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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이를 밀어내고 오만하고 도도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태양이.
 별이를 밀어내고 오만하고 도도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태양이.
ⓒ 박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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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이리와봐! 태양이가 엄마 무릎 위에 앉았다. 별이를 밀어내고 엄마한테 왔어. 신기하지? 부럽지!"

고양이와 개들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밀어내기가 아닌가 싶다. 사람에게 적극적인 애정공세를 펴고, 싫어도 좋은 척, 친한 척하며 여간해서는 사람의 손길을 밀어내지 않는 개와 달리 고양이는 마음이 내키지 않으면 다가오지 않는다. 사람의 손길을 밀어내는 것을 아주 당연하게 여긴다. 지들이 상전이다.

누구는 그것이 고양이의 매력이라고도 한다. 그렇게 쉽사리 곁을 내주지 않는 고양이들이기에 사근사근 애교를 부리며 곁을 내주면 참 반갑고 고맙다. 다소 과장하면 감격스럽기까지 하다. 물론 우리집 콩돌이처럼 애정공세가 지나쳐 밀어내야 하는 녀석도 있지만...

며칠 전 태양이(콩돌이와 쥐알이의 아들) 녀석이 무슨 변죽이 들었는지 내 무릎 위로 올라 앉아 도도한 표정을 지었다. 태양이는 콩돌이와 쥐알이가 낳은 세마리 아기고양이(지난해 11월 11일 태어났으니 아직 아기다) 중 유일한 사내녀석이면서 가장 덩치가 큰 녀석이다.

사람마다 성격이 다르듯이 고양이들의 성격도 제각각이다. 아빠고양이 콩돌이는 사람을 참 잘 따른다. 사내 녀석인데도 사근사근하다. 녀석의 취미는 누군가의 어깨에 기대어 안기거나 무릎 위에 올라 앉는 것이다. 제일 덩치가 큰 녀석이 쪼르르 달려와 안기는 모습은 징글맞으면서도 귀엽다.

반면 엄마인 쥐알이는 쌩콩하다. 서울말로 새침떼기다. 아직껏 녀석이 우리 가족 중 누구의 무릎에 앉거나 기대고 있는 모습을 본 일이 없다. 가끔 아주 기분이 좋을 때면 가족들 다리 주변을 빙빙 돌며 냥냥 거리는 것이 최고의 애정 표현이다.

별이는 콩돌이를 닮았다. 사람의 손을 타려고 하지 않는 달이나 태양이와 달리 별이는 사람 곁을 맴돌며 친한 척을 한다.

그런 별이가 한달정도 쯤 전부터 내 무릎 사이를 편안한 휴식처로 삼았다. 내가 거실에서 왕쿠션에 등을 기대어 두 무릎을 45도 각도로 구부리고 모은 채 앉으면 어김없이 별이 녀석이 냉큼 달려와 앉는다. 앉아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자세로 잠을 잔다. 녀석의 전용침대인 셈이다.

누군가의 어깨에 기대어 얼굴과 얼굴을 부비며 골골 소리를 내며 애정표현을 하는 콩돌이보다는 못하지만 별이에게는 나에 대한 사랑(?)이 철철 넘친다(뭐 나만의 착각일수도 있겠지만).

그날도 그랬다. 별이는 왕쿠션에 기대고 있는 내게 쪼르르 달려오더니 냉큼 무릎 위로 올라와 앉았다. 그러더니 스르르 잠이 들었다. 평상시 같으면 나는 온전히 별이의 차지여야 했다.

그런데 그날은 달랐다. 평소 무덤덤하게 나를 포함해 사람을 봐도 본척 만척하던 녀석이 갑자가 잠든 별이를 향해 시비를 걸었다. 처음에는 별이를 발로 톡톡치더니 어느새 다리며 꼬리를 물며 싸움을 걸었다.

그러더니 별이를 밀어내고 내 무릎을 차지하고 누웠다. 얼굴에는 도도한 표정이 역력했다. 마치 전쟁에서 승리해 전리품을 차지하고 으스대는 모양새였다. 태양이에게 밀려난 후 난감한 표정을 짓는 별이와 오만한 자세와 표정의 태양이가 퍽 대조적이었다. 그 오만한 자세와 표정에 절로 웃음이 난다.

누구는 동물들이 무슨 감정이 있냐고 말한다. 개는 개, 고양이는 고양이로만 본다. 그냥 개고 고양이다.

하지만 한번쯤 동물을 키워 봤다면 세상 모든 동물들에게 감정이 있고, 저마다의 개성이 다르고, 성격이 다르고 생각이 있고 사람과 별반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비록 사람과 같은 언어로 말하지는 못하지만 그들만이 언어로 사람에게 다가오고 함께 한다.

어쩔때는 사람과 함께 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듯이 보여 안스럽고 한편 대견하다. 사람과 함께 하는 그들을 보며 공존을 배운다.

그리고 그날 이후 태양이는 지금까지 그때 그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고양이#반려동물#태양이#별이 #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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