다 해도 문제는 고객의 기대치와의 교훈이다"라고 회고한다. 현대차에서 한 수 배운 것이다.

이토 타카노부 사장의 고민과 결단

2009년 6월 혼다의 톱 자리에 오른 이토 다카노부 사장. 혼다의 최고 수장을 맡은 지 3년 6개월 만에 강력한 개혁을 선언했다. 글로벌 시장서 흔들리지 않는 강하고 힘센 기술의 혼다를 만들기 위해서다. 핵심 내용은 자동차 전 엔진 쇄신, 국내외를 포함한 신차개발, 젊은 층을 겨냥한 마케팅 전략을 포함하고 있다.

지난 1월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렸던 북미 모터쇼에서 이토 사장은 미니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인 '어반 콘셉트카'를 고객들에게 직접 설명했다. 그리고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이 차는 젊은 층을 겨냥한 다목적 스포츠카인 SUV 차로 혼다의 최강점인 유기적인 차실내 공간이 세일 포인트다. 올해 말 일본시장에 먼저 출시하고, 오는 2014년에 미국시장에 상륙한다. 생산공장은 올 가동에 들어가는 멕시코 신 공장이다."

 상품성을 대폭 높인 2013년형 혼다 시빅.
 상품성을 대폭 높인 2013년형 혼다 시빅.
ⓒ 혼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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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혼다의 본격적인 반전드라마는 이 자동차가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혼다는 일본 제조업의 글로발화에 늘 선두를 달려왔다. 오토바이로 세계 각지에 뿌리를 착근시킨 혼다는 일본 메이커로서는 첫 주자로 미국에서 자동차 생산을 시작했다. 그러나 2008년 리먼 쇼크 이후 혼다의 위상에 적신호가 들어왔다. 외부환경의 변화에 취약점이 노출됐다. 세계적인 차 판매 감소에 동일본 대지진, 태국홍수가 겹치면서 공장가동을 일시 중단하는 단계로 이어졌다.

이토 사장의 눈에 투영 된 것은 리먼 쇼크가 몰고 온 판매추락 감소만 아니라 사회구조가 변화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오토바이사업에서 거둬들인 수익으로 적자는 벗어날 수 있었지만 환경이 바뀐 글로벌 시장에서 생존을 위한 준비는 부족했다.

첫 번째는 기술력이었다. 강점을 자랑하던 엔진 분야에서 상대적인 우위성을 상실했다. 1972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엄격한 환경규제는 CVCC 엔진개발로 돌파했지만 거기까지였다. 그 이후 획기적인 엔진을 내놓지 못했다.

고압폭발을 유도해 엔진 힘을 키우는 연료 직분사방식, 배기가스를 이용해 엔진의 힘을 배가시키는 터보차처 등의 신기술이 나오면서 다운사이징이 주목을 받고 있는데 이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는 기업은 독일의 폭스바겐이다. 하이브리드는 프리우스를 내세운 토요타에 선두자리를 내주었다. 디젤분야는 마츠다가 '스카이 아크테크'를 개발, 혼다를 앞섰다.

다음은 파이가 커지고 있는 신흥시장에서의 후진이다. 중국시장에 뿌리를 내린 어코드는 경쟁사에 추격당하고 있으며 인도에선 마이너 메이커로 전락했다. 러시아 브라질에서도 고전하고 있다.

선진국에조차 경쟁기업이 뜨고 있다. 현대·기아차가 유럽시장을 파고들면서 공세를 취하고, 미국의 빅3는 연비를 내세우고 소형차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유럽메이커는 폭스바겐을 선두로 혼다의 최대시장인 미국 시장에 신형차를 속속 투입하며 압박강도를 높이고 있다. 

비장의 카드 미니 스포츠유틸리티(SUV) 어반 콘셉트카

어반 SUV 개발은 이런 환경을 돌파하기위한 비장의 카드인 것이다. 신개발 엔진, 트랜스미션 탑재, 세계 곳곳에 투입한다. 미국시장에선 한국 차 공세에 맞서는 전략으로 젊은 세대를 향해 돌직구를 구사한다는 것이다.

신차효과로 혼다 차의 판매는 서서히 회복기조로 돌아서고 있다. 외부평가도 높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이토사장은 개혁 고삐를 더욱 조이고 있다. 회사의 조직도 바꾸고 있다. 철저한 일본중심의 개발체제에서 탈피한 '6개 지역 동시개발', 생산체제와 부품메이커 연결 고리인 '현지 최적도면'을 키워드로 일본의 자동차 제조 기능을 해외로 이관한다는 전략을 진행하고 있다. 

또 자동차 엔진을 일시에 전부 교체한다. 660cc의 경승용차에서 3.5리터 대형엔진으로 바꾼다. 그리고 소형디젤, 3종류의 하이브리드 시스템, 전기자동차, 3종류의 CVT(무단변속기)도 대상 범위다. 혼다 역사상 유례가 없다 할 정도의 개혁으로 '기술의 혼다' 타이틀을 재탈환 하려는 강한 집념을 읽을 수 있다.

 지난 1월 북미모터쇼에서 공개된 소형 SUV(스포츠유틸리티) ‘어반 콘셉트카’.
 지난 1월 북미모터쇼에서 공개된 소형 SUV(스포츠유틸리티) ‘어반 콘셉트카’.
ⓒ 혼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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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개발은 종래 10년 단위로 하던 것을 3년 정도로 앞당긴다. 가솔린 엔진, 하이브리드, 디젤엔진까지 동시에 쇄신한다. 이를 위해 첫째 'OB맨'의 소집이다. 과거 엔진 개발 파트에서 근무했던 베테랑들을 재소집, 개발 사이클이 긴 엔진분야에 투입, 30-40대의 리더 보좌역으로 배치한다.

또 하나는 엔진개발의 해외이전이다. 미국 오하이오 주에 있는 개발 자회사에 북미전용 엔진 이외에 V6엔진 개발도 넘겼다. 세 번째는 신차개발과 생산의 제휴이다. 엔진, 트랜스미션 개발팀의 일원으로 생산기술 담당자를 투입 개발기간을 대폭 단축시켰다. 이전에는 엔진의 기본설계가 진전된 상황에서 생산기술자가 합류하는 시스템이었다.

네 번째는 하이브리드 차의 개선과 직결되는 개발프로세스의 혁신을 내세웠다. 혼다는 향후 소형차, 대형차, 스포츠카까지 전 차종에서 하이브리드차를 개발하고 소형차 분야에선 세계최고 연비자동차를 개발해 톱 자리를 노리고 있다.

2016년도 600만대 판매목표

지난해 9월 이토 사장이 표방한 장기 비전이다. 규모의 경쟁과는 거리를 두어왔던 혼다가 장기 판매 목표를 밝힌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세계판매대수를 4년 사이에 1.5배로 확대하고 이를 달성 하는 일, 결코 쉽지 않은 수치를 공개적으로 밝히고 매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올 가을 전 세계에 피트를 출시한다. 자동차의 크기를 키우고, 개발의 현지화를 단행했다. 일본 완결형의 개발체제를 지양하고, 글로벌 차는 일본, 북미, 유럽, 중국. 아시아태평양, 남미 등 6개 지역으로 나누어 설계를 했다. 차량, 콘셉트. 기본도면은 일본개발진이 그린다.

세계각지의 연구소는 현지 지역의 부품 코스트 구조, 품질, 소비자 취향 등 각 지역성을 기술 도면에 피드백 한다. 전에는 일본에서 만든 도면을 해외의 개발거점들은 충실하게 카피하는 것뿐이었다. 그러나 자동차 시장은 변했다. 지구규모로 생산하기 위해서는 자동차 개발의 '개국' 필요성을 절감 한 것이다.

자동차 크기를 키우는 작업과 병행, 파생차종 개발 분야다. 피트, 세단 타입의 시티, 디트로이트모터쇼에서 공개된 신형 SUV등 현시점 에서 3종류의개발이 진행 중이다. 파생차종은 차대 등 기본설계, 부품의 공통화로 외관, 사양을 바꾸어 상품의 폭을 다양화, 코스트삭감으로 이어진다. 그런데 여기에 허점이 드러났다.

이토 사장 스스로 '해외 서플라이어가 제시한 가격이 경쟁 회사보다 높았던 적이 있다"고 실토한 적이 있다. 그동안 혼다가 개발하는 파생차종은 기본구조는 공통화 하면서 개발팀의 판단으로 부품사양, 설계부분을 조금씩 변경하면서 기본차종과 시간차를 두고 부품을 발주해왔다.

부품메이커로서는 파생차종에 어떤 부품이 사용되는지는 자동차 뚜껑을 열어 보기 전 까지는 알수가 없었다. 설비투자, 자재조달이 적기를 놓쳐 코스트는 상승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코스트 경쟁은 신흥국가의 판매에서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된다.

인도의 경우 현대차, 폭스바겐은 소형차는 50만 루피(약 80만엔), 전후인데 비해 피트는 60만 루피(약96만엔)로 차 가격이 20%이상 비싼 편이다.

그래서 피트는 개발 초기단계부터 파생차종의 투입시기, 기본설계 결정, 시리즈 전체를 관리한다. 파생차종의 수량 까지 포함 시키면 부품수량 주문이 2배정도 늘어나고, 스케일 메리트를 누릴 수 있게 되었다. 램프, 미터 등 관련부품을 공유하면서 조달 코스트도 다운되었다. 

전 세계 서프라이어를 조사,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2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혼다는 일본기준에 맞춘 제품완성을 기본으로 발주 선을 결정했기 때문에 대다수 현지메이커의 참여는 무늬만의 현지화였다.

그러나 피트 시리즈는 인도, 동남 아시아연합, 브라질에서 강판, 수지를 구매, 현지 조달율을 크게 높였다. 폭스바겐, 르노닛산 그룹과 손을 잡고 부품 공유화를 단행, 코스트 삭감에 가시적인 성과도 거두었다.

수요 타킷층은 젊은 세대

'싱글, 아이를 갖기 전의 커플을 겨냥한 차이다.' 북미모터쇼 에서 콤팩트카 어반 SUV를 선보이면서 기자단에게 이렇게 설명했다. 

혼다가 미국 시장에서 달러를 벌어들이는 차종은 연비가 뛰어난 시빅, 어코드, 오딧세이 등 대형차 이다. 미국사회가 고령화 시대로 접어들고 고객의 세대교체기를 맞아 새로운 마케팅 수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두 사람만 올라갈 수 있는 링에 5∼6사람이 올라와 있는 판국'이다.

대형차로 패권을 겨루는 미국 메이커는 그렇다 하더라도 토요타만을 경쟁상대로 했던 시대는 막을 내렸다. 한국자동차의 약진이 이어지고 있고 미국 메이커들도 소형차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혼다 콤펙트카 SUV의 사명이 중요하다'는 이토사장의 속사정이 읽히는 대목이다.

2013년 혼다의 미국판매 목표는 과거 최고기록이었던 2007년도의 155만대이다. 어코드, 'CR-V' 등 주력 모델과 권토중래를 노리는 시빅 역시 그런 대로 좋은 평가다.

혼다로서는 고급차 브랜드 어큐라의 중형 SUV인 MDX를 투입하는 등 올 한해 미국시장에 거는 기대치가 크다. 혼다의 북미시장 의존도가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는 북미 42.8%, 아시아 28.2%, 유럽 4.1%, 기타 7.0%, 일본 국내는 17.7%였다. 현대차는 북미 16.7%, 중국 17.1%, 유럽 10.9%, 기타 39.9%, 국내 내수 15.5%이다.

상품 사이클 측면에서 올 한해 기대를 크게 높인 혼다. 문제는 이토가 뱃심 좋게 추진하는 개혁이 순항하느냐에 결판이 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정영창 기자는 자동차 전문지 <오토모닝> 국장입니다. 이 기사는 자동차 전문지 <오토모닝>에도 실렸습니다.



#이토 혼다자동차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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