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국민 여러분과 함께 희망의 새 시대, 제2의 한강의 기적을 만드는 위대한 도전에 나서고자 한다. 국민 개개인 행복의 크기가 국력의 크기가 되고, 그 국력을 모든 국민이 함께 향유하는 희망의 새 시대를 열겠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대통령 취임사에서 한 말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제2 한강의 기적을 네 차례나 언급했다. 한강의 기적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상징하는 단어다. 박 대통령이 부친을 상징하는 한강의 기적을 취임사에서 여러차례 강조한 것은 아버지 영향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

박근혜 "제2한강기적"&윤여준 "3공 떠올리게 해"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자신이 진행하는 <팟캐스트 윤여준> 2회 '취임사로 살펴본 박근혜 정부의 오늘과 미래'에서 박 대통령의 제2한강의 기적 언급은 3공 시대를 떠올리게 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제2 한강의 기적', '하면 된다'는 말을 듣는 순간 3공 때 생각이 떠올랐다. 아직도 박 대통령은 3공때 패러다임을 그냥 가지고 있는 것 아니냐. 그럼 결국 그런 국정운영 패러다임이 시대의 흐름과 부딪히게 마련이고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

윤 전 장관은 이어 "취임사 처음부터 끝까지 새 대통령이 국가를 운영하는데 있어서 국민과 함께 하겠다는 의사표시나 뜻이 별로 배어있는 것 같지 않고, 과거 권위주의 시대의 국가주의 냄새가 배어있는 것 같아서 상당히 걱정된다"며 박 대통령이 취임사를 통해 앞으로 5년 동안 국가를 운영할 보여주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가가 결정하면 따라 달라는 일방적인 부탁이나 요청이랄까 이런 모습이 많이 나타났다. 어떤 정치학자는 국가주의가 부활하는 것 아닌가, 극단적인 표현이지만 걱정하는 분까지 있었다"며 국가주의 부활을 우려했다.

특히 그는 "박 대통령이 당과 인수위를 운영하는 모습을 보면 어딘가 스스로 판단자, 명령자 같은 모습을 보일 때가 많았고, 언론도 여러차례 소통이 안된다고 비판했는데 별로 박근혜 당시 당선인이 바꾸는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다"고해 박 대통령이 불통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질타했다.

"박 대통령, 명령자 같아"...

윤 전 장관은 이 같은 불통이 이어지면 "만약 지금 걱정하는 것처럼 박 대통령이 국정을 일방적으로 운영한다고 할 것 같으면 결국 대통령이 갈등을 조정하는 사람이 아니라 갈등의 당사자가 되기 쉽다"고 경고했다. 대통령이 판단자, 명령자라면 소통보다는 불통에 가깝다. 그렇게 되면 장관과 청와대 참모진도 직언보다는 대통령이 듣기 좋아하는 말만하고, 듣기 싫은 말은 하지 않는다. 그렇게 되면 모두가 불행해진다.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은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제2의 한강' 듣는 순간 3공 떠올랐"다고 말했다.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은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제2의 한강' 듣는 순간 3공 떠올랐"다고 말했다. ⓒ 윤여준 팟캐스트

박 대통령은 취임 일에 한복을 입었다. 대부분 언론들이 한복입은 박 대통령 모습이 어머니 육영수 여사와 닮았다고 대서특필했다.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사람도 육 여사만큼은 비판하지 않는다. 그가 야당 역활을 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어머니 육 여사 이미지메이킹을 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윤 전 장관은 달리봤다. 어머니를 본 받으려면 제대로 본 받으라는 것이다.

육영수 여사 닮으르면 제대로 본 받아야...

그는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육영수 여사가 야당 노릇을 했다. 내부에서 상당히 격한 부부싸움도 했다는 거다"며 "그때 많은 국민들이 육영수 여사의 다른 인자한 모습에도 감동을 받았지만 무서운 대통령이자 부군을 견제하는 야당 역할을 해줬다는 것 때문에 국민들이 많이 존경했다"며 지적했다.

윤 전 장관은 대통령은 듣기 좋은 말만 아니라 쓴 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충고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대통령은 각종 보고를 통해 세상을 접하게 되는데 대통령이 받는 보고 중에는 정직하지 않은 보고도 많다"며 "특히 민심 부분은 그렇다, 늘 듣기 좋은 보고만 들으면 대통령도 사람이라 진실이라고 믿을 수 밖에 없고 그러면 대통령은 진짜 민심으로부터 쫙 멀어진다. 그럼 그때부터 서서히 실패의 길로 들어서는 것"이라고 했다. 쓴 소리를 듣지 않으면 실패할 것이라는 경고다.

그럼 박 대통령은 윤 전 장관은 조언을 받아들일까? 안타깝게도 그럴 가능성이 별로 높지 않다. 윤 전 장관은 지낸 대선에서 박 대통령 상대였던 문재인 민주당 후보를 도왔다. 그는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국민통합추진위원장을 맡았다. 그리고 12월 문재인 후보 찬조연설에서 자신이 문재인 후보를 지지한 이유가 "민주주의를 더 잘 실천할 지도자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통합을 더 잘 할 수 있는 지도자는 문재인 후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당시 윤 전 장관은 "두 분 후보"라고 했는 데 한 후보가 박근혜 후보임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었다.

특히 그는 "대통령직을 잘 수행하려면, 첫째, 사심이 없어야 합니다. 둘째, 민주적인 리더십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 후, "다른당 후보도 통합을 이야기합니다. 그것도 대통합입니다. 그런데 통합이라는 게 뭔가요? 그 분은 국민통합이라는 게 어느 한 특정집단이나 가치를 중심으로 모든 국민이 뭉치는 것을 통합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그건 통합이 아니라 동원입니다. 유신체제 같은거 아닌가요?"라고 했다. 박근혜 당시 후보가 민주적 리더십이 없다고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다.

자신에 대한 비판을 누구보다 듣기 싫은 박 대통령에게 윤 전 정관의 이런 발언은 눈엣가시였을 것이다. 하지만 민주공화국 지도자는 쓴 소리를 들어야 한다. 그게 자신과 나라를 위하는 일이다. 쓴 소리 듣지 않고 성공한 대통령은 불가능하다. "나를 따르라"는 신이 하는 말이지, 선거로 뽑힌 대통령이 하는 말이 아니다.


#윤여준#박근혜#제2의 한강 기적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당신이 태어날 때 당신은 울었고, 세상은 기뻐했다. 당신이 죽을 때 세상은 울고 당신은 기쁘게 눈감을 수 있기를.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