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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교육과학분과 국정과제토론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교육과학분과 국정과제토론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인수위사진기자단

"두 번째 새마을운동이라고 할까요. 그런 것을 지금 제안한 겁니다."

안상훈 인수위원회 고용복지분과 위원이 14일 오전 인수위 간사단 회의에 앞서 기자들에게 한 말이다. 비공개 간사단 회의에서 제안할 사회적 경제 활성화를 통한 새로운 고용창출 방안을 두고 '새마을운동'으로 표현한 것이다. 정부가 사회적 기업과 마을기업, 협동조합 등 '사회적 경제' 주체들의 활성화를 돕는 방안이다.

안상훈 위원은 간사단 회의가 끝난 후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1970년대 한국의 경제 성장과 현대화를 가져왔던 새마을운동처럼 사회적 경제의 활성화 역시 지금 시점에서의 현대화에 기여할 것"이라며 "박 당선인의 공약들을 잘 실행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정책"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제2의 새마을운동'이라는 표현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새마을운동은 박정희 정권의 핵심 정책이기 때문이다. 농촌의 지지기반이 취약했던 박정희 정권은 상대적으로 통제가 용이했던 농촌사회를 조직하고자 했던 새마을운동을 전개했다. 1인 독재를 유지하기 위한 정치선전과 체제동원의 매개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새마을운동의 본질은 '잘살기 운동'이었지만, 결국 '국민정신개조운동'으로 변질됐다. 농촌새마을운동은 도시새마을운동으로 확대됐다. 이후 유신체제 하에서 5년이 넘게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한 박근혜 당선인이 충효이념을 모토로 '새마음운동'이란 광풍을 일으킨 것도 국민정신개조를 목표로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민주통합당은 강하게 비판했다. 박용진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내용은 쓸 만한 이 사업을 두고 '새마을운동'이라고 규정 짓는 인수위의 한심한 인식이 우려스럽다"면서 "핏줄의 인연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군사쿠데타와 유신독재가 남긴 오명은 부정하고 극복하는 게 마땅한 일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한 "김병관 장관 내정자의 앙증맞은 핸드폰줄 사진 논란이나 인수위의 제2새마을운동 제창 결정 등 과잉충성 행위는 박근혜 당선인을 벗어나야 할 과거에 얽매이게 하는 일이 될 것"이라며 "국민들 눈살 찌푸리게 하는 과잉충성과 과거지향적 인식으로 대한민국의 앞날이 밝아질 리 없다는 점을 인수위 간사들이 명확히 알기를 바란다"고 지적했다.

대선 때 문재인 정책... 박근혜, '48% 껴안기' 할 수 있을까

스웨덴 웁살라 대학에서 사회정책을 전공한 '스웨덴 복지' 전문가인 안상훈 위원이 간사단 회의에서 발제한 내용은 '사회적 창조경제'다. 박근혜 당선인이 강조하는 '창조경제' 개념에 전통적인 진보진영 담론 중 하나인 사회적 경제 개념을 접목한 것이다. 안 위원은 "'창조경제'에서 주로 시장 경제만 이야기되고 있는데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면서 "일자리와 복지를 함께 엮는 그릇 같은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의 한국 자본주의 시장경제에는 노동시장이 양극화 되어 있어 채용도 안 되고 창업도 못하는 '취업 취약계층'들이 많다"면서 "복지를 아무리 줘봐야 고용율을 함께 높이지 않으면 효과가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정부가 복지정책에만 100조 원이 넘는 예산을 집행할 예정이지만, 사실상 복지 정책의 수혜자들이 취업하기 쉽지 않은 환경이기 때문에 자칫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꼴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안 위원은 대안으로 사회적 경제 분야의 육성을 제시했다. 협동조합이나 사회적 기업, 마을 기업, 자활기업, 농어촌 공동체 기업 등 민간에서 사회적 목적을 우선적으로 추구하는 경제주체들을 정부예산 지원이나 법률제정 등의 방법으로 활성화 시키자는 것이다. "사실상 복지국가, 동반성장, 경제민주화와 모두 연관된 정책"이라면서 "'고용률 70%', '중산층 70%' 등 박근혜 정부가 설정한 목표들은 이런 것 없이는 달성이 어렵다"는 주장도 했다.

그는 발제안을 '제2의 새마을운동'이라고 표현한 이유에 대해 "1970년대 한국의 경제 성장과 현대화를 가져왔던 새마을운동처럼 사회적 경제의 활성화 역시 지금 시점에서의 현대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당선인 측에서 사회적 경제를 언급하고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회적 경제 활성화는 박 당선인과 대선에서 접전을 벌였던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주요공약으로 18대 대선후보들의 경제민주화 관련 공약 중에서도 입장차가 뚜렷했던 항목 중 하나다. 당시 문 후보는 사회적 경제를 통해 대기업 위주의 경제구조를 개선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며 복지공백을 메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안 위원의 설명과 거의 비슷한 내용이다.

박 당선인 측에서 대선후보 때도 언급하지 않았던 '사회적 경제' 활성화 논의가 인수위에서 불거지면서 관련 내용이 국정운영 로드맵에 포함될지 주목된다. 박근혜 정부의 '48% 껴안기'가 시험대에 오르는 셈이다.

안 위원은 "회의에 참석한 인수위원들의 반응이 긍정적이었다"고 전하면서도 이 제안이 당선인 보고에 포함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인수위는 16일 오전까지 국정운영 로드맵을 작성한 뒤 박 당선인에게 보고할 예정이다.


#사회적 경제#안상훈#새마을운동#인수위원회#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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