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김성은씨는 "아이가 기관절개라는 수술을 받아 가래를 수시로 빼줘야 하는데 그 때 소음이 발생하는 바람에 환자들이 항의하는 경우가 있다"며 "병원 내부 규정에 의해 이런 환자들은 상급 병실만 이용가능 했다"고 말했다.
 김성은씨는 "아이가 기관절개라는 수술을 받아 가래를 수시로 빼줘야 하는데 그 때 소음이 발생하는 바람에 환자들이 항의하는 경우가 있다"며 "병원 내부 규정에 의해 이런 환자들은 상급 병실만 이용가능 했다"고 말했다.
ⓒ 김다솜

관련사진보기


"4대 중증 질환 치료비를 100% 보장해준다는 공약 때문에 그 분을 지지한 거죠. 솔직히 '이게 사기 당한 건가'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이렇게 될 거라 예상은 했었지만, 완전히 말을 바꿀지는 상상도 못 했어요. 순차적으로 해주신다 했으니 그게 늦어지거나 100% 보장을 60, 70% 정도라도 조정해 줄 거라 생각했어요."

김성은(33)씨는 선천성 심장병을 가진 아이의 엄마다. 김씨는 지난해 대선 때 박근혜 당선인에게 표를 던졌다. 문재인 후보도 3대 비급여 부문 중 간병비를 급여 부문에 포함시키겠다는 공약을 내놓았지만, 김씨는 박 당선인의 '4대 중증 질환 100% 지원 보장' 공약(암·심장·뇌혈관·희귀난치성 질환 등 4대 중증 질환에 걸린 경우, 건강 보험이 적용되지 않았던 비급여 부문 중 환자 본인 부담금이 컸던 상급병실료, 간병비, 선택진료비를 급여 부문으로 전환시킨다는 내용)에 더 큰 기대를 걸었다.

김씨는 주변 지인들에게 투표를 독려할 정도로 박 당선인의 공약이 아이에게 도움이 될 거라 굳게 믿었다. 하지만 박 당선인이 외쳤던 '4대 중증 질환 100% 지원 보장' 공약은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지난 7일 보도자료를 통해 4대 중증 질환 지원의 핵심인 "비급여 부문을 포함한다고 한 적이 없다"며 발뺌하고 있기 때문이다.

 .
 .
ⓒ 건강보험공단

관련사진보기


18개월 된 내 아이, 버릴 수 없었다

김성은씨는 결혼 1년 만에 아이를 가졌다. 마냥 행복했다. 그런데 임신 20주째 되던 날, 모니터를 통해 만난 아이는 다른 태아에 비해 심장이 커져 있었다. 김씨는 "처음에는 단순 심장 질환이라 여겼다"며 "하지만 딸아이가 태어나고 진료를 해보니 엡슈타인 기형(선천성 심장병 중 하나로 심장 판막이 열려있는 병)이란 진단이 내려졌다"고 말했다.

아이에게 두 번의 큰 수술과 여러 번의 작은 수술이 있었다. 아물었다 싶으면 가슴을 찢었다. 합병증으로 소화를 전혀 시키지 못 하는 아이는 먹을 수도 없었다. 포동포동할 아이의 엉덩이가 노인처럼 살가죽만 남아 있었다. 

아이를 돌볼 간병인도 구하지 못했다. "갓난 아기인데다 중증 질환자라 손이 많이 간다"며 간병인들은 손사래를 쳤다. 결국 김씨는 본래 하던 학원 강사 일까지 그만둬야 했다. 그렇게 외벌이 부부는 한 달 300만 원의 수입으로 생계를 이어나간다. 집에서 요양 중인 지금도 병원 진료비, 의료 기기, 약값 등으로 한 달 평균 150만 원 이상이 든다.

후원 단체도, 후원인도 없었다. 김씨는 "(아이의 치료비가) 6세 이하는 급여 부문에서 10%만 부담하지만 비급여 부문에서 금액이 너무 많이 나와 퇴원 후에 병원 영수증은 쳐다보기 겁이 난다"고 말했다.

 집에서 아이가 쓰는 아기 인공 호흡기는 국내에는 기계가 없다. 한달 임대료만 해도 70만원이다. 그 밖에 식염수 등 치료 소모품들은 1회용이라 아껴써도 한 달에 3,40만원이 나간다.
 집에서 아이가 쓰는 아기 인공 호흡기는 국내에는 기계가 없다. 한달 임대료만 해도 70만원이다. 그 밖에 식염수 등 치료 소모품들은 1회용이라 아껴써도 한 달에 3,40만원이 나간다.
ⓒ 김다솜

관련사진보기


"선택 진료비 안 붙는 의사 선생님으로 바꿔 주시면 안 돼요?"

김씨 앞으로 오는 아이의 진료비 영수증만 봐도 비급여 부문이 얼마나 큰 부담으로 작용되는지 알 수 있다. 2012년 1월 5일에서 6월 25일까지 영수증을 살펴보면 전체 부담 비용 2천2백만 원 중 1천5백만 원이 비급여다.

비급여 중 가장 부담스러운 건 선택진료비(환자가 특별한 경우 전문의의 판단에 특진을 받는 경우)다. 아이가 2차 수술을 받던 시기에 나온 선택진료비만 계산해도 천만 원이 훌쩍 넘었다. 김씨는 "아이가 감기에 걸리더라도 일반 소아과에서는 중증 질환자라는 이유로 진료를 하지 않는다"며 "(감기의 경우도) 대학병원에서 진료를 보면 일반 병원에서보다 진료비가 200% 더 붙는다"고 말했다.

게다가 아이가 걸린 심장질환은 선택진료비에 포함되는 약이 많다. 김씨는 "어려운 사정 때문에 급여 부문의 약으로 대체 가능한지 알아봤지만 불가능했다"며 "무조건 그 약을 먹어야 하는데 이게 필수 진료지 어떻게 선택 진료가 되느냐"고 말했다.

아이 병실료도 부담되기는 마찬가지다. 6명 이상 생활하는 다인실은 하루 입원료가 1만 원이다. 하지만 김씨의 아이처럼 중증 질환자인 경우 감염 우려가 있어 상급 병실(5명 이하)을 이용해야만 한다. 김씨는 "2인 병실은 하루 15만 원~20만 원이 평균"이라고 말했다. 김성은씨에게 박근혜 당선인의 공약은 절실했다.

"완치가 됐지만 다시 아플 수도 있잖아요"

 입원 환자의 병원 영수증을 보면 비급여 부문에서 큰 부담이 생긴다. 병원비의 40% 이상이 비급여 부문이다.
 입원 환자의 병원 영수증을 보면 비급여 부문에서 큰 부담이 생긴다. 병원비의 40% 이상이 비급여 부문이다.
ⓒ 김다솜

관련사진보기


박진석씨(41)는 8년 전 백혈병을 앓았다. 원인 모를 감기 증상은 한 달이 다 되도 낫질 않았다. 대학병원을 찾았다. 백혈병이었다. 세 딸아이의 아버지이자 한 집안의 기둥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박씨는 2004년 11월 2일부터 2005년 7월 21일 동안 총 4차례 입원했다. 한 번 입원하면 천만 원이 넘는 병원비가 나왔다. 박씨는 "백혈병 치료 중에 비급여 항목이 많아 보험 처리가 안 됐다"며 "보험금, 진단금, 약관 대출로 겨우 버티고, 힘들 땐 친구들의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어려운 형편에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을 했다. 아내와 세 딸은 기초생활수급자 지원 자금 100만 원으로 최소한의 생활을 해야만 했다. 박씨의 아내는 8개월짜리 젖먹이 딸을 돌보느라 직장을 구할 수 없었다. 나머지 두 딸도 3살, 9살로 아직 부모의 손길이 필요한 나이다.

"조혈모 세포 이식(골수이식) 수술을 하면 완치율이 50%라는 거예요. 그래서 온 가족이 검사를 받았는데, 여동생이 유전자 1개 빼고 저랑 다 맞았어요. 근데 돈이 걸림돌이었죠. 조혈모 이식을 하려면 7천만 원에서 1억 원 정도 들어요. 사실 이식한다고 100% 사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하면 병이 나을 수 있을까'보다 돈 걱정이 더 컸어요. 결국 조혈모 세포 이식 거부하고, 대신 보험 처리가 되는 항암치료를 받았죠."

다행히 박씨는 현재 완치돼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하지만 박씨는'4대 중증 질환 100% 지원 보장' 공약만 보고 박 당선인에게 투표했다. 박씨는 "한 번 그 고통을 겪어본 가족들한테는 박근혜 당선인의 공약이 너무나도 크게 다가왔다"고 말했다.

"지금은 완치가 됐지만 다시 아플 수도 있잖아요. 자연스럽게 박근혜 후보가 낸 공약에 눈이 갔어요. 솔직히 이제 와서 하는 말이지만, 우스갯소리로 박근혜를 '바꾸네'라고 해요. 다시 대통령 선거를 치르면 박근혜가 될 수 있을까 이런 생각도 하고요. 백만 표밖에 차이가 안 났잖아요. 4대 중증 질환자랑 가족만 합해도 수가 꽤 되니까…"

박근혜 당선인은 대선 기간 동안 TV 토론과 공약집을 통해 "4대 중증 질환을 국가가 100% 책임지겠다"고 공표해온 바 있다. 이에 많은 4대 중증 질환 환자와 가족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하지만 인수위원회가 꾸려지고, 본격적인 박근혜 정부의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하자 중증질환 환자와 가족들의 희망은 실망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덧붙이는 글 | 김다솜 기자는 오마이뉴스 17기 인턴기자 입니다.



#4대 중증 질환#박근혜
댓글1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