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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보강: 14일 오후 4시 41분]

'당당한 경남시대'를 내건 홍준표 경상남도지사가 인사를 두고 계속해서 비난을 받고 있다. 정무부지사 등 정무라인을 모두 측근 내지 선거캠프 사람들로 채운데 이어, 경남도의원들로부터 '부적격' 의견을 받은 출자출연기관장을 임명한 것이다.

2012년 12․19 보궐선거에서 당선한 홍 지사는 "당당한 도지사가 되겠다"고 선거운동한 뒤, 취임 이후 경남도정 구호를 '당당한 경남시대'로 바꾸었다. 그런데 인사를 두고 비난이 계속되고 있다.

 경남도는 홍준표 지사 취임 뒤 슬로건을 '당당한 경남시대'로 바꾸었다. 사진은 경남도청 현관.
경남도는 홍준표 지사 취임 뒤 슬로건을 '당당한 경남시대'로 바꾸었다. 사진은 경남도청 현관. ⓒ 윤성효

홍 지사는 조진래(48) 정무부지사, 강민국(42) 비서실장, 오태완(47) 정책단장, 정장수(47) 공보특보, 박재기(55) 중소기업 특보, 나경범(48) 서울본부장, 안종복(57) 프로축구 경남FC 대표이사를 임명했고, 최구식(52) 전 국회의원을 산청세계의약엑스포 집행위원장에 앉혔다.

이들은 모두 홍 지사의 측근이거나 선거캠프에 관여했다. 조 정무부지사는 홍준표 선거캠프 상황실장을 지냈고, 강 비서실장은 보궐선거 때 홍 지사를 수행했으며, 오태완 정책단장은 홍 지사의 선거캠프 보좌관, 정장수 공보특보는 홍 지사의 선거캠프 언론담당 보좌관으로 있었다. 박 중소기업특보는 홍 지사가 국회의원으로 있을 때 보좌관을 지냈다.

또 홍 지사는 지난 8일 김정권(53) 경남발전연구원장과 강모택(53) 람사르환경재단 대표이사를 임명했다. 김 원장과 강 대표이사는 경남도의회 상임위에서 '출자출연기관장 의견청취(인사 청문회)' 과정을 거쳤다.

강모택 람사르환경재단 대표이사 '부적격'

강모택 대표이사 임명을 두고 말이 많다. 경남도의회 경제환경위에서 지난 7일 강 대표이사를 상대로 인사청문회를 했는데, 의원들이 '부적격'이라고 했던 것이다. 야당인 민주개혁연대(민주통합당․통합진보당․진보신당․무소속) 소속 의원들은 '부적격'이라 했고, 새누리당 소속 일부 의원들도 같은 의견이었다.

'출자․출연기관장 의견청취'는 홍준표 지사와 김오영 경남도의회 의장이 협약을 맺으면서, 비공개․비공식․비안건과 회의록 미작성의 간담회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인사청문회는 전국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열렸지만, 비공개 등으로 진행하면서 논란을 빚고 있다.

강모택 대표이사는 재산․병역면제 등에 있어 도덕적 결함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강 대표이사는 '지원자격' 요건을 갖추고 있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람사르환경재단 대표이사의 지원자격 요건은 '유관기관 경력자' '대학교수와 환경공공기관 10년 이상 경력자' '언론사 보도․편집 경력자' '환경단체 경력자' '기타 환경분야에 관심이 있는 자' 등 7개 항목이다. 새누리당 경남도의원 출신인 강 대표이사가 지원자격에 해당되는 항목은 '환경분야에 관심이 있는 자'뿐이라 할 수 있다.

민주개혁연대는 강모택 대표이사의 임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홍준표 지사는 출자출연기관장 인사권은 도지사의 고유 권한이라며 임명철회를 거부한 상태다.

'출자출연기관장 의견청취' 결과는 경남도의회 여야 의원 사이에서도 논란을 빚고 있다.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은 민주개혁연대가 '비공개' 협약 내용을 어겼다고 '도의회 인사 검증 무용론'을 제기하고 있다. 민주개혁연대는 홍 지사한테 공개토론 등을 요구하고 있다.

야당 "홍준표 지사의 일방통행 너무한다"

진보진영과 야당들은 홍준표 지사의 인사를 비난하고 나섰다. 13일 경남진보연합은 "홍준표 지사의 일방통행 해도 너무한다"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홍 지사측은 자신의 선거캠프를 도청으로 옮겨왔다고 세간에서 평할 만큼 제 식구들을 주요직에 앉히기에 급급하였다"고 밝혔다.

경남진보연합은 "제식구들 밥그릇 챙겨주기에 급급한 꽉 막힌 홍준표 지사는 민주주의의 기본부터 배워야 할 것"이라며 "서울에서 정치하다 내려와 경남도민을 자기 말 한마디면 시키는 대로 다 알아서 하는 허수아비쯤으로 생각하지 않고서야 이런 무례한 일방통행이 어떻게 가능하단 말인가"라고 따졌다.

이들은 "홍준표 지사는 겸허한 자세로 경남을 배우고 도정에 임해야 할 것이며 자기 식구들에게는 더욱더 엄정한 잣대를 들이대어 투명한 행정을 만드는데 앞장서야 할 것"이라며 "자기 집에서 새는 바가지 나가서 샌다는 옛 어른들의 말이 허투른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통합진보당 경남도당은 "홍준표 지사의 안하무인 임명강행 유감"이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홍준표 지사의 안하무인 행보를 익히 봐왔지만 도의회의 목소리마저 외면하는 도정운영으로는 도민들의 신뢰와 사랑을 받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전국에서 처음으로 열린 출자출연기관장 인사검증이 결국 생색내기용으로 그쳐버린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하며, 무엇보다 도민의 대의기관인 도의회의 결정을 수용하지 않고 제멋대로 전권을 휘두는 홍 지사의 임명 강행은 철회돼야 마땅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통합당 경남도당도 강모택 대표이사의 임명 철회를 촉구했다. 이들은 "홍준표 지사가 말하는 도덕성의 정의가 의문이다"며 "강모택 대표이사 임명철회를 촉구한다. 홍준표 지사를 비롯한 집행부, 출자․출연기관장 내정자, 도의원 모두가 책임 있는 자세를 취하고 도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해 인사검증을 즉각 공개로 전환할 것"을 촉구했다.

경남환경연합 "강모택 대표이상 임명 철회하라"

경남환경운동연합(진주, 사천, 창녕, 통영거제, 마창진)은 14일 성명을 내고 "람사르환경재단 대표이사 임명을 둘러싼 갈등과 논란을 지켜보는 환경단체의 입장이 참으로 씁쓸하다"며 "재단 본래의 창립취지를 잃고 흔하디흔한 선심행정, 챙겨주기 행정에 내던져진 것은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공공․출연기관 임원직이나 대표직이 전관예우의 희생물로 전락하여 10개월짜리, 1년짜리 인사이동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들을 보아왔다"며 "그런데 이번 재단 대표이사 임명 역시 비록 공개모집, 비공개 청문회라는 파격적인 절차를 거치기는 했지만 이와 다르지 않다"고 밝혔다.

강모택 대표이사에 대해, 이들은 "그저 환경 분야에 관심이 있는 자가 수행하기에는 재단의 사업이 다분히 전문성을 요구하고, 대표이사의 직무도 막중하기만 하다"며 "그래서 홍준표 지사의 대표이사 임명 강행이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경남환경연합은 "강모택 대표이사는 자격미달, 업무적정성 미달, 재산과 병역 문제로 도덕성 논란까지 불러온 내정자였고, 때문에 새누리당 의원들조차 부적격 판정을 내렸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명을 강행한 것은 어느 누구의 의견도 들을 필요 없는 홍준표 지사의 독단행정, 불통행정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홍준표 지사는 강모택 대표이사 임명을 철회할 것"과 "강모택 대표이사는 본인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스스로 사임할 것", "검증된 사람을 대표이사로 등용할 수 있도록 지역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는 등 청문절차를 강화하고, 공개적으로 진행할 것"을 촉구했다.


#홍준표#강모택#인사청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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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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