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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상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9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4월 재보선을 앞두고 '안철수 등판론'이 제기되는 데 대해 "48%의 지지를 받는 선거에서 주연 다음 조연으로 선거를 뛰었는데 패배했다"며 "그럼 사과하고 엎드려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희상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9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4월 재보선을 앞두고 '안철수 등판론'이 제기되는 데 대해 "48%의 지지를 받는 선거에서 주연 다음 조연으로 선거를 뛰었는데 패배했다"며 "그럼 사과하고 엎드려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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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는 전체 국민의 48% 지지를 받은 선거에서 주연 다음 조연으로 뛰었는데 패배했다. 그럼 사과하고 납작 엎드려 있어야지. 당장 4월 재보궐 선거에 나온다? 그건 너무 빠르다. 국민이 이해하고 공감할 때가 오면 국민의 이름으로 불릴 때가 있다. 안철수는 그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이건 안철수를 위해 하는 얘기다."

문희상(68) 민주당 비대위원장은 5선의 '정치9단'답게 두뇌 회전이 빨랐다. 묻는 말에 단 한 올도 빠트리지 않고 잘 치고 빠졌다. 타고난 정치 예능의 끼를 발휘해 농반진반 강약을 조절하면서 민주당의 위기를 설파했다. 동시에 소위 '안철수 세력'과의 힘겨루기에서는 묘한 경쟁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안철수 그룹과 시민사회 등이 넓게 진용을 짜고 민주당 고사작전을 편다 해도 '60년 제1야당 간판'을 쥔 민주당이 흔들릴 리는 없다고 열변을 토했다.

총선과 대선, 한해에 연거푸 두 번씩이나 큰 선거에서 패배한 정당이지만, 민주당은 60년 정통성을 이어온 '문패 달린 정당'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아무리 큰 어려움이 있어도 헤쳐나갈 힘이 있는 정당이라며 '자강론'을 높이 치켜들었다. 문 위원장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연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대선 패배 원인을 진단하고 새로운 당의 전략적 노선에 대해 설파했다. 임기가 짧고 업무의 한계가 명확한 '비대위'지만, 어디서부터 당의 체질을 개선할지 설렁설렁 넘기지 않고 자신에게 보장된 임기까지 할 일은 똑바로 하고 빠지겠다는 계산도 마친 눈치였다.

말만 무성한 4월 재보선 전략을 위한 내부 기획단도 구성했고 최대 혁신과제로 꼽혔던 민주정책연구원에 대해서도 '손질'할 준비를 끝냈다고 했다. 꼼꼼하게 체크하는 것이 허투루 '5선'은 아닌 듯 보였다. 구체적으로 당의 문제점을 찾아 뚫린 곳은 메우고 비대해진 곳은 칼질도 마다치 않을 태세다. 그는 지난 대선을 평가하면서 "우리만 해먹자는 계파주의가 당을 죽였다"면서 "선공후사의 정신이 있었어야 했는데 계파끼리 공천권을 쥐고 우리끼리 다 해먹자고 독점하고 전횡하는 게 문제였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그 계파주의의 정점에 '친노'가 있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수용하지 않았다.

"비대위 결정에 뭐라고 하는 사람들은 완전히 '사적 무리들'"

새 지도부를 뽑는 5.4 전당대회 일정과 방식에 대해 상당한 진통이 있었던 듯 그는 "우리 계파가 해먹는데 문제가 있다고 덤벼드는 놈들을 언론이 공격해야 한다"며 "비대위가 결정한 안에 대해 뭐라고 하는 사람들은 완전히 사적인 무리들"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당이 어떻게 되건 말건 자기네 계파가 꼭 다음 당권을 먹어야겠다고 급급해하는 사람들이 당권을 잡으면 전횡이 생긴다"며 "계파 간 경쟁하는 것은 좋지만, 계파주의로 당을 망쳐서는 안 된다"고 일갈했다.

특히 문 위원장은 "(자기 계파가) 새로운 지도 체제를 하고 싶다고 기존의 사람들을 까고 뭉개고 올라가는 건 긴 안목이 없는 정치인"이라며 "같이 포용하고 가면서 '왜 주눅이 드느냐, 힘내, 이번에는 내가 해볼게 다음엔 네가 해' 뭐 이렇게 가는 게 진짜 리더십"이라고 말했다. 그는 차기 전대로 새 지도부가 뽑히기 전까지 철저하게 당원전수조사를 하고 교회에서 선교사들이 전도하듯이 '당원배가' 운동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문 위원장은 "우리는 정말 평민당 시절에 눈물 나게 '당원배가' 운동을 했다"며 "정말 열정을 갖고 죽기 살기로 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민주당에 열정이 없어졌고 날라리들이 나타나서 낙하산 타고 쭉 내려와 공천받으니 지역 사람들이 열불이 났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당원들에게 왜 애당심이 없느냐고 할 게 아니라 중앙당이 뭘 보여줘야 한다"며 "민주당 시의원, 도의원에게 공천권을 주는 등 풀뿌리 조직부터 튼튼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게 수풀을 잘 만들어 놓으면 "뱁새든 봉황이든 날아들게 돼 있다"며 "안철수 할아버지라도 놀 데가 많은데 절벽에 기어 올라가 땅을 개간하겠나"고 반문했다.

문 위원장은 이번 대선의 최대 책임은 "문재인과 안철수 두 사람"이라며 "내가 비대위원장이라는 똥바가지를 썼다고 해서 비대위에서 일어난 일을 책임지지 않겠다고 하면 되겠나"고 되묻기도 했다.

"내가 비대위원장 똥바가지 썼다고 해서...."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대선 기간 의원들이 적극적으로 뛰지 않은 데 대해 한탄한 것은 "남 탓할 일이 아니"라며 "의원들이 뛸 수 있게 하는 건 지도부 몫인데 누구 탓해봐야 소용없다, 누워서 침 뱉기"라고 쏴붙였다. 

그는 4월 재보선을 앞두고 '안철수 등판론'이 제기되는 데 대해 경계하면서 "48%의 지지를 받는 선거에서 주연 다음 조연으로 선거를 뛰었는데 패배했다"며 "그럼 사과하고 엎드려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안철수 교수를 지칭하면서 "당장 재보궐 선거에 나온다? 그건 너무 빠르다"며 "국민의 이름으로 불릴 때까지 안철수는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안철수 신당 등 야권의 세력재편과 관련해서는 김민석 전 최고위원의 사례를 들면서 "왜 김민석이 김민새가 된 줄 아느냐"며 "송호창이가 안철수한테 갔을 때 한 20명 갔으면 민주당이 추풍낙엽처럼 됐을 텐데 안 갔다, 왜 안 갔냐, 정치철새는 다 망하고 죽는다는 걸 이미 학습효과로 알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자강론으로 민주당에 힘이 붙으면 안철수 아니라 안철수 할아버지라도 와서 함께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5월 4일 전대 일정이 결정되면서 4월 재보선 공천권을 쥐게 된 문 위원장은 부산 영도와 서울 노원병 등에 대해 아주 주도면밀하게 계획을 세워 추진할 생각이며 반드시 민주당이 이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25일 출범을 앞둔 박근혜정부에게는 "나는 정말 이명박 5년이 지긋지긋하다"며 "박 당선인의 절제성을 보면서 자기관리능력은 남 못지않다고 생각하는데 '깜깜이' 인사에 청와대 인선까지 보니 걱정이 태산"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아버지 박정희와 딸 박근혜 중 누가 더 잘하겠느냐고 묻자 "박정희는 정통성을 완전히 상실한 채 군부세력 쿠데타로 집권했으니 무신불립에 어긋난 정치를 한 것"이라며 "그 점에서는 딸 박근혜가 더 낫겠지만, 국가 경영은 아버지만 못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5월 4일 전대 일정이 결정되면서 4월 재보선 공천권을 쥐게 된 문희상 비대위원장은 부산 영도와 서울 노원병 등에 대해 아주 주도면밀하게 계획을 세워 추진할 생각이며 반드시 민주당이 이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5월 4일 전대 일정이 결정되면서 4월 재보선 공천권을 쥐게 된 문희상 비대위원장은 부산 영도와 서울 노원병 등에 대해 아주 주도면밀하게 계획을 세워 추진할 생각이며 반드시 민주당이 이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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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민주당 비대위 출범 42일째다. 그간 활동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얼떨결에 했다가 어영부영하고 있다. 자다가 홍두깨라고 했는데, 깨고 봐도 홍두깨야. (웃음 뒤 잠시 쉬었다가) 한 달을 열 달 같이 보냈다. 잘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열심히 했다고 생각한다. 죽을 힘을 다해서. 누구 말마따나 뼈를 깎는 각오와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임했다. 더이상 깎을 뼈도, 토할 피도 없다고 할 정도다."

- 전직 열린우리당 의장 출신이기도 한데, 대선 패배 이후 들여다본 민주당은 어떤가.
"비대위원장이 된 후 전체 의원을 한 명도 빼지 않고 다 만났다. 지역도 다 훑고, 워크숍에서 지지고 볶고, 대선 패배 토론회도 가능한 참석했다. 얘기를 들어보면 공통점이 있다. '문제 있다, 그러나 희망은 있다, 이러고 죽을 수는 없다'때문에 혁신해야 하고 새롭게 거듭나자는 의지를 함께 봤다. 내가 본 민주당은 엄청나게 좌절한 상태는 틀림없지만, 딛고 일어나려는 의욕이 대단하다."

- 의원, 지도부, 당직자 등등 민주당 인사들을 다 만난 뒤 대선 패배 이유를 종합해보니 가장 큰 문제는 뭐였던가.
"일단 전략이 없었다. 사령관 없이 치른 선거였다. 배우 둘은 초연치고는 열심히 잘했는데 이를 총 지휘할 감독이 없었다. 더불어 교만하고 오만했다. 단일화만 되면 이긴다는 막연한 기대에 빠져서 아무것도 한 게 없다. 또,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 우리가 시대정신이라고 생각했던 복지와 경제민주화 테마를 새누리당에게 선점당해놓고도 그런 줄도 모른 채 대선을 치른 거다. 국민이 보기에 민주당보다는 새누리당이 경제 민주화와 복지국가를 더 잘 할 거라고 신뢰한 거다. 내용이 비슷하니 잘못 판단한 거지. 그때 우리가 저건 가짜다! 했어야 했는데, 우물쭈물하다가 끝났다. 결국 국민이 진짜와 가짜를 구분 못하게 한 건 우리 책임이다. 전략이 부재했던 당 지도부 탓이다. 지금은 신뢰를 되찾는 게 중요하다. 신뢰를 다른 말로 하면 혁신이다.

혁신의 첫째는 계파주의 타파다. 국민이 민주당을 불신한 이유 중 가장 큰 게 계파주의더라. 계파가 아닌 계파주의가 문제다. 현재 모두 사라졌나? 아니다. 비대위 100일로 어떻게 이걸 없애겠나. 그래서 내가 계파주의가 문제라는 걸 워크숍 주제로 삼았다. 병을 아는 순간 진단이 나오는 거다. 병명을 모르면 처방도 안 나온다. 계파주의가 문제라는 걸 알리는 게 워크숍 목표였고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혁신의 또 다른 하나는 기득권 내려놓기다. 기득권 내려놓기는 이미 알려진 대로다."

- 민주당은 늘 혁신을 강조하는 정당이다. 심지어 작년에는 혁신과 통합이라는 시민단체까지 만들어 혁신하고 통합하지 않았나. 그런데 왜 혁신이 안 되나.
"말로만 하는 혁신했다. 그런 혁신은 국민이 믿지 못한다."

박지원 누워서 침 뱉기 해 무엇하리...

- 말 뿐인 혁신을 했다는 건 결국 혁신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러니 민주당에 대한 신뢰가 안 생겼던 것인가.
"이번 대선 때 지켜보니까 막판에는 박근혜가 불쌍하다는 말이 민주당의 집토끼인 서민 입에서 나오더라. 박근혜는 나쁜 짓 하지 않고 부정부패, 비리를 저지르지 않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가 있었다. 신뢰가 있는 거다. 기득권 정치에 대한 혐오감이 팽배한 국민은 야당도 예외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말 했다가 저 말 했다가 정체성은 흔들리고 이리저리 쏠렸다. 항심이 안 생겼다. 그래서 내가 비대위원장 되고 가장 먼저 한 일이 항심을 찾는 일이다. 민주당 본래의 모습, 정체성을 찾는 거다.

그 일환으로, 민주당이 안보를 소홀히 하는 집단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 연평도에 간 게다. 이렇게 보여주지 않으면 신뢰가 안 생긴다. 국민은 우리가 트집만 잡고 딴죽을 건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4자 회담을 제안했다. 그래서 대통령당선인과 여야가 만났고, 대통령 공약 실천위원회를 구성해 합동으로 공약한 39개 안을 실천하자고 약속했다. 그런 걸 보여줘야 국민이 정책 대안을 갖고 정책 정당으로 가는구나, 신뢰를 가질 수 있다.

또, 중산층과 서민에 중점을 뒀다. 서민은 집토끼다. 전략은 집토끼 플러스 알파의 표를 얻는 데 중점을 둬야 했다. 우리가 중산층을 외면하고 가는 게 아님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통합진보당과 비슷한 집단 아니냐는 생각을 불식시키기 위해 '중도개혁노선'임을 자꾸 반복해서 얘기해야 한다. 우리 스스로도 헷갈리니까."

- 대선 패배의 여러 원인 중 가장 심각한 문제로 리더십의 위기를 지적한다. 민주당의 위기는 리더십의 위기다, 이렇게 압축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난세에 영웅 난다고 리더십은 시대상황에 맞게 나타나게 돼 있다. 권력 의지든 뭐든 죽기 살기로 당을 이끌어 가려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내가 무신불립(無信不立)이라는 말을 반복해서 썼는데, 이제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이라고 말한다. 이게 민주적 리더십의 요체다. 의견이 다 달라도 군자는 화합한다는 뜻이다. 이 말을 다른 말로 바꾸면 선공후사(先公後私)다. 국가가 먼저고 그 다음이 당, 그래서 선당후사 이런 말도 쓴다. 갈등, 계보 간의 다툼은 언제든 있을 수 있다. 주류가 있으면 비주류가 있는 게 당연하다. 일사불란 한 게 오히려 문제다. 계파도 필요하지만 문제는 '우리만 해먹자'는 계파주의다. 그게 당을 죽이는 거다. 당 전에 국가가 있어야 하는데 계파끼리 공천권 등을 다 해먹자고 독점하고 전횡하는 게 문제다. 민주당의 현실이 그랬다.

이번 전대도 날짜, 방식을 정하고 보니 우리 계파가 해먹는데 문제 있다고 덤벼드는 놈을 언론이 공격해야 한다. 그런 계파가 어디라고 말하지는 않겠다. 주류, 비주류 다 포함된 비대위에서 결정한 안인데 그걸 두고 뭐라고 하는 사람들은 완전히 '사적인 무리'다. 당이 어찌 됐든 간에 자기네가 꼭 다음 당권을 먹어야겠다고 급급해 하는 것이다. 그런 사람이 당권을 잡으면 전횡이 생긴다."

- 비주류에서는 '계파주의의 선봉장이 친노'라고 비판하던데.
"계파주의는 비난받아야 마땅하다. 그런데 그걸 비판하면서 또 다른 계파주의를 하려는 사람이 있으면 그것 역시 비판받아야 한다."

- 5.4 전대에서 새로운 지도부가 뽑힐 텐데, 비주류는 '기존 친노가 또 자리를 차지하려고 하면 후안무치'라고 비판한다.
"그건 전혀 다른 얘기다. 선거는 치른 사람이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럼 누가 책임져야 하나. 패장, 후보다. 문재인이고 안철수다. 사령관 격이었던 공동선대위원장단도 다 책임져야 한다. 어쩔 수 없이 맡았다고? 그건 말이 안 되지. 내가 '비대위원장이라는 똥바가지를 썼다고 해서 비대위에서 일어난 일을 책임지지 않겠다'고 하면 되겠나."

- 책임져야 할 지도부가 책임지지 않아서 문제였다는 건가. 
"너무 책임을 많이 져서 사령관이 없어졌다. 한명숙 그만둬, 이해찬 그만둬, 박지원 그만둬 계속 그만뒀다. 물론 정치인은 그렇게 책임지는 거다. 민주당 워크숍에서 한명숙·이해찬·문재인 세 명이 불참했다고 문제 삼길래, 내가 슬쩍 불러서 안 나온 게 아니라 못 나온 거라고 얘기했다. 나오고 싶은 데 낯이 뜨거워서 나갈 수 없는, 그런 거다. 그게 책임이다. 실제 내가 직접 통화해보니 '내가 무슨 낯으로 워크숍에 가냐'고 하더라. 그렇다고 그들에게 당신들은 영원히 나서지 마! 이건 또 안 되는 얘기다. 그런 게 부관참시다. 기다려 줄줄 알아야 한다. 새로운 지도 체제를 하고 싶다고 기존의 사람을 까고 뭉개고 올라가는 건 긴 안목이 없는 정치인이다. 포용하고 같이 가면서 '왜 주눅이 드느냐, 힘내, 이번에는 내가 해볼게' 이런 게 리더십이다."

- 대선 때 박지원 원내대표는 민주당 의원들이 선거를 너무 안 뛴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어느새 귀족 야당이 됐다고 성토했다. 동의하나.
"그런 말은 할 필요가 없다. 본인이 원내대표였으면 의원들이 뛰게 할 위치에 있었던 거다. 자기 탓을 해야지 남 탓할 일이 아니다. 의원들이 뛸 수 있게 만드는 건 지도부 몫이다. 누구 탓해봐야 소용없다. 누워서 침 뱉기지, 누굴 탓해."

-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에 우호적인 수도권, 경기도에서 많이 졌다. 왜 그랬다고 보나.
"전략이 부재해서 그렇다. 세대, 지역, 계층 전략에서 다 실패한 거다. 20대 집토끼 전략으로 투표율만 올리면 된다는 막연한 생각을 했다. 집토끼 잡는 게 무슨 전략인가. 50대가 그렇게 많이 투표할 줄 알았다면 전략이 달라졌어야지. 수도권은 '여촌야도' 같은 기본적인 것만 믿고 있었다. 부산과 호남을 공략한 것도 전략이 아니지. 플러스 알파, 블루 오션을 먹는 사람이 이기는 건대 그런 게 전혀 준비가 안 됐었다."

- 이목희 선대위 기획본부장은 충청도와 강원도 전략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었는데.
"말만 하면 뭘 해? 그걸 채택해서 집행할 사령관이 있어야지. 새누리당에 김무성이라는 사람이 있었다면, 여기에 대항할 누군가가 딱 앉아 있었어야 했다. 평시에는 수평적 리더십으로 거버넌스 할 수 있지만, 전시에는 사령관이 딱 앉아서 총지휘해야 한다. 그런데 그런 게 없었다."

- 우상호 공보단장은 기자들이 '10명의 선대위원장으로 선대위가 굴러가겠느냐'고 비판했을 때 지금은 오케스트라를 지휘할 지휘자가 필요한 시대라고 강변했다. 
"선거 때 무슨 소리야. 쥐를 못 잡는 고양이는 고양이가 아니다. 잡고 나서 이상과 정책을 풀어가야지. 정권을 잡지 못하면 말짱 도루묵이다. 전시에 평시 전략을 썼으니 민주당이 진 거다."

- 진통을 겪던 전대 일정이 18일 확정됐다. 정기전대로 하고 지도부 임기는 2년으로 결정됐는데 진통 끝에 이렇게 결정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정치혁신위와 전대준비위의 견해를 다 존중하겠고, 안을 주면 그대로 집행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양쪽이 서로 다른 얘기를 하니 결론이 안 났다. 어차피 판단은 비대위 몫이었다. 그래서 어느 한 편을 들어주기보다 비대위 안을 만든 거다. 원칙대로 가자, 당헌을 바꿔 임기를 연장해 공천권을 갖게 하는 것도 이상하니 싹 바꾸자, 지역위원회, 도당 싹 갈려고 하다 보니 한 달이 늦어졌다. 비대위 안에 대해 지역위원회에서 기득권 유지하려는 사람들은 난리가 날 거다. 그래도 원칙대로 가야 한다. 지방선거에서 져도 임기 2년을 확실하게 보장하고 임기 끝난 후 책임지게 하자는 것이다."

- 정치혁신위와 전대준비위는 여전히 불만이 있는 것 같다.
"할 수 없다. 아픔 없이 어떻게 혁신을 하냐. 오늘 정치혁신위에서 우리 안을 전폭적으로 지지한다고 했다. 전준위에서 반대해도 어쩌겠나. 쉽게 되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 5.4 전대 앞두고 또 당권 싸움한다고 비치지 않을까.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나. 그게 문제면 왕 아들이 또 왕 하고 북한처럼 3대 세습하지. 우리가 이런 가치를 두고 나서겠다고 생각하면 싸워야 하는 거다. 그건 계파 싸움이 아니다."

"평민당 시절부터 활동... 어느 날 날라리들이 낙하산으로 내려와"

문 위원장은 25일 출범을 앞둔 박근혜정부에 대해 "나는 정말 이명박 5년이 지긋지긋하다"며 "박 당선인의 절제성을 보면서 자기관리능력은 남 못지않다고 생각하는데 '깜깜이' 인사에 청와대 인선까지 보니 걱정이 태산"이라고 우려했다.
 문 위원장은 25일 출범을 앞둔 박근혜정부에 대해 "나는 정말 이명박 5년이 지긋지긋하다"며 "박 당선인의 절제성을 보면서 자기관리능력은 남 못지않다고 생각하는데 '깜깜이' 인사에 청와대 인선까지 보니 걱정이 태산"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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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원 구조의 혁신, 어떻게 해야 하나.
"일단 전체 당원 전수조사를 할 거다. 진성당원이 정확히 몇 명인지 파악할 예정이다. 지금 당원의 1/10이 안 돼도 좋다. 몇 억 원이 든다고 해도 좋다. 지지자 그룹도 큰범위의 당원에 포함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외연이 확대된다. 입당 원서 안 써도 정책이나 당론을 결정할 때 전체 당원에게 모바일 투표를 시행하는 일을 자주 했으면 좋겠다.

진성 당원, 일반 당원, 지지자 그룹의 당원을 한 달동안 모두 조사한 뒤 당원 배가 운동을 벌일 것이다. 10만 명, 20만 명 등 목표를 정해 교회에서 선교사들이 전도하듯이 할 거다. 평화민주당 출범 당시 정말 우리들은 눈물 나게 '당원배가' 운동을 했었다. 그렇게 열정을 갖고 죽기 살기로 해야 하는데 언제부터인가 민주당에 열정이 없어졌다. 날라리들이 나타났고, 낙하산 타고 쭉 내려와서 공천받았다. 그럼 지역 사람들은 열불나지. 당원들이 왜 애당심이 없느냐고 할 게 아니라 중앙당이 뭘 보여줘야 한다. 시의원, 도의원 공천권을 주는 등 풀뿌리 조직부터 튼튼하게 해야 한다. 그게 자강론이다.

수풀을 만들어 놓으면 뱁새든 봉황이든 날아든다. 안철수 할아버지라도 놀 데가 많은데 절벽에 기어 올라가 땅을 개간하겠나. 여긴 민주당 60년 문패가 달려있는 곳이다. 제1야당의 정통성은 떼려야 뗄 수 없다. 그래서 지난 대선 때 우르르 안 몰려간 거다. 송호창이 안철수에게 갔을 때, 20명이 한꺼번에 갔으면 민주당은 또 추풍낙엽처럼 됐을 거다. 그런데 안 가지 않나. 그럼 왜 안 갔느냐? 김민석이 왜 김민새가 된 줄 아나? 정치 철새는 다 망한다. 정치 인생 끝난다. 그래서 안 간 거다."

- 안철수 교수가 신당 만들어도 민주당 의원들이 안 움직인다고 보나.
"안 간다. 거길 왜 가겠나. 또 안철수가 민주당에서 오길 기다린다면 그 역시 구정치인의 전형을 보이는 거다. 그게 악마의 유혹이라는 거지."

- 악마의 유혹 벗어나려면 안철수 교수가 어떻게 해야 하나.
"48%의 지지를 받는 선거에서 주역 다음 조역으로 뛰었는데 패배했다. 그럼 사과하고 엎드려 있어야 한다. 당장 재보궐 선거에 나온다? 그건 너무 빠르다. 국민이 이해하고 공감할 때가 온다. 그 접점이 맞을 때 나서야 한다. 그때가 되면 저절로 국민의 이름으로 불릴 때가 있다. 안철수는 그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안철수를 위해 이렇게 얘기하는 거다."

- 안철수 교수는 민주당과 함께 가야 하나, 따로 가야 하나.
"같이 가야 한다. 안철수 정치에서 제1의 경력이 뭔가. 문재인과의 단일화에 응해준 거다. 그 선거를 뛰었다. 뛰는 방식에서 화끈하게 안 뛴 게 불만이긴 하지만 그래도 안철수에게 그 커리어가 가장 중요하다. 그런데 민주당이 아닌 다른 선택을 해? 그럼 또 국민에게 불신받는 거다. 안철수의 선택은 이 길밖에 없다."

- 5월 4일에 지도부를 선출하게 되면서 비대위가 재보궐선거를 지휘하게 됐다. 대선에서 전략이 없었다고 비판했는데 어떤 전략을 세웠나.
"전략은 얘기할 수 없지. (하하하) 함부로 얘기해서 되겠나. 반드시 이기는 게 전략이다. 부산 영도와 서울 노원병 우리에겐 훌륭한 후보자가 있다. 재보궐선거와 관련해서는 이미 내부적으로 기획단도 구성했다. 아주 주도면밀하게 계획을 세워서 추진할 생각이다."

- 민주진보진영의 싱크탱크가 취약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인데 손질할 생각이 있나.
"민주당 민주정책연구원에 대해서는 대선평가위원회나 정치혁신위원회 모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혁신 제1과제다. 민주정책연구원에서 과학적으로 접근해서 전략을 짰다면 지지 않았을 대선이다. 데이터 구비도 못 했고 이미 만들어진 것도 쓰지 못했다. 이미 혁신 단을 구성했는데 발표만 안 했다. 복잡한 상황이 지나면 바로 실시할 거다.

전체 흐름 가운데에서 이를 이끌어 가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다. 진보라고 이름을 붙이니 다른 당과의 연대 이미지가 붙더라. 야권 세력 전반의 싱크탱크 역할을 같이 해야 한다. 민주당이 그만큼의 사명감은 있다. 이를 이끌어 가려고 국고가 뒷받침되는 거다. 어쩌면 민주정책연구원 그 이름도 바뀔지 모른다. 법인화해서 독립성을 유지하는 방안까지 계획에 들어가 있다. 이러한 안을 최종결정하는 건 다음 지도부 몫이다."

"박근혜, 국가경영 자기 아버지만 못할 것"

- 박근혜 정부에게 조언을 하자면.
"꼭 성공하길 바란다. 나는 정말 이명박정부 5년이 지긋지긋했다. 이게 연장되면 절대 안 된다. 아직은 기대를 하고 있다. 박 당선인이 보여준 절제성, 자기 관리 능력은 다른 사람 못지않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깜깜이' 인사부터 오늘까지 이어지는 걸 보니 걱정이 태산이다. 지난번에 3자 회담했을 때 '100일 안에 중요 계획을 다 짜고 100대 과제로 압축해서 1년 안에 다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랬더니 어제 신문에 박근혜 당선인이 6개월 안에 과제 다 하겠다고 말했다고 났더라. 두고 보자. 어떨지."

- 아버지 박정희보다 딸 박근혜가 더 잘할 것으로 예측하나. 
"정치의 요체는 통합이다. 무신불립. (방에 걸린 액자 가리키면서 설명) 공동체 안에서 신뢰가 없으면 국가가 안 된다. 박정희는 정통성을 완전히 상실한 채 군부세력 쿠데타로 집권한 거 아니냐. 신뢰를 잃었다. 소득이 몇 백배 오르고 해봐야 무효다. 그 대목에서는 아버지보다 박 당선인이 나을 수 있다. 본인 스스로 신뢰를 주장하고 그 때문에 대통령에 뽑혔지 않아. 그게 거짓이더라도. 국가 경영은 아버지만 못할 거다."


태그:#문희상,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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